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신매체이용음란죄(통매음죄)란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을 처벌하는 법이다. 통매음죄가 명시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3조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2019년 1437건이었던 통신매체이용음란죄 관련 신고 건수는 2023년 8004건으로 5배 이상 늘어났다. 그러나 경찰이 검찰에 기소해달라고 넘기는 비율인 송치율은 같은 기간 78.8%에서 47.6%로 크게 줄었다. 송치율이 줄었다는 것은 과잉 신고가 많다는 의미며, 그만큼 경찰력이 소모돼 진짜 필요한 성범죄 수사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범죄 신고의 경우 당사자들을 직접 소환 조사해야 할 일이 잦다.
통매음죄 관련 신고가 급증한 건 2022년부터다. 2022년 통매음죄 신고 건수는 1만 563건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022년 11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통매음 고소 가이드’라는 글이 올라오면서 온라인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 욕설한 상대방을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 글에는 고소장을 어떻게 작성하는지, 통매음으로 상대방을 처벌하기 위해 어떤 추가 자료가 필요한지 등이 상세하게 안내돼 있다.
통매음죄는 사이버명예훼손과 모욕 등 다른 죄목으로 신고하는 것보다 상대방을 처벌받게 할 가능성이 높다. 통매음죄는 사이버명예훼손죄, 모욕죄와 달리 별도의 공연성을 요건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DM(쪽지)이나 비밀 채팅 등 일대일 대화를 통한 범행도 처벌 대상이 되며, 대부분 문자나 사진 등의 형태로 보존되기 때문에 증거로 인정받을 확률도 높아진다.
유상배 유앤파트너스 변호사는 한 매체 기고문에서 “사이버명예훼손이나 모욕의 경우 피해자가 특정되어야 하기 때문에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범행을 하면 처벌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공연성 요건까지 요구하기 때문에 일대일 대화 등을 통한 행위를 처벌하기 힘들다”면서 “그러나 통신매체이용음란죄는 피해가자 특정될 필요가 없으므로 불특정 다수에게 성적인 내용을 발송한 때에도 처벌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특징을 악용해 다른 온라인 게임 유저를 협박하거나 합의금을 뜯어내기 위해 고소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성적 욕설을 유도한 뒤 수백 건씩 대량으로 고소를 진행해 합의금을 받으려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온라인 게임이나 SNS 등에서 상대방이 일부러 성적인 메시지를 보내게끔 유도한 뒤 기획적으로 고소를 진행하는 이들을 지칭하는 ‘통매음 헌터’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2022년 11월 경찰의 무혐의 처분을 받은 김 아무개 씨는 “상대방이 일부러 게임에서 트롤링(고의적으로 게임을 망치는 행위)을 해 한마디했다”면서 “욕설을 한 건 잘못이지만 상대방 캐릭터를 지칭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고소를 하겠다’, ‘증거가 다 남았다’는 등의 협박을 하더라”라고 말했다. 김 씨에 따르면 “인터넷 카페를 통해 알아보니 합의금과 변호사 선임 비용이 비슷해 경찰 조사를 받은 직후 합의를 하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다”고 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본인이 통매음 헌터에게 작업당했다고 느껴도 합의를 해버리는 경우가 있다”면서 “게임 통매음죄의 경우 피의자들이 학생이거나 나이대가 어린 경우가 대부분이다. 법적으로 다퉈볼 수 있지만 시간과 비용을 많이 소모하고 고생하기 때문에 그냥 합의하고 만다. 또 조사받으러 가는 과정에서 가족과 직장 등에서 알게 될까봐 두려워 합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성’ 인식하면 유죄, ‘패드립’은 무죄

2018년 9월 13일 대법원은 헤어진 연인 사이에 ‘성적인 매력이 없다’는 취지의 문자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보낸 피고인의 행위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고 수원지방법원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성적 욕망’과 관련해 “성행위나 성관계를 직접적인 목적이나 전제로 하는 욕망뿐 아니라 상대방을 성적으로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등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을 줌으로써 심리적 만족을 얻고자 하는 욕망이 포함된다”고 판시했다.
피해자의 성별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통매음죄의 법률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2023년 2월 23일 대법원은 통매음죄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벌금 80만 원형을 내린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A 씨는 경북 경산시 본인 주거지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을 하던 중 20대 남성 B 씨의 여성 캐릭터를 향해 성행위를 연상케 하는 글과 함께 “근데 여자가 어디 게임하노?”, “더러운 건 너의 뷰야”라고 채팅창에 게시했다.
A 씨는 “게임을 일부러 지려고 해서 화가 났을 뿐 성적인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성적 수치심을 주는 말을 사용했다면 이는 성적 욕망을 만족시키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뷰’ 역시 “영어 View의 의미”라는 A 씨의 주장과 달리 재판부는 성적 함의가 담긴 중의적인 표현이라고 봤다. 특히 재판부는 A 씨가 B 씨를 여성으로 명확히 인식했다는 데 초점을 뒀다. 재판부는 “B 씨의 게임 아이디에 여성으로 볼 수 있는 실명이 포함돼 A 씨가 상대방을 여성으로 전제하고 대화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모님을 향한 성적인 욕설, 소위 ‘패드립’ 채팅을 한 게임 유저에 대해서는 통매음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024년 11월 28일 대법원은 통매음죄 위반 혐의로 기소된 C 씨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돌려보냈다. C 씨는 2021년 3월 2일 오후 11시쯤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내 채팅창을 이용해 같은 게임을 하던 20대 여성 D 씨의 부모를 대상으로 성적인 메시지를 수차례 보냈다.
재판부는 “C 씨의 메시지에 D 씨의 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모멸감을 주는 표현이 섞여 있기는 하나 C 씨는 D 씨와의 다툼 과정에서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을 뿐 ‘성적 욕망’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곽준호 변호사는 “캐릭터나 유저의 닉네임 등으로 봤을 때 이성으로 인식할 수 있다면 성적 욕망이 있을 수 있고 이에 따라 처벌이 가능하다. 실제 유저의 성별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면서 “통매음죄의 입법 목적상 상대방 부모님을 향한 패드립은 처벌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명확하게 통매음죄 적용 범위를 규정하면 좋겠지만, 온라인에서 발생하는 욕설을 모두 예상해서 정리하는 것은 어려운 측면이 있다. 결국 판례가 쌓여가야 정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곽 변호사는 “가장 중요한 것은 얼굴이 보이지 않는 온라인 채팅이라고 하더라도 무분별한 욕설을 하지 않는 것”이라면서 “한정된 경찰력이 꼭 필요한 곳이 아닌 일종의 합의금 장사에 쓰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억울한 측면이 있더라도 결국 성적 욕설을 한 유저가 고소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다. 경찰 입장에서도 이를 안 받아줄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하소연하는 경찰도 많다”고 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