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처 판단 따라 국토부 지침 손질 예정…매매업계 한숨 돌려, 플랫폼 업계는 다른 정보 고도화 나설 듯
#법제처 “매매용 자동차 취득원가 정보 제공, 동의 구해야”
지난해 12월 법제처는 매매용 자동차 취득원가 정보를 자동차 매매업자 동의 없이 제공해도 되느냐는 국토부 질의에 “동의가 없으면 제공할 수 없다”고 회신했다. 이는 지난해 9월 국토부의 법령 해석 의뢰에 따른 것이다.
앞서 중고차 업계에선 중고차 취득원가 서비스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4월 중고차 정보 제공 플랫폼 ‘카티’가 중고차 취득원가 서비스를 선보이면서다. 구매자가 과도하게 높은 가격에 중고차를 사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의 서비스였다. 하지만 중고차 매매업자 단체는 “영업비밀 침해”라며 반발했다.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한 관계자는 “매매업자는 자동차를 취득한 뒤 상품화 작업을 거친다. 차량마다 상품화 작업 비용이 다른데 취득원가를 공개하면 소비자들은 매매업자가 이익을 과도하게 남긴다고 오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관련기사 “국민 권익” vs “영업 방해” 중고차 플랫폼 ‘딜러 취득원가 표기’ 논란).
국토부는 매매용 자동차 취득금액 등 자동차 종합정보를 공공데이터포털을 통해 첨부형(오픈) API(응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자동차 매매업자는 자동차를 매매할 때 자동차 등록관청에 자동차 양도증명서를 제출한다. 국토부는 여기에 기재된 매매용 자동차 취득금액 정보를 2020년부터 공공데이터로 제공하고 있다. 자동차 매매업자에게 이 정보를 제공해도 된다는 동의를 받는 절차는 별도로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공공데이터법(공공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매매용 자동차 취득금액 정보를 공개했다. 공공데이터법 제3조 제1항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누구든지 공공데이터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제3조 3항에는 공공데이터 이용이 제3자의 권리를 현저하게 침해하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공공기관은 공개된 공공데이터에 대해 이용자 접근제한이나 차단 등의 행위를 하면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자동차관리법 제69조의 2에 따라 국토부는 자동차 소유자 등에게 자동차이력관리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자동차관리법 시행령 14조의 3은 자동차이력관리 정보 중 자동차 소유자 동의가 필요한 정보와 그렇지 않은 정보를 구분해뒀다. 문제는 자동차관리법 시행령 14조의 자동차이력관리 정보에 매매용 자동차 취득가액과 관련된 언급이 없다는 점이다.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측에서도 이 부분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제처는 “공공데이터법 등 다른 법령에 따라 제공할 수 있는지는 논외로 하고, 자동차관리법 시행령을 근거로 자동차 소유자 동의를 받지 않고 자동차 소유자 외의 자에게 제공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제처 해석은 법적인 효력은 없다. 법제처 측은 “법령 소관 중앙행정기관 등이 구체적인 사실관계 등을 고려해 다르게 집행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법제처 법령 해석에 따라 국토부는 행정 절차를 손볼 예정이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공공데이터법상 공공기관이 취득하고 있는 데이터는 공개가 원칙이다. 하지만 법제처 법령 해석을 토대로 공공데이터를 개방할 때 자동차 소유자 동의를 받는 방향으로 행정적인 개선 절차를 밟을 것 같다”라고 밝혔다. 한국교통공단 관계자는 “국토부에서 법령 해석을 참고해 향후 대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중고차 매매업자, 플랫폼 업체 엇갈리는 표정
중고차 매매업자 단체는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앞서의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한 관계자는 “영업비밀 침해 여부는 별도로 생각하더라도 매매업자 동의가 없으면 정보를 제공해선 안 된다는 판단이 나온 것”이라며 “대다수 매매업자는 매매용 자동차 취득금액 데이터 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실제 행정 절차에 변화가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중고차 정보 제공 플랫폼 업체는 중고차 취득원가 제공 서비스를 펼치기가 사실상 어려워졌다. 이와 관련, 카티를 운영하고 있는 오토피디아 한 관계자는 “상황을 지켜본 뒤 대응 방안을 고민하려 한다. 중고차 취득원가 외에도 최근 소비자들은 차량이 매물로 나온 기간이 얼마나 됐는지, 매매업자가 차량 가격을 몇 번 조정했는지 등의 정보에도 관심이 많다. 다른 정보를 좀 더 고도화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 같다”라고 밝혔다. 중고차 플랫폼 업계 한 관계자는 “느슨하게 보던 영역들을 더 까다롭게 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1년에 거래되는 중고차는 약 240만 대다. 2023년 기준 중고차 시장은 신차 시장보다 1.45배 크다. 중고차 피해 건수도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중고차 피해구제 신청은 2021년 94건, 2022년 112건, 2023년 124건으로 증가 추세다. 이 기간 피해구제 신청 사례 피해유형 중에는 ‘성능·상태 고지 내용과 실제 차량 상태가 다른 경우’가 80%(264건)로 가장 많았다.
이와 관련,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은 중고차 시장이 신차 시장보다 2배 정도 크다. 우리나라는 2명당 1대꼴로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지만, 미국은 대략 1명이 1대를 갖고 있다”며 “우리나라 중고차 시장이 지금보다는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경쟁 우위에 있는 플랫폼만 살아남겠지만 중고차 정보 플랫폼에 대한 니즈는 지금보다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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