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고유가에 원재료 나프타 값 상승 부담…정부의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 세부 방침에 촉각
#'탄핵 여파' 경제 불안까지 겹쳐
최근 미국의 러시아 제재 여파로 국제유가가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월 20일 기준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배럴(bbl)당 84.61달러로, 지난해 12월 평균(73.23달러) 대비 11.38달러 증가했다. WTI(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와 브렌트유 가격도 상승세다. 1월 20일 기준 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77.88달러로, 지난해 12월 평균(69.7달러) 대비 8.18달러 증가했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80.79달러로 지난해 12월 평균(73.13달러) 대비 7.66달러 증가했다.
석유 정제물의 일종이자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의 가격도 상승했다. 1월 셋째 주 동안 평균 나프타의 가격은 톤(t)당 683달러다. 지난해 12월 평균 673.64달러에서 10달러가량 올랐다. 최근 탄핵 정국 여파로 인한 경제 불안과 강달러 기조까지 겹치면서 원가 부담이 커졌다.
석유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힘든 시기를 겪은 가운데 원가 부담이 커지는 등 올해도 업계 분위기가 좋지 않다”며 “실적 개선을 위한 스페셜티(고부가 제품) 소재 전환 등 어려운 상황에 대응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석유화학업계는 전방 수요 회복 지연에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침체기를 겪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20년부터 석유화학 자급률 제고, 공급망 내재화를 앞세워 대규모 설비 증설에 나섰다. 그 결과 중국은 석유산업 핵심 원료인 에틸렌 생산 능력을 2019년 2711만t에서 2023년 5174만t으로 4년 만에 두 배가량 늘렸다.
중국의 물량공세 탓에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 가격에서 나프타 가격을 뺀 값)는 2022년부터 안정적 손익분기점인 300달러 밑을 맴돌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에틸렌 스프레드는 지난해 10월 평균 110.92달러를 기록했다. 11월 평균 195.28달러, 12월 평균 212.03달러로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최근 나프타 원가가 급등하면서 올해 1월 셋째 주 평균 에틸렌 스프레드는 152달러로 상승세가 꺾였다.
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 등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의 실적은 악화일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LG화학의 영업이익은 4984억 원으로 전년 동기(8604억 원) 대비 42.1% 감소했다. 석유화학 부문에서는 영업손실 382억 원을 기록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영업손실 4032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영업이익이 5281억 원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실적 하락세가 상대적으로 가파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66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전년 동기(영업손실 318억 원) 대비 적자폭이 커졌다.
#지원 구조 개편 인센티브 정책, ‘약발’ 먹힐까?
정부는 깊은 부진에 빠진 석유화학 산업의 사업 재편 지원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2월 23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주재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도 석유화학업계 불황 원인이 전 세계적 대규모 NCC(나프타분해시설) 설비 증설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간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대규모 NCC 설비에 값싼 원료를 투입, 수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중국·중동 등 후발주자들의 공급과잉으로 수출 의존형 전략이 한계에 부딪혔다고 분석했다.
이에 정부는 설비 폐쇄, 사업 매각, 합작법인 설립, 설비운영 효율화, 신사업 M&A(인수합병) 등 자발적인 사업재편 유인을 위해 다양한 법제 정비, 금융·세제 지원책을 시행할 방침이다. 또 레드 오션으로 평가받는 범용 석유화학 제품 생산 체계를 고부가·친환경 소재 위주로 전환하기 위한 연구개발(R&D) 지원도 강화할 예정이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자발적인 구조 개편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으로 정부 정책이 정해졌기 때문에, 연중 구조조정이 탄력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1월 초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편광판 사업부를 중국 업체에 매각한 LG화학은 여수 NCC 2공장 매각도 검토 중이다. 효성화학도 1월 23일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특수가스 사업을 그룹사인 효성티앤씨에 매각하는 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석유화학업계는 정부의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에 환영하는 분위기다. 앞서의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산업은 규모가 크다 보니 단기간에 체질 개선하기가 힘든 측면이 있다”며 “정부 지원을 통해 구조조정 속도를 조금 더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정부의 방안이 구체적으로 나와야 사업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석유화학업계 다른 관계자는 “12월 발표된 정부 방안에서 주 타깃은 NCC 설비를 갖춘 회사들이기 때문에 관련이 적은 회사 입장에서는 아쉬운 대목”이라며 “올해 중 추가 대책이 나오는 등 구체적 방안이 나오면 업체들이 이를 보고 사업 방향성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
-
투자자들 마음속엔 이미 상용화? 서학개미 새해 첫 승부처 '양자컴퓨터'
온라인 기사 ( 2025.01.17 16:07 )
-
“48억 전액 지급” 클래스101, 위워크와 체납 임대료 소송 패소 전말
온라인 기사 ( 2025.01.16 18:18 )
-
네이버·쿠팡도 속수무책…악의적 지재권 분쟁에 이커머스 멍든다
온라인 기사 ( 2025.01.17 13: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