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도 2월 중순 검찰 공소장, 탄핵심판에도 영향…야 ‘내란특검’ 압박, 여 ‘계엄특검’ 발의
공수처와 경찰 국가수사본부, 국방부 조사본부 등으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공조본)는 1월 15일 오전 10시 33분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성공했다. 주요 죄명은 ‘내란 우두머리’다.
윤 대통령 측은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해지자 자진출석 형식을 취하려 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공수처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0시 40분 서울 한남동 관저를 나온 윤 대통령은 10시 55분 정부과천청사에 위치한 공수처 건물에 도착, 예우 차원에서 진행하는 이른바 ‘티타임’은 갖지 않고 오전 11시부터 바로 피의자 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을 상대로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질문지 200쪽 분량의 여러 의혹을 추궁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진술거부권(묵비권)을 행사하며, 어떤 질문에도 답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조사를 시작할 때 피의자 본인을 확인하는 이름, 주소, 직업 등을 묻는 인정신문에도 대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조사가 끝나고 진행되는 조서 열람도 거부하고, 날인도 하지 않았다. 첫날 조사는 오후 9시 40분까지 약 10시간 40분에 걸쳐 이뤄졌다. 이후 윤 대통령은 경호처 차량을 타고 10분 거리에 있는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이송, 피의자 대기실에 구금돼 하룻밤을 보냈다.
둘째 날 윤 대통령은 공수처 재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윤 대통령의 건강이 좋지 않고, 전날 충분히 입장을 얘기해 더 이상 조사받을 게 없다”고 전했다.
셋째 날 소환조사 통보에도 윤 대통령이 불응하면서 공수처는 추가 소환 없이 구속영장 청구 수순을 밟았다. 공수처 관계자는 1월 17일 “(체포 마감시한이) 오후 9시까지라 재소환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구속영장 청구 준비는) 거의 마무리됐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이날 오후 체포영장이 발부된 서울서부지법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적용 혐의는 내란 우두머리와 직권남용이다.
윤 대통령 측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서울서부지법에 관할권이 없고 서울중앙지법에 있다는 주장을 또 다시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어 내란죄의 공수처 수사권을 문제 삼으며,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도주 우려가 없다는 점도 주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윤 대통령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도 불출석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 경우 윤 대통령은 서울구치소에서 구속심사 결과를 기다리게 된다.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즉시 서울구치소에서 입소 절차를 밟게 된다.
법조계에서는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을 높게 점친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구속영장 발부 요건은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라며 “윤 대통령은 수사기관의 세 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했고, 체포영장 집행도 경호처를 앞세워 거부했다. 체포돼서도 묵비권을 행사하고 조사에 나가지 않는 등 불응하고 있다.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조건은 충족한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구속되면 현직 대통령으로서 헌정 사상 최초의 일이다.
물론 구속영장이 기각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그럴 경우 윤 대통령은 한남동 관저로 귀가해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받게 된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이 최악의 상황을 자초했다는 평가가 많다. 12·3 비상계엄 이후 탄핵심판, 소환조사, 체포영장 등에 거부를 남발하면서다. 윤 대통령 측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과 서울서부지법, 서울중앙지법의 체포영장 관련 각종 이의를 제기하고 있지만 모두 기각됐다.
윤 대통령 측은 탄핵심판 변론기일 이의 신청을 제출했지만, 헌재가 일축했다. 헌재는 변론기일 변경신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계선 헌법재판관 기피 신청도 했지만, 기각됐다. 변호인들이 12·3 비상계엄 관련 수사기록을 증거로 채택하지 말아달라며 이의 신청을 냈지만, 헌재가 이마저도 기각했다.
공수처가 서울서부지법에 청구해 발부된 윤 대통령 체포영장에 대해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권한이 없는 기관의 영장청구인 만큼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어 윤 대통령 측이 제기한 체포·수색영장 집행 이의신청 역시 서울서부지법에서 기각됐다. 윤 대통령 체포 이후 변호인단이 체포의 적법성 여부를 가려달라며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한 윤 대통령 체포적부심도 기각됐다.
