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약진 ‘거품’ 가능성, 오세훈 홍준표 한동훈 3자구도 유력…시간 촉박해 정계개편 ‘난망’
최근엔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지만 지지율이 급상승 중인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을 비롯해 새로운 인물이 누가 나올지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확실한 후보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여권이 반 이재명 세력을 비롯한 3지대와 손을 잡고 정계개편을 추진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나오기도 한다.
#김문수 급부상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차기 여권 대선 주자 가운데 가장 높은 지지율을 쏘아 올리자 그의 대권 등판 가능성이 점쳐진다. 김 장관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슬금슬금 대선 후보로 이름을 올리더니 최근 나온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보수진영 후보 중 1위로 올라섰다.
일요신문이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에 의뢰, 전국 18세 이상 남녀 유권자 1013명을 대상으로 1월 12일부터 1월 14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 ±3.1%포인트)에서 김 장관은 ‘범보수 여권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1위를 차지했다. 지지율은 20.0%였다. 한동훈 전 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각각 10.2%와 9.6%로 뒤를 이었다. 유승민 전 의원 8.2%, 홍준표 대구시장 8.0% 순이었다(자세한 사항은 한길리서치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역대 대선에서 깜짝 후보가 등장한 사례는 적지 않았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직전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신데렐라로 나타났다. 검찰총장 출신인 그가 대선에까지 출마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윤 대통령은 홍준표 유승민 원희룡 등 여권 터줏대감들을 모두 제치고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승리를 거둔 뒤 대권을 거머쥐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당내 경선 1년여 전인 2001년만 하더라도 유력한 대선 후보로 오르내리진 않았다. 그러나 2002년 3월 국민경선제를 통해 인지도를 높이며 무서운 속도로 세력을 키웠고 경선이 끝난 그해 4월말 지지율이 60%대까지 치솟았다. 신데렐라의 대반전극을 대선 무대에 올린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야권의 강력한 후보였던 이회창을 꺾고 청와대로 갔다.
김문수 장관은 대선 출마에 대해 손사래를 치면서도 주변엔 의지를 드러내 보이고 있다는 게 관가의 전언이다. 김 장관이 연일 현장 행보를 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 받아들여진다. 세종 관가 관계자들은 탄핵 정국에서 “여러 장관 중 김 장관이 가장 열심히 일한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 김 장관과 가까운 한 정치권 인사는 “본인 스스로가 (지지율에) 놀라고 있다. 대권 출마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이긴 했는데 속마음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김 장관은 오랜 정치인 생활을 한 경험을 살려 정치적 발언도 잊지 않고 있다. 그는 1월 6일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에서 노동부 기자단과 만나 윤 대통령 체포 시도에 대해 “너무 가혹하고 심하다. 민심이 뒤집어지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김 장관은 “현직 대통령인 만큼 기본적인 예우는 갖춰야 하는데 너무 나가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일반인에 대해서도 그렇게는 안 할 것”이라고 했다.
김 장관은 “2심까지 유죄 받은 국회의원들도 많고, 대한민국 헌법에도 법원 최종 판결 전에는 무죄 추정을 하게 돼 있다”며 “근데 대통령은 기소도 안 됐는데 완전히 죄인 취급하는 데 해도 너무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문수 장관이 뜨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보수 지지층의 결집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들이 윤 대통령 중심으로 모이고 있고, 윤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있는 김 장관에게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윤상현 의원이 강한 이미지를 투사하면서 ‘윤석열 지킴이’로 등장한 것도 이런 상황을 이용, 차기 대선 레이스에 이름을 얹어보겠다는 노림수로 읽힌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김문수 장관의 대선 레이스 참전 가능성을 낮게 본다. 최근의 지지율 급상승은 일시적 추세라는 분석과도 비슷한 맥락이다. 여론조사 응답자 표집 등을 고려할 때 강성 보수층이 적극적으로 응답하면서 만들어진 착시 효과라는 지적이 일단 나온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인 최근 2주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수 성향’ 응답자 비중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김 장관의 외연 확장성이 낮은 만큼 거품이 곧 꺼질 것이라는 관측이 주를 이룬다. 윤상현 의원 역시 마찬가지다. 여권 내부에서는 ‘신데렐라 후보’가 경선에 참여해 목소리를 높이면 대선 승리 최대 변수인 중도층 포섭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 수도권 의원은 “수도권 보수지지층 여론을 들어보면 김문수 장관이나 윤상현 의원은 우리 당의 어른이지만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차세대를 대표하기에는 중도 유권자들의 수용 가능성이 매우 적을 것”이라며 “그러나 지금 김 장관 이름이 연일 거론되고 여론의 주목을 이끌어내는 것은 대선 흥행에 큰 도움이 되고 우리 당 대선 레이스의 페이스메이커 작용도 될 수 있어 마냥 평가절하할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홍·오·한 3자 구도
깜짝 후보 등장 가능성을 낮게 점치는 이유 중 하나는 조기 대선이 열릴 경우 준비 기간이 매우 짧을 것이란 관측에서다. 그동안 물밑에서 선거를 준비해온 기존 유력 후보군들이 일단은 경선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3강 구도’다.
