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구속 상태면 통수권자 공백 인해 인용 불가피”…지지자들 난동도 파면 이유로 추가될 가능성
#박근혜 전 대통령 결정문 뜯어보니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은 헌재가 3차례의 변론준비기일, 17차례의 변론을 거쳐 2017년 3월 10일 재판관 8명 전원 찬성으로 탄핵이 인용됐다. 당시 헌재 재판관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사유들을 하나하나 살피면서도 박 전 대통령의 대응 태도나 지지율도 탄핵 사유로 거론했다.
당시 이정미 소장 권한대행은 결정문 요지를 낭독하며 박 전 대통령이 대국민담화 등을 통해 ‘검찰·특별검사의 조사를 성실히 받겠다’고 선언하고도 오히려 말을 바꾸고 사실을 은폐하려 한 정황을 문제 삼았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했던 말과 달리 검찰이나 특별검사의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도 거부했다.
또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이 제대로 된 통치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구속된 상태는 아니었지만 박 전 대통령을 향한 여론은 우호적이지 않았다. 탄핵 심판 이틀 후인 3월 12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MBN·매일경제 의뢰로 실시했던 ‘정국현안 긴급 대국민 여론조사’에서 대구경북 지역 응답자 중 75%가 ‘헌재의 탄핵인용은 잘한 것’이라고 답할 정도였다. ‘잘못했다’는 20.5%에 불과했다. 당시 전국 평균도 ‘탄핵 인용 찬성’ 여론이 86%에 달할 정도였다. 헌재가 기각을 결정하더라도 대통령으로서 통치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에 국가적 이익과 손실을 고려한 것이다.
당시 헌재는 결정문에서 “피청구인(박근혜)의 법 위배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게 된 부정적 영향과 파급 효과가 중대하므로, 국민으로부터 직접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인정된다”고 언급했다. 대통령을 파면했을 때 헌법과 민주주의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파면 결정으로 인한 정치·사회적 후폭풍보다 더 큰지 따져본 것이다.
#구속으로 불리해진 윤 대통령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구속이 헌재 심리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구속의 불법성을 놓고 다투거나 공수처의 수사에 불응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 때처럼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고 해석될 수 있다. 구속된 것은 ‘내란 재판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국정 공백이 발생한 상황이 대한민국 정치에 끼칠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다’고 해석할 여지가 높다.
헌재 파견 경험이 있는 한 판사는 “대통령의 탄핵 결정이 한 차례 있었기 때문에 헌재 재판관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때 어떻게 심리를 했고, 어느 지점을 고심해서 탄핵 결정을 내렸는지 찬찬히 분석해 그 틀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며 “여론에 휩쓸려 탄핵심판 결론을 내렸다고 비판받을 수 있어 부담이 적지 않을 텐데 윤 대통령이 구속이 되면서 ‘정치적 공백으로 인한 탄핵의 불가피성’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서울서부지법에 대한 지지자들의 난동과 폭행의 책임도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전가될 수 있다. 그 후폭풍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도 윤 대통령의 파면 이유로 추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고등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 역시 “헌재가 초반부터 ‘내란 혐의의 형사법 위반은 다투지 않겠다’고 한 것은 위헌 여부만 보겠다고 하는 것인데 윤 대통령이 구속된 것을 헌재는 ‘예비적으로 법원에서 유죄를 판단한 셈’으로 해석할 것”이라며 “탄핵의 인용과 기각을 결정하기까지 법원에서 1심이 끝나지 않을 것이기에 구속된 것을 재판관들이 결정에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변수는 지지율…윤 던질 ‘법적 대응’ 변수
다만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때와 다른 것은 지지율이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탄핵 정국을 거치며 직무 긍정률이 4%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한국갤럽이 2016년 11월 4주~12월 1주 차 조사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 직무 긍정 대답은 4%에 불과했다. 탄핵 인용 판결에 국민 10명 중 8~9명이 ‘찬성’했을 정도로 헌재의 탄핵 심리가 진행되는 내내 10~20%대 낮은 지지율에 그쳤다. 반면 윤 대통령의 경우 일부 여론조사에서 지지 응답이 40%가 넘는다는 결과가 나올 정도로 지지율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 측에서 지지율을 기반 삼아 구속적부심이나 보석 신청 등 ‘풀려나기 위한 시도’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당장 헌재 심리에 대한 방어권 보장의 문제나 현직 대통령에 대한 명예 부분을 고려해 구속적부심이나 구속집행정지를 신청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또 보석금을 내는 조건으로 석방을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헌재 심리와 공수처 수사 및 검찰 기소까지 고려해 ‘하나의 입장’으로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곧바로 법적 조치를 하기보다 2~3주 정도 기다린 뒤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정 변경이 있고, 석방을 해 줄 수 있는 상황일 경우 구속적부심 등에서 조금 더 유리한 판단을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 업무를 맡은 바 있는 법조인은 “구속적부심은 체포적부심과 달리 1명이 아니라 3명의 합의부 판사님들이 수일에 걸쳐서 고민해서 신중하게 내리는 결정이기 때문에 조금 더 꼼꼼하게 증거 자료 등을 살펴보고 바뀐 상황 등을 함께 고려해 판단한다”며 “기소된 뒤라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다며 헌재 심리를 위한 방어권을 주장할 경우 판사들 중 일부는 받아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앞선 고등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구속 상태의 현직 대통령인지, 불구속 상태의 현직 대통령인지는 ‘국가 통수권자’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재판관들에게 끼칠 영향이 엄청날 수밖에 없다”며 “윤 대통령 측도 이를 알기에 어떻게든 구속 상태만 면하기 위해 모든 카드를 꺼내 들지 않겠느냐”고 풀이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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