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황은 탄핵정국에 들어서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정부가 신속하게 공공기관 임원 인선에 들어간 것이다. 문제는 해당 인사를 두고 ‘낙하산’이라는 지적이 나온다는 점이다.
3월 25일 민주당 정책위가 공개한 ‘윤석열 정부의 알박기 인사 현황’에 따르면 2024년 12월 3일부터 올 3월 21일까지 정부 산하기관에서 진행된 인사는 15개 기관에 걸쳐 100명이 넘는다.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이 38명으로 가장 많았다. 중소벤처기업부가 9명, 금융위원회 8명, 환경부 6명, 고용노동부 6명, 문화체육관광부 6명 등으로 나타났다.
한국마사회는 지난 12월 6일 마사회장 임원추천위원회를 꾸렸다. 2월 8일 1차 임추위 회의를 구성했고 같은 달 27일 서류심사를 거쳐 3월 5일 최종면접을 진행했다. 최종면접에 오른 7명 중에는 윤석열 대통령 서울대 법대 선배인 검사장 출신의 김회선 전 새누리당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보다 앞선 2월 3일 대통령실 첫 국정과제비서관을 지낸 임상준 전 환경부 차관이 환경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같은 달 28일에는 국민의힘 관악갑 당협위원장 출신인 유종필 전 위원장이 창업진흥원 원장에 임명됐다. 3월 5일 취임한 허성우 한국교육시설안전원 이사장의 경우 대통령실 국민제안비서관 출신이었고, 다음날인 6일에는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 항공안전기술원장직에 충암고등학교 출신 황호원 전 항공우주정책대학원장이 임명됐다.
여성가족부 산하 공공기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과 양육비이행관리원의 원장은 3월 17일 동시에 임명됐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에는 국민의힘 중랑갑 당협위원장을 지낸 김삼화 전 의원이, 양육비이행관리원장에는 대통령실 행정관 출신의 전지현 변호사가 초대 원장으로 임명됐다. 현재 여성가족부 장관은 1년 넘게 공석이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성명서를 내고 “이행원 원장의 경우 국정감사에서 전문성이 없는 김건희 여사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를 임명하기 위해 자격 요건까지 변경했음을 지적했는데도, 이를 무시한 채 임명을 강행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밖에도 한국농어촌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고용정보원, 한국남부발전, 한국관광공사, 한국콘텐츠진흥원 등도 현재 후임 인선에 착수했다.
민주당 등 야권에선 "탄핵을 염두에 둔 ‘알박기’ 인사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3월 25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한 천막당사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가 임박하자 정부 알박기 인사가 더욱 노골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비상계엄으로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윤석열 정권이 반성은커녕 훈장 주듯 내란 동조 세력에게 한자리씩 챙겨줄 작정인 듯하다”고 말했다.
진 의장은 “불법 계엄 이후 우리 당이 파악한 알박기 인사만 해도 15개 기관 63명 임명, 41명 공모 중으로 100명을 훌쩍 넘는다”며 “하나같이 자격과 전문성이 검증 안된 깜깜이 인사들로, 대통령실에 있었다거나 국민의힘 명함 하나 갖고 공공기관장 자리에 졸속으로 내리꽂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란으로 대통령 직무가 정지됐는데도 국정 혼란을 틈타 무자격 측근 채우기에 혈안”이라고 지적하며 “민주당은 알박기 인사 재발 방지를 위해 대통령과 공공기관장 임기를 일치시키는 공공기관운영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