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몰리는 명소? 다 없애버린다’…“관광객은 늘고 주민은 떠난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최근 홋카이도 비에이초의 상징적인 자작나무 가로수 40여 그루가 벌채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은 갈등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1976년 담배 ‘세븐스타’ 패키지에 등장해 유명해진 이 자작나무 길은 SNS 시대를 맞아 더욱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사진 촬영을 위해 사유지에 무단 침입하고 도로를 막는 관광객들로 인해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됐고, 결국 나무를 베어버리는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졌다.
이는 일종의 ‘효시 효과’를 노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아주 큰 죄를 지은 사람의 목을 베어 매달아 군중 앞에 공시함으로써 대중을 경계시키던 효수처럼, ‘논밭에 무단으로 들어와 사진을 찍는 중국, 한국 관광객들에게 경고하는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홋카이도 문화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히라마 카츠야 비에이초 농림과 직원은 “인근에 사람이 많아 교통에 문제가 있어 마을에 나무를 베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사건처럼 다른 관광지에서도 유사한 대응이 이어지고 있다. 후지산이 보이는 편의점 전망을 차단하거나, 인기 포토 스팟을 아예 없애버리는 식이다. 농작물 수확량 감소를 이유로 들지만, 실상은 관광객들의 무분별한 행태에 대한 항의성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교토와 같은 전통 도시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교토시는 관광세를 도입하고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오고 싶으면 오라”는 식의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다. 1월 7일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역사·관광 도시인 교토시가 1박당 숙박세 상한액을 기존 1천 엔(약 9200원)에서 1만 엔(약 9만 2000원)으로 인상을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현지 주민들은 “물가 상승과 대중교통 혼잡은 물론, 외국인들의 낮은 시민의식에 편승해 자국민들의 문화도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한다.
갈등 구도는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정부, 숙박업소, 음식점 등 직접적인 수혜자들은 관광객 유치를 환영하지만, 일반 주민들의 반발은 거세다. 특히 관광수입 없이 통행 불편과 사생활 침해만 겪는 주거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관광객들이 떠난 뒤의 쓰레기 처리부터 소음, 주차 문제까지 모든 부담은 주민들의 몫”라는 것이다.
일본의 노년층, 특히 버블 경제를 경험한 세대의 반응은 매우 비판적이다. ‘제조업 강국이었던 우리가 관광객 손님 맞이나 하는 나라가 됐느냐’는 자존심 상한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정부는 ‘자동차 산업에 이어 두 번째로 큰 80조 원 규모의 관광산업은 포기할 수 없는 미래 성장동력’이라며, 특히 ‘한국인 관광객들의 연간 소비액이 7~8조 원에 달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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