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CJ올리브영(올리브영)의 해외 오프라인 화장품 시장 공략법이 중국과 미국에서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리브영은 중국 내 오프라인 매장을 모두 철수한 데 이어 매장 운영을 담당했던 상하이 법인을 청산했다. 중국에서 한국 화장품 경쟁력이 낮아지면서 직진출 전략을 사실상 접은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올리브영은 올해 미국 법인을 설립하고 매장 출점을 준비 중이다. K뷰티 브랜드가 미국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새로운 기회의 장을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어려움 겪은 중국 내 직진출, 법인도 청산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올리브영은 중국 상하이 법인(CJ OLIVE YOUNG (SHANGHAI) CORPORATION)을 청산했다. 올리브영은 상하이 법인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었다.
중국과 미국에서 CJ올리브영(올리브영)의 오프라인 화장품 시장 공략법이 엇갈리고 있다. 올리브영 광주 타운 매장에서 한 고객이 쇼핑을 하는 모습. 사진=올리브영 제공상하이 법인은 중국 내 매장을 운영하는 역할을 해왔다. 올리브영은 CJ올리브네트웍스와 인적분할을 하기 전인 2013년에 상하이 법인을 설립해 중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2013년 상하이에 첫 매장을 냈다. 2017년 중국 내 올리브영 매장은 10개까지 늘었다.
하지만 2020년 올리브영이 모든 중국 내 매장을 철수하며 상하이 법인의 역할이 모호해졌다. 사드(THAAD) 배치 후폭풍 여파가 있었던 데다 중국 내에서 자국 화장품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2019년 색조 화장품 브랜드 클리오가 중국 매장을 철수하는 등 한국 화장품 브랜드들의 중국 시장 이탈도 이어졌다.
이와 관련, 이해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에는 홍콩 베이스의 왓슨스, 하메이 등 여러 자체 H&B(헬스앤뷰티) 스토어가 있다. 국내 시장처럼 올리브영이 독주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보니 중국에서는 (매장이) 잘 안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홍성표 삼일회계법인 K뷰티 섹터 리더는 “중국 시장에서 한국 화장품들의 점유율이 상당히 낮아진 상황에서 굳이 올리브영 매장을 중국에 남겨둘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올리브영이 중국 내 직진출 전략을 다시 펴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에 제대로 뿌리를 내린 국내 오프라인 유통 업체는 없다. 결국 한한령에 못 이겨 다 철수했다”며 “중국 정부 특성 탓에 중국은 직진출하기엔 난이도가 높은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이마트 등 유통업체들은 중국 시장에 매장을 냈다가 철수했다. 화장품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에서는 오프라인 매장을 내기보다는 이커머스 관련 투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업계 트렌드가 전환됐다”라고 말했다.
올리브영은 중국에선 온라인 이커머스를 통해 올리브영 브랜드관을 운영하는 동시에 자체 브랜드(PB)를 유통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PB 상품을 중국 내 온·오프라인 유통망에 입점시키는 방식이다. 올리브영은 바이오힐보, 웨이크메이크, 필리미리 등 10개의 PB 브랜드를 갖고 있다. PB 상품은 마진율이 높다. 브랜드가 성장하면 브랜드만 매각할 수도 있다. 중국 내 사업은 2023년에 올리브영이 새로 세운 현지 법인인 CJ화장품상무유한공사(CJ(Shanghai) 화장품상무유한공사)를 통해 전개된다.
#K뷰티 브랜드 높아진 위상에 상황 바뀐 미국
지난해 7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진행된 ‘KCON LA 2024’ 미국 현지 관람객들이 올리브영 부스에 전시된 중소 K뷰티 브랜드를 체험했다. 사진=올리브영 제공올리브영은 미국에서는 직진출에 나섰다. 지난 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 현지 법인 ‘CJ 올리브영 USA(CJ Olive Young USA)’를 설립했다. 올해 미국에 오프라인 매장 1호점을 개점할 계획이다. 미국은 단일 국가 중 최대 뷰티 시장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글로벌 뷰티 시장은 5700억 달러(2023년 환율 기준 740조 원), 미국 시장은 1200억 달러(156조 원) 규모다.
