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해당 기업들, 불법적 식민지배 직결 행위로 피해자에 육체·정신적 고통 안겨”…개인 배상청구권 인정
‘일요신문i’ 취재 결과,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법 민사69단독(이진영 부장판사)은 강제동원 피해자인 고 고점곤 씨와 그의 유족이 일본제철 주식회사(이하 일본제철)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일본제철을 상대로 사망한 피해자에 대한 배상금 1억 원을 배우자, 자녀 등 상속인들에게 상속분대로 나눠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르면 고 씨의 상속인들은 일본제철로부터 약 3000여 만 원을 지급 받아야 한다. 고 씨는 1944년 2월부터 1945년 11월까지 일본 후쿠오카에 위치한 야하타제철소에 강제로 끌려가 일했다.
이날 재판부는 강제동원 피해자 고 방영주 씨의 유족들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유족들에게 지급돼야 할 피해자 위자료 1억 원을 인정하고 상속인들에게 상속분대로 나눠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방 씨의 상속인 3명은 일본제철로부터 약 2000여 만 원을 지급 받아야 한다. 방 씨는 일제 국민징용령에 의해 1942년 1월부터 1945년 7월까지 고 씨와 같은 야하타제철소에 강제동원됐다.
강제동원 피해자 배 아무개 씨도 지난 16일 미쓰비시중공업 주식회사(이하 미쓰비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69단독은 “미쓰비시는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1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배 씨는 1943년 일본 정부로부터 징용 통지를 받고 나가사키 미쓰비시조선소에서 강제노역을 했다. 1945년 8월 9일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에 피폭돼 상해도 입었다.
고 씨와 방 씨 측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새솔 전범진 변호사는 “최근 지속적으로 강제동원 판결 승소가 많아지고 있다”며 “정부 입장에서 기존 재단을 통한 피해자 및 유족 보상과 다른 방식으로 해당 일본기업들이 관여하는 방식 등의 배상 방식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피해자들의 강제노동에 대해 일본제철과 미쓰비시가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가담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에 “당시 불법적인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의 수행에 직결된 행위로 피해자들에게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안겨준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제철과 미쓰비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맺으면서 강제동원 배상 책임이 이미 소멸했다고 주장했다. 2018년 1월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도 NHK로 생중계된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구 조선반도(한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말한 바 있다.
재판부는 강제동원 피해자 개인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대우교수는 “일본 전범기업들이 왜곡된 주장을 하고 있다”며 “1991년 일본 외무성에서 강제동원 피해자 개인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다고 밝혔고 일본 정부에서도 당시 공식적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제철과 미쓰비시는 관할권 문제를 거론하며 해당 사건을 일본 법원이 가져가야 한다는 입장도 내놨다. 하지만 우리 법원은 피해자들과 사건의 밀접한 관련성을 들어 대한민국 법원의 재판관할권을 인정하고 있다.
일본제철과 미쓰비시는 항소할 가능성이 있어 법적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전범진 변호사는 “일본기업은 반드시 항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 관계자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문제는 인권의 문제이고 정의라는 관점에서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사죄하고 배상해야 한다”며 “이번 판결이 반드시 이행될 수 있도록 굴욕적 친일 외교를 중단하고 대한민국 정부로서 역할을 다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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