공정거래법상 새로운 제도로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및 집단소송제와 △공정거래 관련 법령을 위반한 행위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사람이 직접 법원에 해당 행위의 금지를 청구하는 제도를 도입하며, 나아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겠다고 한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및 집단소송제 도입과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일부 폐지를 공약하면서, 더 나아가 △과징금 대폭 상향조정과 위반행위를 지시한 경영진과 가담 직원에 대한 형사처벌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이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손해를 입히겠다는 고의의 정도가 “아주 나쁘다”고 인정되는 경우 손해액의 3~10배까지의 배상을 법적으로 보장해 주는 제도다. 이미 지난해에 하도급법에서 도입된 제도로 원사업자의 기술유용행위에 수급업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법원은 원사업자에게 수급업자가 입은 손해액의 3배까지 배상을 명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공정거래법 전반에 걸쳐 도입하자는 것이다.
집단소송이란 이해관계가 공통적인 다수의 피해자 중에서 그 집단을 공정하고 적절하게 대표하는 대표당사자가 나와서 소송을 수행하고 판결의 효력이 피해자 전체에 미치게 하는 제도다. 미국에서는 고엽제, 담배, 석면, 자동차연비 과장 사건 등이 집단소송으로 진행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05년 1월부터 증권 관련 집단소송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집단소송제도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결합되면 ‘한 건’을 노리는 기획소송이 남발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남용을 막을 수 있을 정도로 대한민국이 성숙되었으므로 때가 무르익은 것으로 보인다.
둘째로, 상법상 새로운 제도 도입에 있어 양 후보 간 정도와 시기에 차이가 있지만 그 내용은 상호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두 후보 모두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하고,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겠다고 한다. 다중대표소송이란, 자회사의 부정행위가 드러났는데도 모회사가 자회사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지 않을 때 모회사 주식의 일정 비율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직접 자회사 이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 제도다.
이 제도는 비상장 자회사를 이용해 저지를 수 있는 편법, 불법과 주주 이익 침해 행위를 견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재벌이 소수의 지분으로 많은 계열사를 지배하는 피라미드 구조로 사익을 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2003년 서울고등법원은 다중대표소송제를 인정하는 판결을 하였으나, 대법원이 이를 파기함으로써 판례상 인정되지 않고 있기에 도입의 필요가 있다.
집중투표제란 소수주주권 보호 및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제도다. 2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주당 이사 수와 동일한 수의 의결권을 부여하여 이사 선임 투표에서 한꺼번에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서 누적투표제라고도 한다. 현행 이사 선임 결의에서처럼 각 후보마다 별도로 한 표씩 행사하면 지분이 많은 대주주가 절대 유리하여 자신이 원하는 자들을 이사로 선임할 수 있다. 하지만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소수주주도 의결권을 하나에 집중시켜 자기가 원하는 이사를 뽑을 수 있다. 집중투표제는 이미 상법에 도입은 돼 있지만 의무 사항은 아니어서 정관으로 배제할 수 있는, 유명무실한 것이었다. 두 후보 모두 이를 의무화하자는데 생각이 일치하고 있다.
셋째로, 두 후보 모두 기업범죄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박근혜 후보는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의 횡령·배임죄에 대하여 형량을 높여서 △금액이 큰 경우에 집행유예를 금지하며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회계부정에 대하여 보다 엄격하게 처벌을 강화하고 △이러한 죄를 지은 사람들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표명했다. 이를 반대하는 쪽은 50억 원 이상의 횡령·배임에 대해 그 처벌을 징역 7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하는 것은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인 살인죄보다 형량이 무겁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미국 판례법에서 발달한 경영판단원칙(Business Judgement Rule), 즉 회사의 이사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다하고 그 권한 내의 행위를 하였다면 그로 인하여 비록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 하더라도 개인적인 책임을 지우지 않는다는 원칙을 명문화하자고 한다. 설사 경영판단원칙을 상법에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이사가 자신의 이익이나 특정 주주의 이익을 위하여 한 행위는 회사에 대한 충성의무(Duty of Loyalty)를 위배한 것으로, 동 원칙이 적용될 수 없다는 것도 함께 도입되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문재인 후보는 더 나아가 △중요 경제범죄에 대한 국민참여재판과 △유죄 판결을 선고받은 자에 대하여 회사 경영에서 일정기간 완전히 배제하는 제도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형사사건에 대해서 피고인의 신청을 조건으로 국민참여재판이 실시되고 있는데, 이를 재벌의 횡령·배임 사건 등에 본인이 원하지 않더라도 의무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자칫 마녀사냥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으며, 무엇보다도 헌법이 보장한 평등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기에 그 도입에 대하여 반대의 목소리가 크다.
▲ 하종선 변호사 |
이제 경제민주화의 방향을 선택하는 것은 유권자의 몫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