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 총재, 법조계 자문 구하기도…선수단 등록 이전 사퇴
박정태 감독은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웠던 12월 31일 SSG 구단을 통해 올 시즌 퓨처스 감독으로 선임됐다고 알렸다. 당시 구단은 박 감독에 대해 “선수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선수별 육성 솔루션을 제시하고 투지와 끈기의 육성 문화를 선수단에 불어넣어 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며 선임 배경을 밝혔다.
그러나 구단의 이런 설명은 야구인들은 물론 야구팬들에게 전혀 공감을 얻지 못했다. 무엇보다 그의 현장 공백이 12년 가까이 지속됐다. 박 감독은 선수 생활 은퇴 후 롯데 자이언츠에서만 코치 생활을 했고, 롯데를 떠난 뒤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타격 코치가 마지막 커리어였다.
이렇게 공백이 길었던 지도자를 육성의 핵심 파트인 퓨처스 감독 자리에 앉힌다는 게 납득이 되지 않았지만 SSG 구단은 “유소년 양성과 지도에 대한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왔으며, 아마추어 야구 저변확대에 힘써왔다”고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갔다. SSG 구단은 박 감독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오래전부터 후보군에 있었던 인물이고 검증을 철저히 했다”는 입장을 반복적으로 밝혔다.
게다가 박 감독이 최근 정용진 SSG 구단주 보좌역을 맡게 된 추신수의 외삼촌이라는 사실도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SSG 구단은 ‘추신수 입김’에 단호히 선을 그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의혹이 사라진 건 아니다. 오히려 한 해설위원은 SSG 구단의 이런 대응에 “무조건 아니라고만 말하지 말고 왜 그런 지적이 나오는지를 살펴야 한다”면서 “내가 추신수라면 이런 의혹을 받는 게 싫어서라도 강력하게 외삼촌의 퓨처스 감독 선임을 반대했어야 한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야구 팬들이 가장 공분했던 건 박정태 감독이 2019년 1월 음주운전, 시내버스 기사 운전 방해 및 운전자 폭행 혐의로 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 보호관찰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받았고, 이 과정에서 과거에 이미 두 차례 음주운전을 했던 전력이 드러난 사실 때문이다.
퓨처스리그의 육성을 책임지는 감독이 세 차례의 음주운전 전력이 있고, ‘전과자’라는 타이틀을 안고 있다는 건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 일이다. 이로 인해 야구계에서는 KBO가 이전 강정호의 키움 히어로즈 복귀를 불허했던 사례가 있어 박정태 감독의 퓨처스 감독 선임을 인정할 수 있을지에 관심을 쏟았다.
물론 2019년 1월 당시 박 감독은 KBO리그 소속 신분이 아닌 야인 신분이었기 때문에 리그 징계를 받지 않았다. 이전 두 차례 음주운전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KBO는 SSG 구단이 1월 31일까지 선수단 등록을 하는 시점에서 박정태 감독이 명단에 포함된다면 어떤 대응을 할지 미리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허구연 총재도 이 사안을 심각하게 인지하고 대응법을 찾기 위해 법조계 관계자에게 자문을 구했다는 후문이다.
또 다른 해설위원은 SSG 구단의 이번 행보가 너무 안타깝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세 차례의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야구인을 퓨처스 감독으로 선임했고, 그 감독이 구단주 보좌역과 외삼촌과 조카 사이임에도 감독 선임을 정당화시키려는 구단의 대응이 정말 실망스럽다. 아직 2군 스프링캠프가 시작되지 않았지만 신임 감독 자진 사퇴와 또 다른 감독 선임이라는 현실에서 선수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더욱이 SSG를 응원하는 팬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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