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브가 지난해 하반기 미국 법인의 종속자회사인 빅노이즈(레코드 레이블업) 지분 전량을 매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3년 익스페리엔털 서플라이(콘텐츠 사업)를 매각한 지 약 1년 만이다. 양사 모두 2022년 레이블 부문 사업 영위를 위해 미국 이타카홀딩스 산하에 신설된 법인으로, 하이브가 이타카홀딩스 효율화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타카홀딩스는 2021년 하이브가 1조 원을 투자해 인수한 종합 미디어 기업으로 하이브 아메리카의 지배를 받고 있다.
이타카홀딩스 효율화는 미국 현지법인의 지속적인 실적 저하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2023년에 1424억 원 규모의 손실을 낸 하이브 아메리카는 지난해에도 140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엔터업계 한 관계자는 “이타카홀딩스를 이미 비싸게 샀다는 논란이 있었고 2023년 3140억 원 주고 사들인 미국 힙합 레이블 QC뮤직도 고평가 논란에 시달렸다. 비싸게 사들이고 계속 과실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타카홀딩스 영업권은 8653억 원으로 하이브 아메리카 전체 영업권의 47.8% 비중을 차지한다. 이타카홀딩스는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 등 세계적인 팝스타들이 소속돼 있어, 하이브가 BTS 외에도 ‘슈퍼 IP’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저스틴 비버가 건강상 이유로 투어를 중단했고 아리아나 그란데는 가수 활동보다는 연기에 집중하면서 IP 관리에 차질이 빚어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하이브는 753억 원 규모의 영업권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하이브는 BTS 공백기 앞뒤로 이타카홀딩스 인수 외에도 다양한 시도를 이어왔다. 2023년 12월에는 중남미 법인을 설립했고 2022년 4월에는 게임 부문 자회사 하이브IM을 설립해 신사업 추진에 나섰다. 그러나 신사업은 3년 연속 수백억 원의 적자를 냈고 중남미 법인 역시 수익을 내지 못하며 지난해 1100억 원가량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하이브가 BTS 공백기 동안 사업 다각화를 통한 리스크 헷지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이브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2조 2545억 원, 영업이익은 1848억 원으로, 매출액은 전년 대비 약 4%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38% 감소했다.
앞서의 엔터업계 관계자는 “이타카홀딩스나 하이브IM 등 BTS 군 입대를 앞두고 사업 다각화를 위해 준비했던 사업들에서 구멍이 컸다”라며 “BTS도 벌써 2번 재계약을 했다. 군 공백기가 끝나도 의존도 낮추기는 하이브에 숙제가 될 것”라고 분석했다.

BTS를 제외한 IP들의 성장성도 숙제다. 특히 2023년 한 해 동안 1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벌어들였던 뉴진스가 이탈하면서 ‘여돌’ IP에 막대한 타격 입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K팝 걸그룹 시장은 아이브와 에스파가 선두를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베이비몬스터, 키키, 하츠투하츠 등 새로운 걸그룹이 잇따라 데뷔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하이브 소속 다국적 걸그룹인 캣츠아이도 글로벌 시장을 노리고 지난해 데뷔했지만 아직 수익성이 가시화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음반 발매를 통해 비교적 빠르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국내 K팝 가수들과 달리 해외의 경우 음원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돼 있어 투어를 돌기 전까지는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엔터업계 다른 관계자는 “국내에 르세라핌과 아일릿이 있긴 하지만 간판 걸그룹이었던 뉴진스의 이탈이 워낙 뼈아픈 상황”이라며 “포스트 BTS가 될 만한 남자 아이돌로 세븐틴 등이 거론되기는 하지만 아직 BTS와 견주기는 어렵다. 하이브 쪽에서는 엔하이픈이나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의 남자 아이돌 체급을 올리려고 하는 거 같긴 한데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똑같은 앨범 한 장 가격도 BTS는 3만~4만 원으로 다른 아티스트들의 2배 정도 수준이다. 쟁쟁한 K팝 아티스트들이 공연당 티켓값이 15만~17만 원으로 책정될 때 BTS는 20만 원이 넘어가기 때문에 마진이 좋다”라며 “그러나 다른 가수들은 매출은 내도 그만큼 마진을 내지 못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BTS 매출 비중에 따라 하이브 전체의 영업이익이 좌우되고 있는 상황이고 지난해 BTS 매출 비중은 전체의 14%로 역대 최저치였다”라고 분석했다.
의존도를 줄이지 못한 상황이지만 BTS가 완전체로 컴백하면 영업이익률은 자연스럽게 회복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방탄소년단 매출 비중이 다시 30%대로 회복될 경우 영업이익률이 21% 수준까지는 회복되면서 올해 약 3500억 원대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르세라핌 등 국내 IP들은 연차를 따져봤을 때 순조로운 성장세라고 볼 수 있다”라며 “게임 등 신사업도 아직 투자가 선행되는 구간이고 플랫폼 역량이나 북남미 법인도 마찬가지다. 중장기 성장동력들에 투자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수익화 시점이 되면 향후 성과가 날 가능성이 높다”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하이브 관계자는 “올해 BTS가 컴백하는 데다 하이브 뮤직그룹 아티스트들의 고른 성장으로 발생할 규모의 경제 효과,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역량 강화, 하이브 라틴 아메리카 법인의 매출 발생 등이 수익성 개선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