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F푸드 통해 급식·식자재 유통 진출 검토 가능성…LF “관련 사업 하고 있지 않아, 이익 판단 어려워”
LF는 LG그룹 2대 회장이었던 고 구자경 회장의 첫째 동생인 고 구자승 회장이 물려받은 회사다. 그리고 둘째 동생이 아워홈을 물려받은 고 구자학 회장이다. 구자승 회장과 구자학 회장은 한 살 차이 형제간이다. 이 때문에 2007년 처음 LF가 식품사업에 뛰어들 때 아워홈은 넌지시 아쉬움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LF푸드는 아직 아워홈의 주력인 급식 서비스는 하지 않고 있는데, 아워홈이 한화로 넘어가면 급식 사업과 급식과 연관된 식자재 유통사업을 검토하지 않겠냐는 것이 LF 안팎의 전망이다. 범LG그룹 계열사들이 입주해 있는 건물 요식업장에 LF푸드가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부동산금융과 식품, LF의 새로운 두 날개
LF그룹의 특징은 사업 다각화를 많이 시도한다는 점이다. 다른 범LG그룹들은 형제 기업의 영역을 침범할 수 있다는 이유로 소극적으로 나서는 데 반해 LF는 어느 정도의 충돌은 감내하겠다는 듯 여러 영역에 진출하고 있다.
LF가 LG그룹에서 떨어져 나온 시기는 2006년이다. 2004년 구자승 회장의 장남 구본걸 당시 부문장(현 회장)이 적을 옮겨오면서 계열 분리가 예고됐고, 실행에 옮겨진 것은 2006년 LG상사(현 LX인터내셔널)와의 인적분할 때다.
LF가 패션 외의 영역에 도전하겠다고 공식화한 것은 2014년이다. 당시까지는 계열 분리에도 불구하고 LG패션이라는 사명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2014년 ‘Life in Future’라는 의미의 LF를 쓰기 시작했다. ‘고객 개개인에게 알맞은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하는 미래 생활문화 기업’이란 의미로 패션 외의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외부에 공표했다.
현재 LF가 하고 있는 사업은 패션 외에 부동산금융과 벤처투자, 식품이다. 당초 가장 기대가 높았던 것은 부동산금융이다. 코람코자산신탁은 국내 민간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1위 기업이다. LF그룹이 코람코자산신탁을 인수한 2019년만 해도 1034억 원이었던 매출이 2021년 2542억 원으로 폭증했다. 그러다가 2022년 2363억 원으로 다소 주춤하더니, 세계적인 고금리와 부동산시장 침체로 2023년 매출은 1298억 원에 그치면서 2년 만에 반토막 났다.
코람코자산신탁은 지난해는 반등했다. 광화문 케이스퀘어시티 빌딩, 삼성동 골든타워, 삼성화재 서초사옥(더에셋강남) 등을 우려했던 것보다는 좋은 가격에 매각했기 때문이다. 올해 또한 내부적으로는 기대가 크다. 경쟁사인 이지스자산운용, 마스턴자산운용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있어 코람코자산신탁으로 일감이 많이 몰리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글로벌 금리가 하향 안정된다면, 코람코자산신탁 또한 2021년의 고점을 회복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그룹 차원에서는 조금 더 안정적인 사업을 키울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로 식품이다. LF푸드는 식품 제조, 유통, 외식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대표 브랜드로는 일식 브랜드 ‘하코야’, 즉석 간편 제품 ‘모노키친’이 있다. 사업 초기엔 하코야 외에 프리미엄 씨푸드 뷔페 ‘마키노차야’가 있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자 이 사업은 매각했다. 이후 2017년 일본 식자재 유통 업체 모노링크를 인수하고 2020년 합병을 통해 간편식 모노링크 위주로 사업을 재편했다.
2023년에는 면 제조업체 한스코리아도 인수해 가정간편식(HMR) 영역을 공략하고 있다. 식품 사업 부문은 2023년 연결 기준 3650억 원으로 전체 LF 내 매출 비중이 15.7%에 달한다.
아워홈은 2023년 기준 단체급식과 외식 등 식음료부문 매출 비중이 59%, 식자재 유통 및 식품제조 등 식품유통부문 매출이 41%다. LF푸드는 자회사인 구르메에프앤드비코리아와 함께 식자재 유통 및 식품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다만 변수는 한화의 아워홈 인수가 순탄할지 여부다. 구지은 전 아워홈 부회장은 아워홈 매각에 반발하고 있다. 사모펀드 어펄마캐피탈과 손잡고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데, 인수 가격이 1조 5000억 원으로 너무 비싸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구지은 부회장은 매각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한화와 아워홈 현 경영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2월 내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한다는 방침이다.
#사업 다각화 이뤄냈지만 주가는 시큰둥
LF는 이 외에 벤처캐피털(VC)도 하고 있다. 범LG가 VC는 고 구자학 회장의 바로 다음 동생인 구자두 회장이 이끌었던 LB인베스트먼트가 전담했는데, 대기업 전반적으로 VC나 신기술금융회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금은 대부분 그룹사가 하나씩은 갖고 있다. 2022년 설립된 신생 VC인 LF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모태펀드 출자사업 위탁운용사(GP)로 선정되면서 400억 원 넘는 블라인드 펀드를 결성했다.
LF 전체적으로는 사업 다각화가 자리 잡아가는 모습이지만, 문제는 주가에는 별로 반영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LF는 2006년 분할 당시 시가총액이 6000억 원가량이었다가 한때 1조 5000억 원 근처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현재는 4000억 원대에 머물고 있다.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신영증권은 지난해 11월 보고서에서 LF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대비 3.5%, 61.4% 증가해 1조 9696억 원, 1485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LF의 2007년 매출이 7000억 원대였으니 당시보다는 3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시가총액이 뒷걸음질 치는 데 대해 증권가에서는 LF의 패션 사업이 정체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LF를 식품이나 부동산 금융을 보고 투자하는 펀드매니저가 없는 만큼 패션에서 존재감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LF는 LG패션이던 시절, 명실상부한 국내 1위 패션회사였다. 2010년엔 국내 패션 기업 중 처음으로 매출 1조 원 돌파의 기록도 썼다. 그러나 2014년 이후 사업다각화에 골몰하는 사이 패션 분야에선 경쟁력이 약해졌다. 당시 한참 밑이었던 휠라홀딩스, F&F 등은 모두 지금은 시가총액 2조 원 이상으로 LF보다 5배 이상 크다. LF는 이제는 영원무역, 한세실업 등에도 밀린다. 매출이 수년째 1조 5000억 원 수준에서 머물고 있는 데다 골프, 스포츠웨어 등에서 성적이 좋지 않아 철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패션업을 담당하는 한 증권사 연구원은 “LF는 금융과 식품 등을 강화하면서 중견그룹으로서 위상을 잡아나가고 있기는 하다”면서도 “본업에 더욱 집중하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점은 주가를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LF 관계자는 “아워홈이 한화에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시하고 있지는 않다”면서 “LF가 급식 관련 사업을 하고 있지 않아 어떤 이익이 있을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
투자자들 마음속엔 이미 상용화? 서학개미 새해 첫 승부처 '양자컴퓨터'
온라인 기사 ( 2025.01.17 16:07 )
-
남양유업, 201억 원 규모 자사주 소각해 주주가치 제고 나서
온라인 기사 ( 2025.01.17 16:13 )
-
[단독] 앞으론 동의 없인 정보 제공 없다…중고차 취득원가 논란 일단락
온라인 기사 ( 2025.01.17 16:4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