3명의 후보가 붙는다면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게 여권 내 중론이지만 보다 세밀히 따져보면 홍·오 시장이 2강, 한 전 대표를 1중으로 보는 의견들이 많다. 대선 경선은 선거 경험이 중요하고 뒤를 받쳐주는 조직도 무시할 수 없어 현직 대구시장, 서울시장인 홍준표 오세훈이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선 후보들은 경선 기간이 짧다보니 초반 바람몰이에 총력전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핵심 보수 지지층을 갖고 있는 홍 시장이 유리하다는 평이다. TK(대구·경북) 맹주로 꼽히는 만큼 경선 초반 TK에서 압도적 지지를 획득해 경부선을 타고 충청, 수도권으로 오면서 바람을 일으키는 전략을 홍 시장은 쓸 것으로 전망된다.
홍 시장이 탄핵 정국에서 보수 지지층을 잡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 엄호에 나서고, 새로운 보수층 주력군으로 떠오른 2030 청년 민심을 잡는데도 전력을 기울인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자신이 운영하는 청년들과의 대화 정치 플랫폼인 ‘청문홍답(청년이 묻고 홍준표가 답하다)’이 대표적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중도 확장성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본선 경쟁력을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윤 대통령을 변호하면서도 일방 엄호 사격은 아닌, 다소 중립적인 면을 보였다. 특히 ‘이재명 저격수’를 자처하며 ‘반이재명 정서’를 보이는 부동층 공략에 힘을 들이는 모습이 눈길을 모았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소통령’으로 불리는 서울시장인 만큼 보수 핵심 지지층만 마음을 열어준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으로 나가는 길은 오 시장이 가장 잘 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적대적 정치에 환멸을 느낀 중도층이 온건한 이미지인 오 시장을 선호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 대통령과의 대립, 이로 인해 보수 핵심 지지층과의 거리까지 떨어진 한동훈 전 대표는 여러 난관에도 불구, 차기 대선 도전에 대한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한 전 대표를 봤다”는 목격담 정치가 계속 가동 중으로 한 전 대표는 이를 통해 유권자들에게 다가서는 전략을 쓰고 있다.
지난 1월 7일 한 전 대표 공식 팬 카페인 ‘위드후니’에는 한 전 대표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봤다는 내용과 사진이 게시돼 지지자들이 수백 개의 댓글 등을 달았다. 또 1월 12일에도 한 전 대표를 서울 마포에서 만났다는 목격담과 함께 사진이 올라와 많은 지지자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월 1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 집중’에 출연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정치 복귀에 대해 “(한 전 대표는) 정치를 그만하겠다고 한 적이 없다. 은퇴한 것이 아니기에 복귀라는 말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지금은 ‘2강’에 비해 열세라는 견해가 많지만 ‘정치는 생물’이라는 여의도 격언을 떠올려보면 한 전 대표에게 기회는 아직 열려있다. 2007년 말 대선에서 승리한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6년 중반까지만 해도 박근혜 당시 의원에게 크게 뒤지고 있었고, 또 다른 대선후보인 고건 전 총리에게도 지지율이 못 미쳤다. 그러나 한반도 대운하 건설 등 상대가 생각하지 못했던 초대형 공약을 내세우며 상승세를 타더니 경선에서 승리, 청와대행까지 확정지었다.
TK의 한 국민의힘 의원은 “선거에서 바람을 타면 무서운 상승세가 나타나므로 지금 지지율은 크게 의미가 없다”며 “일단 경선에서 이겨야 하기 때문에 당내 세력을 자신의 우군으로 끌어들여야 하는데 이들 3명의 당내 세력은 그리 강한 편이 아니다. 결과는 예측불허로 흐르고 있다”고 했다.
#반이재명 연합군? 시간이 문제
앞서 언급했듯 탄핵 심판이 속도를 타고 조기 대선이 이뤄지면 촉박한 일정 상 이변이 나올 가능성은 낮다. 윤 대통령이 구속되긴 했지만 여전히 당내 다수인 친윤계 ‘선택’에 시선이 쏠리는 배경이다. 최근 지지율이 오르자 국민의힘 내부에선 ‘어게인 2022’를 외치는 이들이 많다. 누가 나오더라도 이재명 대표와 맞붙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 지지세가 예상외로 강하게 형성된다면 국민의힘으로선 고전이 불가피하다. ‘반이재명 연합군’ 시나리오가 고개를 드는 배경이다. 여권이 정계개편을 추진, 민주당 이탈세력 등을 모아 ‘빅텐트’를 세운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되면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나 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 상대적으로 온건 성향의 야권 인사들이 건너올 수 있다는 의견도 뒤를 잇는다.
또한 친윤과의 관계 회복이 힘들어 보이는 한 전 대표의 세력화 여부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경선이 아닌, 신당 창당 등을 통해 대권에 도전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최근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과의 연대 소문이 화제를 모았던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하지만 아무리 정치가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해도 조기 대선 정국에서 이런 빅픽처까지 만들기에는 시간이 절대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탄핵 심판이 현재 추세라면 3월 중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데 그 직후 불과 두 달 만에 대선이 치러지는 일정을 감안하면 정계 개편까지 가는 것은 역부족이라는 이유다.
국민의힘 한 전직 의원은 “박근혜 탄핵 학습 효과로 인해 정권을 거저 내줘서는 안 된다는 보수 지지층의 저지선이 강력하게 형성되고 있고 이로 인해 여당은 누가 나와도 강한 지지세를 만들 것”이라며 “때문에 연합군 가능성은 일단 상당히 떨어진다. 대신 여당 내 경선이 매우 치열해지는 국면을 맞이할 것인데, 이 경우 자칫 분열의 가능성까지 나타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최경철 매일신문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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