올리브영이 미국에 오프라인 매장을 내려는 시도가 처음은 아니다. 2018년 올리브영은 미국에 올리브영 아메리카(CJ OLIVEYOUNG AMERICA, INC), 올리브영 뉴욕 법인(CJ OLIVEYOUNG NEW YORK, LLC)을 설립했다. 하지만 미국에 오프라인 매장을 출점하지 못했다. 올리브영은 인적분할 당시 뉴욕 법인을 인수한 후 2020년에 청산했다. 당시에만 해도 K뷰티 브랜드들이 미국에서 크게 인기를 끌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한국의 K뷰티 인디 브랜드들이 미국에서 주목받고 있다. K뷰티 브랜드들은 합리적 가격과 차별화된 성분을 내세워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K뷰티 브랜드들은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 SNS 바이럴 마케팅으로 입소문도 타고 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K뷰티 브랜드의 지난해 미국 시장 점유율은 2023년 대비 1%포인트(p) 증가한 3%로 추산된다.
미국 화장품 시장에서 오프라인과 온라인 시장 비중은 각각 80%, 20%다. 마녀공장, 조선미녀, 스킨천사 등 K뷰티 브랜드들은 미국 대형마트인 코스트코, 타깃 등에 입점하며 미국 내 오프라인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현지에 오프라인 유통망이 없으면 성장이 제한적이란 평가다. 앞서의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에서 제품을 직접 테스트해보고 사려는 소비자들도 많아지고 있다”며 “원 브랜드숍보다는 올리브영처럼 멀티 브랜드숍의 선호도가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올리브영 입장에선 미국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플랫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올리브영은 해외 소비자들이 K뷰티 상품을 직구(해외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몰을 운영 중이다. 글로벌몰 매출의 상당 부분은 북미 시장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장품 업계에선 올리브영이 미국에 오프라인 매장 1곳을 세우는 데 그치지 않고 매장 수를 확대할 것이라 내다본다.
이와 관련, 올리브영 관계자는 “중국 현지 매장 철수 이후 매장을 운영하는 리테일 사업에서 브랜드 사업으로 전환을 준비해왔다”며 “미국 오프라인 매장의 향후 방향성을 말씀드리기는 아직 어려운 시점이다. 다만 해외로 사업을 본격화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2의 전성기' K뷰티 브랜드 M&A 주목 받는 까닭
K뷰티 브랜드가 M&A(인수합병) 시장에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지난해 K뷰티 브랜드의 M&A 건수는 15건으로 알려졌다. 2018년(13건) 이후 가장 많은 기록이다. K뷰티 인디 브랜드 중 최소 10개 이상 업체가 지난해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성장세에 힘입어 M&A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K뷰티 인디 브랜드의 매출액 추이. 자료=하나증권 리포트최근엔 글로벌 메이저 뷰티 회사가 K뷰티 브랜드를 인수했다. 프랑스 로레알그룹은 스위스 미그로스로부터 고운세상코스메틱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지난해 12월 밝혔다. 고운세상코스메틱은 ‘닥터지’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2015~2018년엔 글로벌 뷰티 회사가 선도 브랜드를 확보하기 위해 K뷰티 브랜드를 인수하는 사례가 종종 있었다. 에스티로더그룹의 해브앤비(‘닥터자르트’ 운영사) 인수, 유니레버의 카버코리아(‘AHC’ 운영사) 인수, 로레알그룹의 난다(‘3CE’ 운영사) 인수 건이 대표적이다.
K뷰티 인디 브랜드 간 군집화되는 현상도 최근 들어 새롭게 나타나고 있다. 구다이글로벌은 지난해에만 티르티르 지분 50%, ‘라카’ 운영사 라카코스메틱스 지분 88%, ‘스킨1004’ 운영사 크레이버코퍼레이션 지분 85%를 인수했다.
이와 관련, 홍성표 삼일회계법인 K뷰티 섹터 리더는 “(글로벌 기업의 K뷰티 브랜드 인수 사례는) 최근 끊겼다가 재개돼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과거엔 아모레퍼시픽의 코스알엑스 인수 등 대기업이 K뷰티 브랜드를 인수하는 사례만 생각했는데, 다른 유형의 M&A 건이 생기기 시작한 셈”이라며 “계속 이 사례가 이어질지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김주덕 성신여대 뷰티융합대학원장은 “새로운 브랜드를 내기 위한 저력을 확보하기 위해 K뷰티 인디 브랜드 간 인수 사례도 더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