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건강상의 문제가 없어도 평소보다 소변을 더 자주 보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는 보통 단순한 이유 때문이다. 가령 물을 너무 많이 마시거나, 카페인을 섭취하거나, 혹은 추운 곳에서 장시간 지낼 경우가 그렇다. 혹은 노화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가 아닌데도 소변을 자주 보는 상황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면 한번쯤은 다음과 같은 건강상의 문제들을 의심해 봐야 한다.
#당뇨병
아쉬라피 박사는 “당뇨로 인해 혈당 수치가 상승하면 이로 인해 배뇨량이 증가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신장이 과도한 포도당을 소변을 통해 배출하려고 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 갈증이 유발되기도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영국 당뇨병협회’ 역시 “빈뇨가 증가하면 몸에서 탈수 현상이 일어나게 되고, 그 결과 더 많은 수분을 섭취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아쉬라피 박사는 “갑자기 소변을 자주 보고, 동시에 갈증이 심해질 경우에는 혈당 수치를 확인해보라”고 조언했다.
이 밖에 당뇨병의 또 다른 징후로는 이유 없는 체중 감소와 피로감이 있다.
#방광염
방광염은 방광과 요도를 자극해 소변을 자주 보는 빈뇨와 소변을 참기 힘든 절박뇨를 유발한다. 이 밖에 나타날 수 있는 방광염의 징후로는 소변시 통증이 느껴지거나, 타는 듯한 느낌이 있다. 또는 소변 색상이 탁하거나 냄새가 강하게 나기도 한다.
증상이 경미한 단발성 요로감염(UTI)은 수분만 잘 섭취하면 저절로 나아지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이 지나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을 때다. 아쉬라피 박사는 방광염 증상을 처음 겪거나, 증상이 계속 악화되거나, 혹은 며칠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는 경우에는 전문의 진찰을 받으라고 조언했다. 또한 열이 나거나, 전반적으로 몸이 좋지 않은 게 느껴질 경우, 그리고 특히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혈뇨 증상이 나타날 경우에는 주저하지 말고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전립선 비대증
양성 전립선 비대증(BPE)은 50세 이상의 남성에게서는 매우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이다. 물론 드물긴 하지만 젊은 남성에게서도 나타난다. 다만 영국 전립선암협회(PCUK)는 “전립선 비대증은 암에 의해 발생하지 않으며, 또한 암 발병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전립선 비대증은 기본적으로 남성의 방광과 직장 사이에 위치한 호두 크기의 작은 샘인 전립선의 크기가 커지는 증상이다. 전립선이 비대해지면 특히 한밤중에 소변을 보고 싶은 경우가 많아진다.
영국의 경우, PCUK에 따르면 50세 이상 남성의 약 3분의 1이 배뇨 관련 증상을 겪고 있는데 이때 가장 흔한 원인이 전립선 비대증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쉬라피 박사는 “전립선 비대증은 요도를 막기 때문에 소변을 배출하거나, 혹은 소변을 끊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또한 소변 줄기가 약해지며, 이로 인해 결국 소변을 자주 보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다행인 소식은 전립선 비대증은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아쉬라피 박사는 의심 증상이 나타난다면 참지 말고 병원을 찾아가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라고 조언했다.
#완경
완경기에 접어든 여성들 가운데 절박뇨를 경험하는 경우는 많다. 이는 호르몬 변화 때문에 일어나는 증상이다.
영국 국가보건의료서비스(NHS)에 따르면, 여성의 약 70%는 마지막 생리 이후에 요실금을 경험하는데 이는 요도와 질에서 에스트로겐이 감소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이와 관련, 아쉬라피 박사는 “완경으로 인해 호르몬 변화가 일어나면 요로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이와 함께 질 건조, 안면 홍조, 기분 변화와 함께 소변 횟수도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인과 문제
부인과 문제로 인해 소변을 더 자주 보게 되는 경우도 있다. 아쉬라피 박사는 “여성의 배뇨 횟수가 증가하는 또 다른 원인으로는 간혹 골반 통증, 부정 출혈, 성관계 시 불편감과 같은 부인과적인 문제도 있다. 이로 인해 방광 기능에 변화가 생길 수 있고, 이에 따라 소변을 보고 싶은 충동이 자주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쉬라피 박사는 이런 증상이 계속될 경우 전문의와 상담할 것을 권장했다.
#골반기저근 문제
골반 아래를 지탱하는 골반기저근이 약화되거나 손상되면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서 빈뇨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아쉬라피 박사는 “골반 아래 근육이 약화되거나 기능 장애가 발생하면 요실금과 대변 조절의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배뇨 횟수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여성의 경우에는 출산, 연령, 호르몬 변화 때문에 골반기저근이 약화될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간단한 골반기저근 운동이 도움이 된다. 이를 위해서는 주치의나 물리치료사에게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노화
빈뇨는 단순한 노화 현상일 수 있다. 아쉬라피 박사는 “나이가 들면 방광 기능에 점진적으로 변화가 일어난다. 이를테면 방광 용량이 감소하거나 골반 근육이 약화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러한 신체 변화 때문에 소변을 자주 보게 되는 경우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30분~1시간 간격은 ‘빈뇨’…소변 얼마나 자주 보는 게 정상일까
전문의들에 따르면, 소변은 하루에 4~8회 정도 보는 게 적당하다. 간혹 밤에 한 번 정도 일어나서 소변을 보는 것까지도 괜찮다. 이는 하루에 약 1.5~2리터 정도의 물을 마셨을 때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만일 이보다 소변을 더 자주 보거나, 30분에서 1시간 간격으로 봐야 한다면 이는 빈뇨의 징후일 수 있다.
물론 정상이라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가령 평소 수분을 많이 섭취하거나, 특정 약물을 복용 중이거나, 임신 중이거나, 70세 이상이거나, 혹은 전립선 비대증을 앓는 경우에는 정상보다 소변을 더 자주 볼 수 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