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인시장 동서 측 아트게이트는 출입구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황두진 건축가는 실용성과 상징성을 모두 고려했다고 설명한다. 황 건축가는 “한옥은 기와가 올라가는데, 여기에 기와를 올리면 주변 가게들이 어두워질 수 있다. 그래서 유리 지붕을 사용해 비와 눈은 막으면서 햇살은 들어오게 했다”면서 “소나무는 전통적으로 집뿐 아니라 배를 만드는 데 사용한 재료다. 이 구조물은 도시를 향해 나아가는 통인시장이라는 배의 뱃머리라는 개념으로 설계했다”고 말했다.
황두진 건축가는 “한옥 구조를 응용하되 단순한 한옥에 그치는 게 아니라 구조적으로나 기술적·미학적으로 발전시켜 새로운 시대의 감성에 맞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서울시가 21세기 초반부터 진행해온 ‘한옥 르네상스’와도 맥이 닿아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루이비통이 만든 서울 가이드북에도 소개될 정도로 유명해졌고, 최근 봉준호 감독 영화 ‘미키17’ 홍보 내한차 방문한 로버트 패틴슨 영상에 등장하기도 했다.

황 건축가는 “당시 수의 계약으로 2000만 원도 되지 않는 돈을 받았지만, 역사에 남는 작품을 만든다는 마음으로 공을 들였다. 당시 아트게이트를 위해 따로 만든 통인시장 폰트를 다른 시장에서도 활용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시민투표도 하고, 상인들의 의견도 듣는 과정이 번거로웠지만 그런 마음이 있기 때문에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완공 후 그해 가을, 이 작품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공공디자인 대상을 수상했다. 이후 황 건축가의 모교인 예일대학교에서 모형을 전시하는 등 국내외적으로 인정받은 건축물이 됐다.
황 건축가가 문제를 제기한 건 올해 초, 서울시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안공모전을 실시하면서다. 종로구 통인시장과 중구 한 시장이 선정됐다. 문제는 통인시장 공모 지침에 ‘아트게이트의 철거 및 존치 여부를 참가자가 자유롭게 제안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면서다.
2월 18일 황두진 건축가는 해당 공모를 대행하는 업체로부터 공모전 심사위원 제안을 받았지만 ‘이익 상충’ 문제를 들어 거절했다. 그는 “내가 작가로서 내 작품을 지키고 싶지만, 스스로 심사위원이 돼 공적 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문제가 단순히 자신의 작품이 철거될 수 있다는 것을 넘어, 한국 사회 전반에 만연한 역사적 건축물에 대한 존중 부재와 저작 인격권 침해 문제라고 강조한다. 황 건축가는 “특히 건축가들이 만든 것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너무 빈약하다. 또 사회 전반적으로 매우 만연돼 있는 저작 인격권에 대한 침해 사례기도 하다”고 말했다.
서울시청 관계자는 “철거를 확정한 것이 아니라 철거든 보존이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서울시청 관계자는 “공공 건축물이 아닌 시설물이기 때문에 공모전 내용에는 문제가 없다. 소유권은 종로구에 있고, 시설물에 대한 변경은 소유권자와 제작자가 협의를 통해 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자유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들어올 수 있도록 제한을 두지 않은 것이다. 6월에 공모전 결과가 나와봐야 철거인지 보존인지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종로구청 관계자도 “서울시에서 당선작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존치 여부가 결정된다”며 “당선작에 따라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황두진 건축가는 “철거 가능성을 열어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는 “신축을 좋아하는 문화 때문인지, 이제 10년 정도 지난 창작물을 무조건 새롭게 지으려고 한다. 건축 문화라는 건 다양한 건축물·창작물이 누적되면서 생긴다. 역사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는 풍토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사례들이 한국에서 반복되는 현상을 비판하며 “전 세계 모든 문명국가들이 역사적 맥락이 되는 건물을 소중하게 생각하는데, 한국에서는 허무는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 건축가는 “아트게이트는 서촌, 서울,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이미지 중 하나가 됐다”며 “이런 맥락이 쌓여가야 건축 문화가 생기는 건데, 자꾸 헐고 새로 짓고를 반복하면 문화적 축적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공모전은 4월 1일 1단계가 마감되면서 5개 출품작을 뽑고, 6월 9일 2단계를 거친 최종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황두진 건축가는 자신의 작품이 완전히 철거되는 것이 아니라 일부 변형되는 것에는 열려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아케이드 부분은 수정하더라도 앞의 아트게이트 헤드 부분은 보존하면서 연결시킬 수 있다. 원형을 살리면서 새로운 설계와 조화를 이루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평가는 제가 하는 게 아니겠지만,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언젠가는 한국의 문화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만들었다. 그런 마음으로 열과 성을 다해 설계한 작품이 단지 행정적 미숙으로 없어질 수 있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주민 의견 수렴, 시장 상인 투표 등을 거쳐 최종 결정된 작품이라면 반대로 철거할 때도 최소한 그런 투명하고 공공적인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디자인 공모가 끝나고 나서 최종안이 결정되면, 당선자, 황두진 건축가, 종로구와 함께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A 건축학과 교수는 “보존 범위와 규모를 정해야 하겠지만, 현상공모 참여자들로 하여금 과거와 미래를 이어주는 중요한 고리 혹은 가치가 있는 대상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아도 괜찮다는 오해가 없도록 지침이 작성돼야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내 건축물을 대하는 풍토에 대해 A 교수는 “설계한 건축가를 존중하지 않는데 작품에 대한 존중이 있을 리 만무하다. 우리나라에서 건축가는 ‘수퍼을’이다”라면서 씁쓸해 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