앞으로의 절차도 윤 대통령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공수처는 체포영장을 집행한 날로부터 10일 동안 윤 대통령을 구속 상태에서 조사할 수 있다. 이어 검찰이 사건을 넘겨받아 10일 동안 추가 조사를 거쳐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법조계 출신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만약 윤 대통령이 공수처 경찰 등의 조사에 성실히 응해 구속되지 않았다면, 수사기관도 기소 시점을 고심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구속되면 20일 안에 기소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기소하면 늦어도 2월 중순경 검찰 공소장이 나온다. 앞서 민주당 관계자는 “공소장에는 검찰 수사 단계에서 확인된 윤 대통령의 범죄 혐의 사실관계가 적시된다. 공소장도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증거로 제출된다. 탄핵심판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점쳤다.
윤 대통령이 체포되면서 헌재의 탄핵심판도 인용 결론이 유력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야권 한 관계자는 “만약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을 기각한다면, 윤 대통령은 구속수감된 상태에서 대통령직에 복귀하는 것이냐”며 “헌재의 판결이 그렇게 사회 혼란을 야기하는 방식으로 나오진 않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내란 수사를 본격적으로 다룰 특별검사 출범을 위한 ‘내란 특검법’도 윤 대통령 숨통을 조여 오고 있다. 내란 특검법은 2024년 12월 국회를 통과했지만,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한 차례 폐기된 바 있다.
민주당 등 야6당은 곧바로 두 번째 내란 특검법을 발의했다. 이번 특검법에는 수사대상에 윤 대통령 등 주요 인물들의 외환 행위·외환 범죄 혐의를 추가했다. 대신 특검 후보자를 대법원장이 추천하고, 야당은 비토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조항을 수정했다. 수사 인력과 기간도 축소했다. 정부여당이 반대한 문제 요소를 제거, 최 대행과 국민의힘이 특검법에 반대한 명분을 없앴다는 입장이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자체 ‘비상계엄 특검법’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기존 야당의 특검안에 명시된 11개 수사 혐의 중 내란 선전·선동죄와 외환죄 등을 제외하고, 국회의사당·중앙선거관리위원회 마비 및 정치인 체포·구금 의혹 등 5개 혐의로 축소했다. 특검 후보는 대법원장이 3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고, 특검의 수사기간과 인원의 경우 ‘상설특검’ 규정에 따라 대폭 축소했다.
국민의힘이 자체 특검법을 발의한 것은 고육지책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내란 특검에 대해 ‘부결’을 당론으로 정해왔다. 그럼에도 최 대행의 거부권 행사로 진행된 지난 첫 번째 내란 특검법 재표결에서 재석의원 300명 중 찬성 198표로, 국민의힘 내부에서 최소 6표의 이탈표가 발생했다. 2표만 더 찬성으로 돌아섰으면 재의결이 될 뻔했다.
이후 현직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이라는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관저에 방어막을 설치하고 버티다가 결국 체포된 상황을 국민들이 목도했다. 계속해서 내란 특검을 반대하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는 상황. 당 내부에서도 ‘특검 반대’ 단일대오에 균열이 가고 있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왔다.
앞서 야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 체포로 사실상 조기 대선이 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내란 특검법이 정부여당 반대로 막히고, 차기 대선에서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 현재 발의한 내란 특검법보다 더 센 특검법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 그땐 국민의힘이 거부권 행사 등 막을 방법이 없다. 이에 어쩔 수 없이 자체 특검법을 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엄 특검법으로 당내 이탈표 방지 효과도 있다. 1차 내란 특검법에 찬성표를 던졌던 김상욱 의원도 “우리가 준비한 특검법안이 있기 때문에 그쪽으로 힘을 실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으로선 특검법 통과를 위해 여야 합의안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합의안 도출이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당초 야당은 1월 17일 국회 본회의에서 특검법을 처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지연되고 있다.
여야는 이날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다른 안건을 처리한 후 다시 정회에 들어갔다. 의원총회를 거쳐 다시 협상에 임할 예정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윤 대통령도 체포됐고, 비상계엄으로 인한 비상상황을 정리하고 한국의 불안정성을 빠른 속도로 해소하길 원하고 있다”며 “협의가 잘 안되면 오늘밤 늦게까지라도 문을 걸어 잠그고 합의하는 심정으로 상호 간 양보했던 정신을 좀 더 높여서 합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당이 협의를 통해 의견 접근을 이룬다면 합의된 내용을 담은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다. 하지만 합의가 불발되면 야당의 ‘내란 특검법’이 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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