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미디어·스토리 사업 가리지 않고 효율화…카카오엔터 “IPO 시기와 방법 확정한 바 없다”
[일요신문]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엔터)가 몸집 줄이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회사 매각, 법인 청산 등을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과거 M&A(인수합병)을 통해 외형 성장을 추구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결국 기업공개(IPO·상장)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카카오엔터가 단기간 내에 IPO를 추진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카카오의 기업가치가 과거만 못하다는 평가 때문이다. 경쟁사 네이버웹툰의 주가가 상장 이후 크게 떨어졌다. 상장을 통한 실익이 줄어든 셈이다. 카카오의 사법 리스크가 해소됐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분석이다.
#QWER 소속사까지 매각
카카오엔터는 쓰리와이코프레이션 지분 50.07%를 87억 6285만 원에 매각했다. 쓰리와이코프레이션은 QWER이 소속된 기획사이자 콘텐츠 제작사다. QWER. 사진=쓰리와이코프레이션 제공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월 14일 카카오엔터는 쓰리와이코프레이션 지분 50.07%를 노보엔터에 87억 6285만 원에 매각했다. 노보엔터는 AAK(Asia Advisors Korea)가 엔터테인먼트 분야 투자를 위해 1월에 세운 회사다. 쓰리와이코프레이션은 밴드 QWER, 유튜버 김계란 등이 소속돼 있는 기획사이자 유튜브 콘텐츠 ‘가짜사나이’와 ‘머니게임’ 등을 만든 콘텐츠 제작사다.
카카오엔터는 쓰리와이코프레이션 49.93%를 보유한 2대 주주로 남게 됐다. 앞서 2021년 카카오엔터는 쓰리와이코프레이션 지분 100%를 180억 원에 인수했다. 카카오엔터 사업 영역은 뮤직, 스토리, 미디어 사업으로 나뉘는데 쓰리와이코프레이션은 미디어 부문 자회사였다. 쓰리와이코프레이션은 2022년과 2023년에 각각 5억 7200만 원, 8억 8300만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3년 카카오엔터는 쓰리와이코프레이션에 대한 영업권을 전액 손상차손 처리했다.
카카오엔터의 군살 빼기 작업은 미디어 사업 영역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2월 4일 카카오엔터는 뮤직 부문 자회사인 아이에스티엔터테인먼트 지분 100%를 비욘드뮤직에 매각했다. 매각 금액은 267억 원이다. 아이에스티엔터테인먼트는 카카오엔터의 다른 음악 레이블 자회사인 플레이엠엔터테인먼트와 크래커엔터테인먼트가 통합해 2021년에 출범한 회사다. 아이에스티엔터테인먼트는 2023년에 11억 1955만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스토리 부문 자회사 정리도 활발하다.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드라마 제작 자회사인 크래들스튜디오와 크로스픽쳐스를 청산했다. 2023년엔 스토리 부문 자회사인 사운디스트엔터테인먼트, 알에스미디어, 레전더리스 등의 지분을 매각했다. 2023년에 북미 웹툰 플랫폼 한국법인인 타파스엔터테인먼트코리아와 인도 웹툰 플랫폼 크로스코믹스는 청산됐다. 정리한 회사 대부분은 순손실을 기록 중이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입주한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 사진=박은숙 기자카카오엔터가 자회사 정리를 하는 이유는 중복된 사업을 정리해 경영을 효율화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카카오엔터 별도 기준 부채비율은 133.41%였다. SM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M&A를 진행하면서 재무 부담이 늘었다는 평가다. 영업권이 손상 평가된 자회사 중심으로 정리가 추가로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카카오엔터는 산하 제작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영업권 손상차손 1255억 원을 인식했다.
#"자회사 경쟁력 강화 방안 모색"
경영 효율화 작업은 카카오엔터의 IPO 정지작업으로 풀이된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IPO를 염두에 둔 결정이라고 본다. 매각도 고려할 수는 있겠지만 카카오가 카카오엔터에 게임을 제외한 콘텐츠 역량을 다 모아둔 상황에서 카카오엔터를 버릴지는 의문”이라며 “최근 IPO에 나서는 업체들은 사업을 방대하게 영위하는 것보다는 얼마나 내실을 갖췄는지가 더 중요하게 평가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 카카오엔터는 연결 기준 2022년 138억 원 영업적자에서 2023년 692억 원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했다.
