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측 ‘신뢰관계 파탄’ 주장의 방어 목적 추정도…인용 가능성 높게 본 듯
어도어는 이달 초 서울중앙지법에 기획사 지위보전 및 광고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일방적으로 전속계약 해지를 선언한 뉴진스 멤버들이 독자적으로 광고주들과 접촉하면서 계약을 체결하려는 시도를 지속함에 따라 광고주 등 제삼자의 혼란과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결정"이라는 게 어도어 측의 주장이었다.
이어 "멤버들의 일방적인 전속계약 해지 주장이 부당하다는 점은 앞서 어도어가 제기한 전속계약유효확인의 소를 통해 확인 받을 예정"이라며 "그러나 최종 판결이 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현재 발생하고 있는 혼란을 긴급히 막고자 부득이하게 가처분을 추가로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계약의 유효성을 인정받는 것은 별개로 하되, 그동안 사실상 뉴진스 멤버들의 '계약 외 수익 발생 활동'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보통 전속계약 관련 분쟁이 발생하면 연예인이 소속사에 대해 계약 해지를 통보한 후 전속계약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고, 소속사는 계약 유효를 주장하며 해당 연예인의 연예활동금지 가처분 신청으로 맞불을 놓는다. 그러나 뉴진스는 계약 해지 통보로 전속계약이 완전히 해지됐으므로 별도의 가처분 신청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어도어 역시 뉴진스 멤버들이 별도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개설하고 대중들과 소통하는 등 활동하는 것에 대해 금지 가처분을 신청하지 않았다.
"뉴진스와의 전속계약은 유효하고, 뉴진스 멤버들 역시 여전히 어도어 임직원들과 어도어 물적 설비를 활용해 기존에 어도어에서 수립한 연예 활동을 수행 중"이라는 게 당시 "왜 활동 금지 가처분을 신청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어도어 측이 내놓은 대답이었다. 계약의 유효함을 두고 다투는 '메인' 소송이 아직 진행 중인 데다 뉴진스 역시 전속계약 해지를 주장하면서도 어도어 소속이었을 때 방송사 및 특정 브랜드 사와 체결한 계약대로 그 기간에 맞게 활동하고 있으므로 굳이 긁어 부스럼을 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비춰졌다.
그랬던 어도어가 갑자기 마음을 바꾼 데엔 이번 가처분 신청의 일부 내용이 인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속계약 해지 분쟁에서 소속사가 연예인에게 포괄적인 연예활동 금지 가처분을 신청하기 위해선 회사에 '현저한 손해가 이미 닥쳤거나 닥칠 예정'이라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를 충분히 해내지 못하면 기각된다. 특히 연예인은 그 직업의 특성상 '연예 활동'으로 묶이는 총체적인 수익 발생 활동이 금지될 경우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반면, 회사는 향후 손해배상 청구를 통해 그간 입었던 피해를 일정 부분 회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판부가 연예인의 손을 들어줄 때가 많았다.
이런 가운데 어도어 측이 이번 가처분 신청에서 앞세운 '광고계약 체결 등 금지'에 대해서는 재판부가 달리 바라볼 가능성이 비친다. 우선 어도어에 소속된 유일한 아티스트이자 수익 발생원이 뉴진스라는 점을 주목할 수 있다. 어도어로서는 다른 연예인의 활동이나 별개의 사업 및 투자로 뉴진스의 부재 속 발생하는 손해를 회복할 방법이 전무한 상태인 만큼, 이들의 '어도어를 배제한 광고 계약'으로 발생한 수익 등을 차후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것이 아니라 현 상황에서 광고계약 체결 자체를 금지해야 현저한 손해나 급박한 위험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연예인의 직업의 자유나 인격권을 보장하기 위해 소속사 측이 요구하는 연예인의 포괄적인 활동 제약을 배척하는 것이 그간 전속계약 분쟁의 판결 추세였지만, 현재 상황의 어도어라면 이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어도어의 이번 '우회 공격'은 그간 뉴진스 멤버들이 주장해 온 신뢰관계 파탄에 힘을 싣지 않기 위해 이뤄진 것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어도어가 뉴진스에 대해 활동 금지 가처분을 먼저 걸어놓지 않았던 데엔 "어도어 대 뉴진스가 강 대 약으로 비춰져선 안됐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었다. 2024년 4월 하이브-민희진 사태가 터진 이래로 하이브와 어도어가 한몸처럼 움직이면서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 뉴진스 멤버들에 대한 공격을 퍼붓는 모양새가 이어지며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 '회사가 아티스트에 완전히 제약을 가하는 상황'으로 읽힐 경우 훨씬 더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익명을 원한 한 가요계 관계자는 "어도어가 계약 유효 확인 소송 제기와 동시에 활동 금지 가처분까지 전부 신청했다면 아티스트에 대해 강경한 조치를 가했다고 보일 수 있고, 반대로 계약 관련 소송에서 뉴진스 측이 이를 역이용해 어도어의 조치로 인한 피해와 그에 따른 또 다른 신뢰 파탄도 주장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어도어로서는 뉴진스에게 압력을 가하고 적극 공격하는 쪽으로 비춰지면 소송전과 여론전 양 쪽 모두 마이너스이기 때문에 즉각적인 가처분 신청에 다소 소극적일 수밖에 없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어도어 측의 가처분 신청에서 광고 계약 금지 등 일부가 인용된다 하더라도 계약 유효 확인 소송 결과에 유의미한 영향이 있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무엇보다 계약 해지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신뢰관계 파탄에 대한 멤버들의 입장이 굳건한 만큼 결국 이 문제를 가지고 끝까지 다투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1월 23일 뉴진스 멤버들이 어도어 측의 가처분 신청에 대항해 낸 입장문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읽힌다. 멤버들은 "하이브와 어도어는 소속 가수 보호와 성장이란 소속사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활동 내내 크고 작은 방해가 존재했다"라며 "전속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된 후에도 언론과 유튜브 렉카 채널을 통해 저희를 향한 근거 없는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는데 이는 대부분 어도어와 하이브 측에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는 것들이었다. 이 모든 사태의 중심에 어도어와 하이브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어도어와의 신뢰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파괴된 상태라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하이브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간 분쟁이 이어지는 동안 언론에 뉴진스 멤버들의 개인 정보나 데뷔 전의 사적인 이야기들이 유출됐고, 뉴진스가 계약 해지를 요구하기 훨씬 이전부터 멤버들에 대한 허위사실이나 악성 댓글들이 이어져 왔으나 어도어나 하이브가 최소한의 보호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돼 온 바 있다.
멤버들은 "단호하게 말씀드린다. 저희 다섯 명은 최소한의 신의조차 기대할 수 없는 하이브와 어도어에 절대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라며 "법적 절차를 통해 어도어, 그리고 하이브의 잘못을 명확히 밝히고 진실을 알리기 위해 법정에서 당당히 싸우려 한다.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자유롭게 저희 음악을 들려드릴 수 있도록 정당한 방법으로 끝까지 맞서겠다"고 밝혔다. 뉴진스는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 마찬가지로 법무법인 세종을 대리인으로 선임한 상태다. 어도어는 하이브와 마찬가지로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선임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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