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법인보다 최대 3%p 높아 눈길…이노션 “고용유연성 등에서 차이 발생”
이노션의 주가가 지지부진하다. 2016년 4만 4400원을 기록한 이후 상승세를 넘지 못하고 하향세를 이어가다가 지난 1월 23일 1만 8160원을 기록하며 10년래 최저가를 기록하고 있다.
이노션의 최대주주는 17.69%를 지분을 보유한 정성이 고문이다. 현대차그룹을 이끄는 정의선 회장의 누나이기도 하다. 정의선 회장도 이노션 지분 2%를 가지고 있다. 광고회사인 이노션은 현대차그룹의 물량으로 성장한 회사다. 이 같은 추세는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와 기아는 2023년 9건의 광고계약을 이노션과 맺었는데 2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수의계약이었다. 지명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한 계약 규모는 미미했다. 2건의 계약 규모는 1억 6250만 원으로 전체 계약규모 868억 8200만 원의 0.11% 수준이다.
신제품 출시에 보안이 중요하기 때문에 국내 대기업들은 신뢰가 가는 광고업체와 거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삼성(제일기획), LG(HS애드), 롯데(대홍기획) 등은 광고사의 경영권을 소유하고 있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의 누나 회사인 이노션을 통해 주로 광고를 집행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과 정성이 고문 간 관계 때문에 이노션과 현대차그룹의 거래 조건이 합리적인지 관심이 높다. 이노션에게 대규모 일감을 몰아주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가 상장사다. 만약 현대차와 기아가 손해보는 거래를 하고 있다면 이들 소액주주들이 손해를 봤다고 판단할 수 있다. 지난해 이노션은 국내에서 현대차그룹 계열사를 통해 4695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체 매출 6649억 원의 70% 비중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상 대규모기업집단이 동일인(총수)과 그 친족이 지분 20% 이상을 보유한 다른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거나 사업 기회를 제공하는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는 금지하고 있다. 정성이 고문은 2019년 지분을 일부 정리해 지분율을 20% 미만으로 줄이면서 규제 대상에서 벗어났다.
현대차그룹의 매출 구조가 수출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이노션도 자연스럽게 해외로 눈을 돌렸다. 그 결과 이노션이 진출한 국가는 23개국에 달했다. 이노션은 2023년 기준 해외 매출총이익(매출-매출원가) 비중은 75.8% 수준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노션의 해외법인이 국내법인에 비해 현저히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노션의 실적만 반영된 별도 기준 영업이익률을 보면 2023년 4.19%, 2022년 5.4%, 2021년 6% 등이다. 반면 해외법인의 실적이 반영된 연결 기준 영업이익률은 2023년 7.16%, 2022년 7.8%, 2021년 9.0% 등으로 최대 3%포인트(p)까지 차이가 발생한다.
2023년 매출총이익을 기준으로 보면 이노션의 국내 비계열 비중은 42%지만 해외 비계열 비중은 23% 수준이다. 해외법인이 현대차그룹 계열사 의존도가 더 높다. 영업이익률이 높은 배경 중 하나로 지목된다.
원청업체 입장에서 하청업체의 마진율이 높다고 판단하면 거래 조건 변경을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수년간 이노션의 해외법인들은 국내보다 높은 마진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해당 거래에 대한 적절성을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만약 비합리적인 이유로 지배주주 일가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를 유지했다면 해당 경영진은 배임을 의심받을 수 있다.
다만 해외법인이라는 특성상 제대로 된 조사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관계자는 “조사를 할 수 있는 인력이 적어 관리·감독 당국에서 조사가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상대적으로 국내 법인 간 거래에 비해 감시가 느슨하다”고 말했다.
이노션 관계자는 “선진국일수록 고용유연성이 높기 때문에 판매·관리비 측면에서 인건비는 변동비 성격이 강하다. 이 같은 배경 때문에 국외 계열사의 영업이익률을 높게 유지할 수 있었다”면서 “국내의 경우 인건비는 고정비 성격이고, 최근 3개년동안 CX(고객경험) 및 디지털 인력의 충원 등 인력 선투자로 인해 이익률이 낮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2021년 이노션 국내 본사 인원은 600명 정도 유지했는데 현재 800명이 넘은 것도 영업이익률 차이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2021년 이전에도 해외법인과 국내법인의 영업이익률 격차는 존재했다. 2020년 기준 연결 영업이익률 9.13%, 별도 영업이익률은 5.33%로 3%p 이상 격차가 발생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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