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멀티버스 사가’ 비판받아…일반 대중 사로잡아야 흥행 성공
오는 2월 12일 개봉을 확정한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는 1대 캡틴 아메리카였던 스티브 로저스의 절친이자 든든한 동료로서 그의 시작과 끝을 함께한 샘 윌슨이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가 돼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그린다. 사상 최대의 전투였던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에서 활약했던 샘 윌슨은 캡틴의 자리를 내려놓게 된 스티브 로저스로부터 방패와 캡틴의 칭호를 물려 받게 된다. 이후 '인크레더블 헐크'(2008)에서 첫 등장했던 새디어스 로스(해리슨 포드 분)가 대통령이 되고, 그와 재회한 뒤 국제적인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된 샘 윌슨은 전 계를 붉게 장악하려는 사악한 음모 뒤에 숨겨진 존재와 이유를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는 샘 윌슨이 공식적인 2대 캡틴 아메리카로서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를 이끌며 자신의 첫 솔로 무비를 선보이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무엇보다 원작인 마블 코믹스 속 샘 윌슨과의 놀라운 싱크로율이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를 향한 팬들의 기대감을 높이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원작 속 샘 윌슨은 신체를 초인으로 만드는 슈퍼 혈청을 맞지 않고 오직 강인한 정신력과 끊임없는 노력으로 달련된 체력과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진정한 캡틴의 자리에 오르게 된 캐릭터다. 이번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속 샘 윌슨 역시 혈청도, 초능력도 없이 오직 자신의 열정과 끈기만으로 방패의 새로운 주인이 되며 마블 코믹스 원작의 정통을 이어갈 '주인공' 캐릭터로서 활약을 예고했다.
다만 팬들의 기대와는 별개로, 작품을 가볍게 즐기길 원하는 대중들에겐 이 작품에 어느 정도 '거리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약 6년간 MCU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샘 윌슨이 공식적인 2대 캡틴 아메리카로 인정받고 활약한 것 모습은 OTT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팔콘와 윈터 솔져'(2020)에서 처음 이뤄졌기 때문이다.
디즈니엔터테인먼트의 OTT 서비스 플랫폼 디즈니+의 출시 후 마블 스튜디오는 극장용 영화와 이어지는 MCU 기반의 별개 스토리로 드라마를 제작, 디즈니+를 통해 공개해 왔다. '팔콘와 윈터 솔져'를 비롯해 '로키', '완다비전', '호크아이', '미즈 마블' 등이 그 예다. 이런 이유로 해당 드라마를 보지 않은 이들에겐 아직 팔콘으로 익숙한 샘 윌슨이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의 신작으로, 그것도 2대 캡틴 아메리카로서 이끄는 솔로 무비의 주인공이 됐다는 것이 낯설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어벤져스 시리즈' 또는 '인피니티 사가'로 분류되는 마블 페이즈 1~3이 종결되고 '멀티버스 사가'의 페이즈 4가 열렸을 때부터 마블 스튜디오는 다중 우주(멀티버스) 개념을 확장하기 위해 마블 코믹스 프랜차이즈 안 다수의 설정을 영화와 드라마에 각각 차용하고, 이 세계관을 다음 작품으로 연결되도록 만들었다. 예컨대 '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 종결된 인피니티 사가 이후 각 주요 캐릭터들의 현황을 드라마 '로키'(2021), '완다비전'(2021) 등을 통해 공개하고, 이 서사를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2022), '토르: 러브 앤 썬더'(2022)로 연결시키는 식이다. 마블 스튜디오의 대표인 케빈 파이기가 "앞으로 제작되는 마블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디즈니+를 통해 공개되는 드라마를 꼭 봐야 한다"고 언급했을 정도로 디즈니+ 드라마와 극장용 마블 영화는 깊이 연계돼 있다.
이 탓에 가볍게 작품을 소비해 왔던 일반 대중들은 영화 하나를 보기 위해 코믹스는 물론이고 디즈니+를 통해 공개되는 각종 드라마까지 시청해야만 영화 속 설정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처지에 놓였다. 마블이 이전만큼의 영광을 회복하지 못하는 데엔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어벤져스' 원조 멤버들의 퇴장도 하나의 이유지만, 이처럼 작품 하나를 놓치면 다음 작품을 100% 즐기기 어렵다는 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골수 팬이 아닌 이상 한 작품과 관련된 모든 부가 콘텐츠들을 전부 챙겨보는 일이 없는데 일반 대중들의 진입 장벽만 높여놨다는 비판도 페이즈 4 초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세대교체를 이뤄낸 '캡틴 아메리카'의 새로운 시리즈가 일반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 여부가 앞으로의 마블 무비 성패를 가릴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도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2022)에서 주인공 블랙팬서를 연기했던 배우 채드윅 보즈먼의 사망으로 여동생 슈리(레티샤 라이트 분)의 이른 세대교체가 이뤄지긴 했으나 작품 자체의 호불호가 극명히 갈렸었다. 멀티버스 사가를 이끌어 낸 페이즈 4의 다른 영화들도 기존 캐릭터의 솔로 무비임에도 불구하고 독립적인 서사를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만큼, '한 배우가 연기하는 기존 캐릭터이자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라는 두 가지 특성이 합쳐진 이번 새 영화가 어떤 차별점을 앞세워 흥행을 이끌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앞서 2011년부터 2019년까지 1대 캡틴 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로서 뜨겁게 사랑받았던 배우 크리스 에반스는 "샘 윌슨이 진정한 캡틴 아메리카"라며 새로운 캡틴의 탄생에 힘을 실어 팬들의 기대감을 증폭시킨 바 있다. 자신의 오랜 동료이자 샘 윌슨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 낸 앤서니 매키에 대해 "그보다 더 캡틴 아메리카 역할을 잘해낼 사람은 없다. 언제나 정의로웠고, 나 역시 앤서니를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정말 기대된다"고 과거 인터뷰에서 밝혔다.
한편 마블 스튜디오는 2월 12일 개봉하는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와 오는 4월 개봉 예정인 '썬더볼츠*', 디즈니+를 통해 공개되는 오리지널 시리즈 '데어데블: 본 어게인'(3월 공개)과 '아이언하트'(6월 공개)로 페이즈 5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페이즈 6의 첫 작품은 오는 7월 개봉이 예정된 '판타스틱4: 새로운 출발'이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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