카카오엔터에는 최대주주인 카카오 외에 포도아시아홀딩스(Podo Asia Holdings Ltd.), 뮤지컬앤컴퍼니(Musical & Company Ltd), 스카이블루크리에이티브인베스트먼트(Skyblue Creative Investment Pte.Ltd.) 등이 주주로 있다. 포도아시아홀딩스는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와 싱가포르투자청(GIC)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뮤지컬앤컴퍼니는 앵커PE가 단독으로 세운 법인이다. 스카이블루크리에이티브인베스트먼트는 텐센트의 SPC다. 주주들은 IPO를 통한 투자금 회수를 약속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엔터가 운영하는 음원 플랫폼 멜론. 사진=카카오엔터 홈페이지 캡처다만 당장 IPO는 쉽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2023년 1월 카카오엔터는 사우디아라비아국부펀드(PIF)와 GIC로부터 1조 1540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11조 3000억 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최소한 11조 3000억 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아야 하는데 현재로선 상황이 여의치가 않다.
카카오엔터 실적이 포함된 카카오 콘텐츠 부문의 지난해 매출은 3조 9711억 원으로 2023년(4조 26억 원) 대비 1% 줄었다. 뮤직 부문 매출은 2023년(1조 7239억 원)보다 11% 증가한 1조 9202억 원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미디어 부문 매출은 3470억 원에서 10% 감소한 3134억 원을 기록했다. 스토리 부문 매출은 9221억 원에서 8643억 원으로 6% 줄었다.
경쟁사인 네이버웹툰은 상장 후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네이버웹툰의 미국 모회사 웹툰엔터테인먼트의 공모가는 주당 21달러였다. 지난 2월 25일(현지시각)에 10.03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웹툰과 웹소설 산업이 전반적으로 성장에 부침을 겪고 있다는 평가다.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도 어렵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은 SM엔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시세 조종에 가담했다는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보석 석방됐으나 이사회에 합류하지는 않았다.
앞서의 금융업계 관계자는 “내실을 갖춘 뒤에는 성장을 도모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성장성이 있는 뮤직 부문에 집중할 듯하다”라고 밝혔다. 김정섭 성신여대 문화산업예술학과 교수는 “자회사들을 어느 정도 정리한 후 성장을 꾀할 듯하다”며 “멜론을 스포티파이처럼 키우는 등의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카카오엔터 관계자는 “경영 효율화 및 시너지 제고를 통한 글로벌 사업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일부 자회사들의 통합 등을 추진해왔다. 쓰리와이코퍼레이션은 독립적 스튜디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며 협력할 예정”이라며 “각 자회사의 고유한 색깔과 장점을 바탕으로 시너지를 창출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IPO 시기나 방법 등은 구체적으로 확정한 바 없다”고 답했다.
카카오엔터 ‘베리즈’, 팬덤 플랫폼 판도 바꿀까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엔터)가 팬덤 플랫폼 ‘베리즈’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하이브 ‘위버스’가 이끄는 팬덤 플랫폼 시장에 변화가 생길지가 관전 포인트다.
위버스는 일본 최정상급 인기 밴드 미세스 그린 애플(Mrs. GREEN APPLE)의 공식 커뮤니티를 오픈했다. 사진=위버스 제공현재 팬덤 플랫폼 시장은 하이브 위버스가 주도하고 있다. 위버스의 월간활성이용자(MAU) 수는 1000만 명에 육박한다. 위버스엔 하이브, YG, SM엔터엔터테인먼트(SM엔터) 소속 가수들은 물론 해외 팝 가수들이 입점해 있다. 2023년 3379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덩치를 키운 위버스는 월 구독 방식의 디지털 멤버십을 선보이며 수익성 제고에 나섰다. 시장 2위 ‘버블’의 구독자는 200만 명 정도다. SM엔터 자회사인 디어유는 버블을 통해 1:1 프라이빗 메시징 서비스를 선보인다. 디어유는 2023년 757억 원의 매출을 냈다.
카카오엔터가 시장 판도를 바꿀 가능성도 있다. 카카오엔터는 스타쉽엔터테인먼트·안테나·이담 등 음악 레이블은 물론 BH엔터·숲 등 배우 매니지먼트 레이블을 구축했다. 카카오엔터는 버블과는 다른 형태의 서비스를 출시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팬덤 플랫폼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아티스트 수가 많기 때문에 팬덤 플랫폼은 글로벌 IP(지식재산권)를 확보해 영향력을 확대해나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팬덤 플랫폼 업계 다른 관계자는 “팬덤 플랫폼은 단순한 소통이나 콘텐츠 소비 공간을 넘어 경험 중심의 생태계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전 세계적으로 다양해지는 팬덤 활동과 문화에 발맞춰, 팬들이 효율적이고 즐겁게 활동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능을 개발하는 플랫폼만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