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소확행’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작지만 진정한 행복’이라고 풀이되는 말이다.
일본의 세계적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수필에서 써서 유명해진 말이다. 그는 행복을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넣은 속옷이 잔뜩 쌓여 있는 것,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 쓸 때의 기분’ 등으로 정의했다.
보통 사람들은 이러한 일상의 소소한 행복으로 살아간다. 많은 이들이 드라마 같은 삶을 동경은 하지만 우리의 삶은 이처럼 무미건조하다. 그 속에서 잔잔한 일들을 만들어내고 그걸 겪으며 살아간다. 이런 정서는 누구나 누리지만 특별한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마치 공기같이 우리 주변에 머물러 있고, 일어나는 일이니까.
이처럼 평탄하고 평범한 일상에다 의미를 부여해 보편적 아름다움을 찾아낸 작가들은 의외로 많다. 미술사에 남은 작가도 있다.
그 중 에드워드 호퍼(1882-1967)가 떠오른다. 그는 도시의 일상적인 장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아메리카 리얼리즘의 대표작가로 불린다. 도시 중산층의 평범한 일상의 나른한 행복을 밝은 색채로 그려냈다. 호퍼의 대표작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은 20세기적 서정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까지 불릴 정도로 유명하다. 그 자신이 뉴요커였던 만큼 인공 불빛으로 뉴욕의 일상을 잡아냈다. 54년 동안 살았던 맨해튼 그리니치빌리지의 간이식당에서 영감을 얻어 그린 작품이다.
아직도 활발히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데이비드 호크니 역시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팝아트적 화면으로 그려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현대 중산층의 지극히 개인적인 정서를 평범한 일상생활을 그려내 공감을 얻고 있다. 최근에는 자신의 고향인 영국 요크셔 브랫포드의 풍경을 현장에서 그리는 작업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모노톤 풍경으로 주목받고 있는 김연도 이러한 맥락에서 눈에 띄는 작가다. 그는 먹으로만 풍경화를 그린다. 최근 우리 미술이 감각의 극대화로 치닫고 있는 추세에서 보면 역주행하는 그림이다. 시각적 주목도가 떨어지고, 언뜻 보면 스케치 상태로 보일 정도로 밋밋한 화면이다.
그럼에도 김연의 회화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감각의 쉼표’와도 같은 편안함을 주기 때문이다. 볼거리가 너무 많고 강한 자극에 지친 사람들에게 숨 쉴 공간을 열어주는 느낌이다. 이런 그림을 통해 그는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삶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평탄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김연의 단색 먹그림 풍경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아내는지도 모른다.
비즈한국 아트에디터인 전준엽은 개인전 33회를 비롯해 국내외에서 400여 회의 전시회를 열었다. <학원>, <일요신문>, <문화일보> 기자와 성곡미술관 학예실장을 역임했다. <화가의 숨은 그림 읽기> 등 저서 4권을 출간했다. |
전준엽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