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정산 사태 불신과 양극화된 시장 상황이 발목…법정관리인 “4월 이전에 빠르게 M&A 추진”
#청산 돌입하면 피해 변제 어려워져
2024년 7월 기업회생을 신청한 티메프는 같은 해 9월부터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매각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후 공개입찰 방식으로 진행된다. 당초 티메프 법정관리인 측은 일괄 매각을 추진했지만 시장 상황을 고려해 개별 매각도 검토하고 있다.
티메프 조사위원이자 매각 주관사인 EY한영회계법인은 보고서를 통해 △이커머스 사업에 내재된 구조적 리스크 △미정산 사태 발생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 △특수관계자에 대한 자금유출 등을 회생절차 돌입의 배경으로 분석했다.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티몬의 자산 총계는 702억 원, 부채 총계는 1조 191억 원으로 집계됐다. 위메프는 부채가 4462억 원에 달한 반면, 자산은 486억 원에 그쳤다.
EY한영회계법인은 티몬과 위메프 모두 계속기업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것보다 채무자가 청산하는 것이 더 높은 경제성을 확보한다고 평가했다. 티몬의 청산가치와 계속기업가치를 각각 136억 원, 마이너스(-) 925억 원으로 집계했다. 위메프의 청산가치와 계속기업가치는 각각 134억 원, -2234억 원으로 나타났다.
청산 절차에 돌입하면 피해 변제가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빠르게 매각을 추진할 방침이다. 조인철 티메프 총괄 법정관리인은 1월 15일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열린 ‘티메프 사태 관련 채권자 관계인 설명회’에서 “티메프가 4월 말까지는 버티는 것이 가능하다”면서도 “‘버틴다’는 전략보다는 그 이전에 가급적 빠르게 M&A를 추진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중국 원전업체가 인수 타진 눈길
앞서 티메프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기 전인 2024년 8월 류광진, 류화현 등 티메프 대표는 사모펀드 2곳이 뭉친 컨소시엄으로부터 투자의향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후에는 매각 작업이 지지부진하게 되면서 해를 넘기게 됐다.
최근에는 국내 기업 두 곳과 중국 기업 한 곳이 티메프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티몬 인수전에 합류한 중국 기업은 중핵집단유한공사(CNNC·중핵그룹)다. 중핵그룹은 중국 국영 원전업체로 산하에 수백여 개 계열사가 있다. 이 중 사물인터넷(IoT)데이터그룹이 인수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국내 이커머스 기업이 티메프를 인수합병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티메프 사태 이전에도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공습 등으로 업계가 어려움을 겪었던 상황”이라며 “빅딜을 성사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커머스 시장은 티메프 사태 이후 쿠팡·네이버 양강구도로 굳어지고 있다. 소비자와 입점업체들이 중소 이커머스 대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운영을 하고 있는 대형 플랫폼을 찾아 떠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쿠팡만 웃었다
네이버는 연결 기준 2024년 3분기 누적 커머스 부문 영업수익 2조 1479억 원으로 2023년 같은 기간(1조 8862억 원) 대비 약 14% 상승했다. 쿠팡은 유통업계 최초로 2024년 연 매출 40조 원을 달성했다는 증권가의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네이버·쿠팡을 제외한 이커머스 매출은 일제히 감소했다. 이마트가 자회사로 두고 있는 G마켓과 SSG닷컴의 2024년 1~3분기 누적 매출은 각각 7335억 원, 1조 1991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6.4%, 6.2% 줄었다. SK스퀘어의 자회사인 11번가는 2024년 1~3분기 누적 매출이 4279억 원이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28.9% 줄었다.
쿠팡·네이버 양강체제를 깨기가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앞서의 업계 관계자는 “티메프 사태 이후 대형 플랫폼을 제외한 이커머스에 대한 신뢰가 전반적으로 무너지면서 독과점 체제로 흘러가는 모양새”라며 “사태가 진정돼 신뢰를 회복하기 전까지는 완전경쟁시장으로 전환하기가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이커머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업황이 좋지 않은 데다, 고물가 등 소비 심리가 위축된 상황이기 때문에 M&A 이후에는 특별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과제가 주어진다”며 “신뢰를 잃은 티메프가 정상화되더라도 과거에 이용했던 고객·입점업체들이 온전히 돌아올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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