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갈등’에 노조 파업 넘어 원정 투쟁 예고…서강현 대표 언제쯤 등판할지 관심 쏠려
현대제철 노사는 지난해 9월 시작한 임단협을 해가 넘긴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지난 9일 사측은 ‘기본급 10만 원 인상안’을 제안하면서 지난해와 올해 단체교섭 성과급을 병합해 올해 교섭 시 논의하자고 노조에 제안했다.
현대제철 노조는 사측의 이러한 제시안을 두고 지난해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15만 98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사상 최대 규모 성과급 지급 △차량 구매 대출 시 2년간 1000만 원 무이자 대출 지원 △정년퇴직자 대상 3년마다 차량 20% 할인 지원 등을 사측에 요구한 바 있다.
노조는 현대차그룹 내 계열사 간 차별 대우가 발생하고 있다며 현대·기아차 특별성과급과 비슷한 수준으로 성과급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중국발 공급과잉과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철강 수요 둔화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해 노조의 요구안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실제 현대제철·동국제강 등 국내 철강사들은 지난해부터 철근생산량 축소와 철강재 감산 기조를 보이고 있다. 중국, 일본 등 저렴한 철강재 물량이 다량 수입되며 공급과잉 현상 등을 보여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건설경기 불황도 겹쳤다.
사측은 성과급이 영업실적에 따라 지급되는데 실적 악화 상황 속 노조의 역대 최대 규모 성과급 요구가 과하다고 주장한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제철 영업이익 추정치는 3000억 원 수준으로, 이는 전년 영업이익 7983억 원 대비 60% 이상 급감한 수치다. 현대제철은 노조 요구대로 성과급을 지급하면 사실상 ‘마이너스’라고 주장한다.
노조는 사측과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충남 당진공장 냉연 생산라인 가동을 멈춰 세웠다. 21일 오전 7시부터 22일 오전 7시까지 24시간 동안 냉연공장을 가동하지 않기로 했다. 22일 오전 7시부터는 노조 간부들이 24시간 파업을 이어간다. 총 48시간 파업이다. 노조원들은 현장에서 철수하지만 협정근로자가 남아 설비 보호를 위한 필수 유지 업무만 수행한다.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 생산량이 줄어든다 해도 당장 영업 등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생산 라인이 일시적으로 멈춰도 재고 여유분이 남아 있어 거래처 물량 공급 등에 차질은 없다”고 말했다. 노조는 사측이 받아들일 만한 제안을 하지 않으면 오는 2월 1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에서 총파업 투쟁을 벌이겠다고 예고한 바 있어 긴장이 지속될 전망이다.
한영진 전국금속노조인천지부 현대제철지회 기획부장은 21일 ‘일요신문i’에 “노조 요구안을 양보할 생각은 없다”며 “사측도 성과급 지급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일정대로 21일부터 파업을 진행하며 설날 이후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에서도 총파업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노조 관계자 A 씨도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A 씨는 “지난해부터 진행된 임단협은 전년 성과로 진행되기에 8000억 원 수준 영업이익을 기록한 해의 성과급을 지급 못 한다는 사측의 논리가 이해되지 않는다”며 “지난해 실적 악화 등은 올해 임단협에서 말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 노사 간 전운이 감돌면서 서강현 대표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서 대표는 신년사를 통해 “올해도 큰 변화 없이 글로벌 저성장 기조가 이어질 예정”이라며 “수출 경쟁력 강화와 현지 판매체제 구축이 필수 과제로 부각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수익성은 악화하는데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예고한 관세 폭탄 등도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어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북미지역은 현대제철 수출 물량의 약 33.7%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제철과 현대차그룹은 이러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미국에 70억 달러(10조 원)를 투자해 자동차 강판을 생산하는 제철소 건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분기 기준 현대제철 보유 현금성 자산은 1조 700억 원 수준이며 차입금은 약 10조 원으로 알려졌다. 이재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철소 건설 등과 관련해 “투자 자본을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의 합작법인으로 진행하거나 현대제철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은 수익성 개선과 동시에 미국 제철소 건설 투자를 고려해야 하는 등 돈과 관련해 산적한 과제가 많다”며 “이 와중에 최대 성과급을 요구한 노조 입장이 당황스러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강현 대표의 올해 임단협 등판 시기에 관심이 집중된다. 서 대표는 지난해 3월 노조를 설득해 2023년 임단협 노사 이견을 좁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바 있다. 현대제철 안팎에서도 서 대표가 나서서 임단협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음 달 예정된 서울 양재동 총파업은 현대제철 노사 갈등이 그룹까지 번지는 모양새여서 서 대표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나온 임단협 논의 말고는 설명할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정동민 기자 workhar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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