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에코플랜트는 한때 시가총액 10조 원 가치로 상장하려고 했다. 2022년 7월 1조 원 규모 투자를 유치할 당시 4년 이내에 기업공개(IPO·상장)를 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당시 SK에코플랜트는 브레인자산운용과 프리미어파트너스, 이음프라이빗에쿼티(PE) 등을 대상으로 6000억 원 규모의 전환우선주(CPS)를, 글랜우드크레딧과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을 대상으로 4000억 원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했다.
SK에코플랜트가 주요 자회사 동반 매각에 나서면서 높은 기업가치로 상장하는 것은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자회사 매각으로 현금을 확보해 재무적 투자자(FI)들에게 투자금을 돌려주고 기업 사이즈를 축소해 운영하려 할 것이라는 얘기다. 회사 측은 이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SK에코플랜트가 자회사 매각 이후 성장 스토리를 어떻게 써나갈지 의심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SK오션플랜트, 해상풍력시장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데…
2022년 SK에코플랜트에 투자한 한 금융투자회사 관계자는 투자 이유에 대해 “SK오션플랜트를 보고 산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우리나라도 석유와 천연가스 채굴이 가능하다는 기대감이 생기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한국은 원자력 발전과 해상풍력 아니면 답이 없다”면서 “SK오션플랜트를 매각한다면, SK에코플랜트는 투자가치가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는 2021년 11월 삼강엠엔티를 인수해 SK오션플랜트로 사명을 바꿨다. SK오션플랜트는 다른 조선사들처럼 함정과 선박 수리, 부유식 원유생산 저장하역설비(FPSO)도 제작 가능하지만, 기본적으로 가장 강점이 있는 영역이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제작이다.
해상풍력 업계는 최근 희소식이 전해졌다. 4년간 시간을 끌었던 해상풍력특별법 입법이 마침내 이뤄진 것이다. 이 법안은 해상풍력 설치를 단기간에 늘리기 위해 10개 부처, 28개 법으로 분산돼 있는 관련법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실시계획 승인으로 의제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정부가 예비지구와 발전지구를 선정하고 입찰공고를 통해 사업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원스톱샵법'으로 불리는 만큼 해상풍력 단지 완공 기간을 기존의 최대 10년에서 절반 수준으로 단축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법의 또 다른 특징은 기존 사업자들도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전기위원회의 사업 허가를 받은 업체들은 특별법 적용을 신청해도 되고 기존의 제도로 절차를 밟아도 된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해 국내 해상풍력 연간 설치량이 0.1GW에 불과했으나, 2030년에는 1.4GW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2030년 이후에는 연간 최대 설치량이 3GW 수준까지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내놓았다.
우리 정부의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재생에너지 보급 전망에서 풍력에 대한 누적 설치량 목표는 2025년 3GW, 2030년 18.3GW, 2035년 35.5GW, 2038년 40.7GW인데 육상 풍력 연간 설치량이 수백MW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해상풍력 연간 설치량이 3GW까지 커져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전력수요 상위국이고, RE100 수요 또한 높은 상황에서 해상풍력 설치 가능 지역이 많다”면서 “초기에는 고정식 해상풍력이 주를 이루겠지만, 2030년 이후에는 부유식까지 시장이 개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외시장도 SK오션플랜트가 기대하는 영역이다. 중국을 제외하고 현재 아시아 지역 최대 시장은 대만이다. 대만 정부의 목표치를 기준으로 하면 대만 잠재시장은 약 1.5GW에 달한다. 일본은 목표치가 더 가파르다. 2020년만 해도 대만에 비해 턱없이 적은 60MW에 불과했으나 2030년 10GW를 채운다는 목표다. 2040년 목표치가 45GW일 정도다.
#얼어붙은 건설 업황, SK에코플랜트의 고민
SK오션플랜트 실적 전망 또한 밝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6620억 원, 415억 원이었으나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증권가 컨센서스(평균 예상치) 기준 각각 1조 672억 원, 647억 원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와 비교해 61%, 56% 증가할 것이라고 본 셈이다.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는 1044억 원으로, 올해 예상 영업이익 대비 다시 한번 61% 급증할 것이라는 게 증권가 전망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고민 끝에 SK오션플랜트를 매물로 내놓은 것은 그만큼 SK에코플랜트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이 251.3%로 높은 축에 든다. 친환경 사업을 하는 자회사들의 실적 기여도가 아직 미미하고, 건설업 불황으로 적자가 누적되고 있어서다. 지난해 몸값 기대치를 5조 원으로 낮추고 다시 한번 상장을 추진하는가 했지만, 금리 인하 기대에도 건설업이 살아나지 않으면서 지금은 사실상 올스톱된 상태다.
SK그룹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전임 박경일 사장이 경영할 당시엔 SK오션플랜트에 대한 애착이 컸다. 박경일 사장은 전략·투자 전문가로 2021년 9월 사장 취임 후 환경·에너지사업으로 비즈니스 모델 전환을 완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사장은 SK오션플랜트 인수를 마무리 지었고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몇 년 안에 고속 성장할 것이란 확신이 있어 SK오션플랜트 매각 제안에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는 평이다.
하지만 건설 업황이 얼어붙은 가운데 SK에코플랜트 수장이 지난해 재무통 김형근 사장으로 바뀌었다. 김 사장은 2016년 지주회사 SK 재무1실장, 2023년 SK E&S 재무부문장 등을 역임했다. 김형근 사장 취임 당시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IPO가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김 사장의 주요 역할은 이에 앞서 재무구조 개선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시공능력 10위권에 머무는 건설업 하나로 수조 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SK에코플랜트보다 매출과 이익이 3배가량 큰 현대건설이 시가총액이 3조 원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2022년 당시 고성장을 기대하고 투자한 FI들과 상환 여부를 조율하는 것도 큰 과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SK에코플랜트의 문제는 외부 투자를 받은 다른 SK 계열사들도 모두 품고 있는 문제”라면서도 “현실적으로 SK오션플랜트를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좋은 새주인을 찾아 최대한 높은 몸값을 받는 것이 일단 가장 중요한 과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SK오션플랜트와 관련해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민영훈 언론인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