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 4위였던 쑤보얼 항저우는 신진서의 활약에 힘입어 1차전에서 2-2로 비긴 뒤, 2차전에서 선전 룽화를 3-1로 꺾으며 갑조리그 정상에 올랐다. 신진서는 이번 시즌 정규리그 9연승, 포스트시즌 6연승으로 15연승을 달성했다. 2023시즌부터 계산하면 갑조리그에서 18연승을 기록 중이다.
이번 시즌 쑤보얼 항저우의 우승은 사실상 신진서가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규리그 4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쑤보얼 항저우는 1위 청두를 누르고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다. 두 팀은 1차전과 2차전 모두 2-2로 비겼으나, 2차전 주장전을 승리로 이끈 신진서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중국 갑조리그 규정상 팀 승패가 동률일 경우, 2차전 주장전 승리 팀이 우승을 차지한다.
챔피언결정전 역시 마찬가지였다. 1차전에서 2-2로 무승부를 기록한 데 이어 2차전 주장전에서 신진서가 커제를 꺾으면서 우승이 확정됐다. 만일 신진서가 패했으면 두 팀은 다시 2-2 동률을 이루게 되는데, 이럴 경우 주장전을 승리한 선전 룽화가 우승을 차지하게 됐던 것.
신진서는 쑤보얼 항저우와 6시즌 연속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2019년 처음으로 계약을 맺은 이래 2019년, 2021년, 2022년에 이어 2024년까지 팀을 4회 정상에 올려놓았다. 계약 조건도 나쁘지 않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올 시즌 대국료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2023년 판당 11만 위안(약 2000만 원)의 대국료를 받았음을 감안하면, 올해도 판당 2000만 원 이상을 보장받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물론 중국갑조리그 최고 대우다.
한편 신진서의 활약은 한국 팬들에게는 흐뭇한 일이지만, 중국 측에는 자존심이 상하는 결과였다. 중국은 그동안 한국과 일본에 비해 선수층이 두텁다고 자부해왔으나, 번번이 신진서 한 명의 활약에 의해 우승컵의 향방이 결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중국바둑협회 창하오 회장은 지난 14일 열린 갑조리그 폐막식에서 “외국인 선수 신진서 9단이 올해도 15전 전승을 거두며 압도적 성과를 냈고, 그의 소속팀 쑤보얼 항저우는 다시 외국인 선수 덕분에 우승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리그 측면에서는 구단 경영의 성과겠지만, 중국 바둑의 입장에서는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다. 중국 기사들이 이를 경각심으로 삼아 반성하고 노력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MVP 선정 기준에도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현재 MVP는 외국인 선수를 제외하고 선정되지만, 창하오 회장은 “2025년부터는 외국인 선수도 동등한 조건으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규정을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신진서의 활약이 불러온 변화가 내년 중국 갑조리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승부처 돋보기] 2024 중국갑조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 주장전
흑 신진서 9단(쑤보얼 항저우) 백 커제 9단(선전 룽화) 304수 끝, 흑5집반승
[장면도] 신진서의 승부수
신진서를 상대로 9연패를 기록 중이던 커제가 오랜만에 명국으로 앞서가던 대국. 백1 직전까지 AI는 백의 83% 우세를 가리키고 있었다(집수로는 3집반 정도). 백1은 상변 흑의 사활을 위협하는 수. 하지만 백A의 선수를 활용하지 않은 것이 대역전의 빌미가 된다. 흑2가 신진서의 승부수.
[실전진행1] 내친걸음이었지만…
백1의 끊음은 내친걸음이었을 테지만, 이 수로는 역시 흑2의 곳에 받아두는 게 좋았다. 상변을 돌보지 않고 재차 들어간 흑2가 제2의 승부수. 상변 흑이 문제가 아니라 하변 백의 생사도 확실치 않은 것이다.
[실전진행2] 형세 역전
뒤늦게 수습에 나서보지만 이미 때가 늦은 느낌이다. 흑10이 신랄한 공격으로 흑20까지 형세는 어느새 역전된 모습이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