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대표는 “법을 모르는 저로서는 상당히 의아했다. 대기업에 기술탈취를 당한 건 사실이고 대기업이 저희 기술을 사용한 건 사실이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었다”며 “소송에 8년이 걸렸다. 소송에 비용을 많이 썼다. 비용 문제뿐 아니라 억울함이 많았다. 대기업에서 기술을 훔쳐 간 걸 저희가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솔컴인포컴스는 코오롱베니트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겼다. 법원은 코오롱베니트가 솔컴인포컴스 저작권을 침해해 손해를 끼친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배상금액은 2000만 원에 불과했다. 코오롱베니트는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2017년 기소됐다. 하지만 2024년 8월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 고의성이 없었다는 이유에서였다.
고 대표는 “손해배상액이 터무니없었다. 법 시스템이 이러면 누구든 남의 것을 베끼고 배상금을 내면 되겠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법률적으로 빠져나갈 구멍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법적으로 대응해봤자 아무 의미가 없어서 법에 호소하지 않는 경우가 주변에 많다”고 지적했다.
고 대표는 또 “고의성이 없었다는 판결은 지금도 이해가 안 간다”며 “(기술탈취를) 제대로 판정할 수 있는 전문기관이 있어야 한다. 소프트웨어 기술을 아는 전문기관에서 판정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진학사는 특허청 권고를 불이행했다. 오히려 진학사는 텐덤을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텐덤은 부정경쟁행위 금지 및 손해배상 소송으로 맞섰다. 텐덤은 1심에서 패소했다. 하지만 2심은 2023년 9월 텐덤 측 손을 들어줬다. 진학사에게 손해배상금 2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진학사는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대법원 판단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유원일 텐덤 대표는 “소송 하나로 텐덤은 속된 말로 작살이 났다. 스타트업 생존율은 시간이 지날수록 현저히 떨어진다”며 “1심에서 지고 나서 사업 지속이 어려워졌다. 직원들이 이탈하기 시작했다. 회사를 그만둘까도 했다. 그런데 폐업하면 소송이 더 이상 진행이 안 된다. 기술탈취에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 하는지 좋은 선례를 남겨보자는 생각으로 어찌저찌 버티고 있다”고 밝혔다.
유 대표는 “1심은 졌다. 기술탈취를 인정받기 어려웠다. 피해 기업이 증거를 찾아야 하는데 진학사를 압수수색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어려웠다. 특허청은 (기술탈취를) 인정한 게 사법부(1심)는 왜 받아들여지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며 “최종 승소한다고 해도 2000만 원으로 저희 피해는 보상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아울러 “진학사는 저희가 돈 때문에 문제를 제기한다고 기사를 냈다”며 “진학사한테 사과 한마디면 된다고 했다. 그런데 진학사가 안 된다고 했다. 돈을 받지 않겠다고 했는데도 그랬다”고 꼬집었다.

알고케어와 롯데헬스케어는 2023년 6월 상생 합의에 이르렀다. 롯데헬스케어가 영양제 정량 공급기 사업에서 철수하면서다. ‘다윗이 골리앗을 상대로 이겼다’는 평가가 나오는 등 스타트업 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정 대표는 “상생 합의에 반 정도 만족한다”며 “금전적으로는 한 푼도 못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롯데헬스케어는 저희가 돈을 받으려고 한다고 언론 플레이를 했다. ‘인수를 바라고 저런다’ ‘창업자가 돈을 벌려고 저런다’고 프레임을 씌웠다”며 “그러니까 돈을 받으려고 못 하겠더라. 한국에서는 피해자는 순수한 사람이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음악 표절은 들어보고 비슷하면 표절했겠구나 한다. 협력하려다가 깨지고 비슷한 음악이 나오면 표절했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기술탈취는 비슷한 걸 만들어도 세상에 없는 걸 처음 만든 건지 따지니까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어 “손해액 입증도 쉽지 않다. 만약 매출이 10억 원에서 5억 원으로 줄었다고 해도 시장 상황 변화 때문인지 서비스가 안 좋아졌기 때문인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손해액을 입증하라는 것 자체가 손해배상은 안 된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은 “기술개발을 하더라도 여기저기서 훔쳐가서 기술개발 의지를 꺾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사회적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며 “기술탈취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정책 개선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승재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법을 아무리 만들어도 피할 구멍은 있다. 법을 촘촘히 만들어도 사안이 다변화하고 복잡하다”며 “기술탈취 피해자 입장에서 쉽게 문제를 알리고 신고하고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정립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 장치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태관 경청 이사장은 “소송을 시작하면 중소기업은 지는 거다. 소송 전에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손해액 산정 기준이 변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징벌적 손해배상이 되지 않는 이상 대기업들이 변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