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악된 피해자 234명으로 박사방 세 배 넘어…피해자 일거수일투족 감시에 10명 성폭행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1월 23일 언론 브리핑을 열어 ‘자경단’이라는 사이버성폭력 범죄 집단을 운영한 총책 A 씨(34)를 지난 1월 15일 경기 성남시 소재의 주거지에서 검거했다고 발표했다. A 씨를 17일 구속한 경찰은 24일 서울중앙지검으로 구속 송치했다. 24일 오전 8시 33분 즈음 검찰 송치를 위해 서울 성동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온 A 씨는 범행 인정 여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호송차에 올라탔다. A 씨 외에도 조직원 13명도 경찰에 검거돼 조사를 받고 있다. 조직원 가운데에는 중학생 1명과 고등학생 6명 등 미성년자가 무려 11명이나 포함됐다.
또한 자경단에 지인의 딥페이크 불법 합성물 등 허위 영상물을 제작해 제공한 혐의를 받는 73명 가운데 40명도 검거했다. 현재 경찰은 나머지 33명에 대한 수사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2020년 5월부터 2024년 1월까지 텔레그램을 통해 활동해온 자경단은 엄청난 희생자를 양산했다. 경찰이 파악한 피해자만 234명이나 되는데 이 가운데 무려 159명이 10대였다. 20대 이상인 피해자는 64명, 11명은 아직 인적사항이 미상이다. 과거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박사방 사건의 피해자가 73명이고 이 가운데 미성년자 피해자가 16명이었음을 감안하면 이번 자경단 사건은 피해자 규모는 3배 이상이며 미성년자 피해자 규모는 10배가량 많다.
또 한 가지 눈길을 끄는 사안은 피해자의 성별 구성이다. 234명의 피해자 가운데 성 착취 피해자는 모두 138명인데 남성 피해자가 84명으로 더 많고 여성 피해자는 54명이다. 또한 허위영상물 피해자는 96명인데 이들은 모두 여성이다. 경찰은 “A 씨가 박사방과 N번방 등의 범죄를 연구했는데 특정성별만을 대상으로 한 기존 범죄와 달리 자경단의 범행 대상은 남녀와 나이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자경단 일당이 제작한 성착취물과 딥페이크 허위영상물은 1546개로 파악됐는데 아동과 청소년 등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것도 무려 1004개나 된다. 또한 427건의 영상물이 이미 유포된 것으로 확인돼 경찰은 유포 영상물에 대한 접근 차단과 삭제 조치 등을 진행해 2차 피해 발생 방지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자경단의 총책 A 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범행 대상을 물색한 뒤 접근해 먼저 신상정보를 확보했다. 이후 약점을 잡아 협박을 시작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범행 대상을 물색하는 과정에서 연령대는 물론, 성별도 구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지인 딥페이크 합성물 제작과 유포 등에 관심을 보인 남성에게 ‘지인능욕방 가입’을 빌미로 접근해 해당 남성의 신상 정보와 합성 대상자의 정보를 먼저 확보했다. 그런 뒤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협박을 시작했다. 지인을 대상으로 한 허위 영상물에 관심을 가진 데 대한 벌로 나체를 촬영해 전송하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또한 온라인에서 성적 호기심을 표현하는 여성에게는 ‘당신의 사진이 유포될 것 같다’며 접근해 먼저 신상정보를 확보한 뒤 역시 협박을 시작했다.
총책 A 씨에게 협박 받는 피해자들 가운데 일부는 범행에 동조해 범죄 집단 조직원이 됐다. 이런 방식으로 조직원을 포섭한 뒤 목사, 집사, 전도사, 예비 전도사 등 계급을 나눠 ‘상명하복 지휘체제’를 구축했다. 이는 다단계 피라미드 방식을 적용한 조직망으로 새로운 피해자를 물색하거나 상호 유사강간, 성착취물 제작·유포 등 범죄 지시를 이행한 조직원의 계급을 승급해줬다.
우선 A 씨는 ‘목사’ 계급으로 조직을 총괄하며 ‘불상의 남성’으로 위장해 피해자들을 성폭행했다. 그다음 단계는 피해자 10명 이상을 포섭하면 승급이 가능한 ‘집사’ 계급인데 적발된 14명의 조직원(A 씨 포함) 가운데 해당되는 인물은 없었다. ‘전도사’ 계급은 텔레그램 채널 운영 및 성착취물을 유포하는 일을 맡았는데 적발된 조직원 가운데 8명으로 가장 많은 인원이 포함됐다. 마지막으로 ‘예비 전도사’ 계급은 피해자를 물색하는 일을 맡았다.
물론 A 씨는 실제로 ‘목사’는 아니다. 자경단 조직원들도 집사, 전도사, 예비 전도사 등으로 계급이 나뉘어 있을 뿐 교회 등의 종교기관과는 무관한 이들이다.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의 주인공인 (마약 대부) 황정민을 모티브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피해자들을 지배하는 방식도 악랄하고 집요했다. A 씨는 피해자들에게 1시간 간격으로 ‘일상 보고’를 제출받는 등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이런 방식으로 피해자들을 심리적으로 지배한 A 씨는 일부 여성 피해자들에게 “‘불상의 남성’과 성관계를 해야 지배 상태에서 벗어나 ‘졸업’을 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런 뒤 A 씨가 직접 ‘불상의 남성’이 돼 전국 각지에서 10명의 여성을 성폭행했으며 이 과정을 모두 촬영했다. 또한 A 씨는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으며 여성 조직원이 남성 조직원에게, 남성 조직원이 또 다른 남성 조직원에게 유사강간 등 성적 학대를 가하도록 시켰다.
A 씨는 중산층 집안에서 자라 대학을 졸업한 평범한 30대 중반의 남성이었다. 대학을 졸업한 뒤 아버지 도움으로 취직도 했었지만 현재는 무직이다. 경찰은 검찰 송치 과정에서 A 씨에게 범죄단체조직과 청소년성보호법·성폭력처벌법 위반 등 모두 19개의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은 “A 씨가 처음에는 진술을 거부했지만 관련 증거들을 제시하자 ‘나는 단지 특정한 성적 취향을 가져 성적 욕망을 해소하려 했다’며 범행 일체를 시인했다”면서 “A 씨가 ‘자신의 통제와 지시를 얼마나 잘 따르는지 시험하다가 선을 넘어버렸다’고 진술했지만 피해자에 대한 미안함이나 죄의식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반사회적 인격 소유자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다 보니 금전적인 목적으로 이뤄진 범행도 아니었다. 경찰이 파악한 자경단의 조직 수익은 345만 원에 불과했는데 이마저도 대부분이 성착취 도구 구매 등의 활동 자금으로 사용됐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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