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이 알리오에 공시된 공기업 31곳과 준정부기관 57곳을 포함해 총 88곳의 공공기관 기관장과 상임감사를 전수 조사한 결과, 최소 11명의 전과자가 공공기관장과 상임감사로 재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죄목은 공직선거법 위반이 가장 많았다. 이외에도 사기와 범인도피, 국가정보원법 위반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임원도 있었다.
#"직원 실수로 발생한 사고로 조직 대표 책임 차원 판결"

류지영 감사는 일요신문에 “직원 실수로 발생한 사고로 조직 대표라 책임 차원에서 받게 된 판결”이라며 “어린이집을 실질적으로 운영했던 원감들끼리 자금을 돌려썼다. 문제가 되는 줄 몰랐다고 한다. 통장 명의가 이사장인 내 이름으로 되어 있어 관리 부실 등으로 책임을 지게 됐다. 분명한 점은 사적으로 유용한 돈은 결단코 없었다는 사실”이라고 해명했다. 원감은 유치원에서 원장이 없을 때 원장을 대리하는 사람이다.

현재 박 감사는 국외 출장 중 일어난 성추행 의혹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피해자 지인을 스토킹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 지인을) 찾아가거나 연락한 건 맞지만 스토킹은 아니”라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출장 중 발생한 성추행 의혹 사건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윤상일 한국전력기술주식회사 감사는 2006년 자신 소유의 건물에서 불법 카지노 바를 운영한 부부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벌금 200만 원을 선고 받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윤 감사의 건물에서 카지노 바를 운영한 부부는 경찰에 단속되자 '바지사장'을 내세워 조사를 받게 할 목적으로 미리 갖고 있던 윤 감사의 인장으로 부동산 임대차계약서를 위조했다.
재판부는 윤 감사가 카지노 바의 실제 업주가 부부임을 알면서도 경찰과의 통화에서 부부가 내세운 바지사장과 임대차계약을 맺었다고 하는 등 허위 진술해 범인을 도망갈 수 있게 했다고 보고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윤 감사는 21대 국회의원 선거공보물에 “건물관리의 위임을 받은 사람이 임차인(불법 카지노 바 운영자)과 임의로 이중계약을 체결한 후 잠적했다”며 “해당 사건과 관계가 없음에도 억울한 책임을 지고 재판을 받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감사는 2008년 총선에서 친박연대 비례대표 10번으로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2020년 총선에선 미래통합당 후보로 서울 중랑구을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권명호 한국동서발전 사장은 2003년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와 불실기재공정증서원본행사 등 상법 위반 혐의로 벌금 400만 원을 선고 받았다. 이와 관련, 권 사장은 21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건축업 대표로서 부지 관련 공증 문제였다”고 소명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금배지 못 단 당직자들 '보은 인사'?

임찬기 한국가스안전공사 감사는 2013년 제주지법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임 감사는 2012년부터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 사무처장을 지내며 그해 18대 대선 선거운동을 돕기 위해 나섰다. 그는 이 과정에서 서울 모 회사 사무실 컴퓨터를 이용해 “사람이 먼저다, 기호 2번 문재인” 등 내용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유권자 10만 4252명에게 ‘자동 동보통신(단체문자)’ 방법으로 전송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후보자와 예비 후보자가 아닌 자는 선거일이 아닌 때 문자 전송 등으로 선거운동을 하려면 컴퓨터 및 컴퓨터 이용 기술을 활용한 자동 동보통신 방법을 사용해선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특히 임 감사는 해당 문자 발송자가 마치 문재인 후보처럼 비치도록 메시지를 작성했다. 또 선거운동 메시지 전송자는 수신자에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비용을 내지 않도록 조치했어야 했지만 이 역시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성명 등 허위표시’와 ‘부정 선거운동’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은 2011년 경기도시공사 사장 시절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사장직을 내려놓은 전력이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 사장은 2010년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책자를 발행하면서 김문수 당시 경기도지사를 홍보한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GTX 홍보 책자는 언론 기사 형태를 빙자해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당선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제작·배포돼 사전 선거운동 사실이 인정된다”며 “공무원이나 공기업 임직원의 선거운동 개입은 선거 공정성을 해치는 행위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2심에서는 발행 부수 등을 이유로 벌금 300만 원이 선고됐다. 이듬해 대법원은 항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자는 5년간 선거권과 공직 출마 및 임용이 제한된다. 이에 따라 이 사장은 선거권과 공직 출마 등이 제한됐다. 이 사장은 1심 선고 직후 사의를 표명하고 경기도시공사 사장직에서 내려왔다.

최 이사장은 200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유지와 노인회장 등에게 돈을 준 혐의로 2003년 2월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최 이사장은 항소했다. 포천군 예비군 면대장으로 16년간 근무하면서 노인회, 부녀회 등 행사에 찬조를 해왔다며 1심 형량이 무겁다고 주장했다. 최 이사장 형량은 2003년 6월 2심에서 벌금 200만 원으로 줄었다. 최 이사장은 2심 판결에도 불복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03년 9월 최 이사장 상고를 기각했다.
최 이사장은 18년 후 다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소속으로 2020년 총선 경기 포천·가평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였다. 최 이사장은 2020년 총선 당시 선거 현수막과 네이버 블로그, 페이스북 등에 ‘소상공인 회장’이라고 허위 경력을 적은 혐의로 2021년 5월 80만 원 벌금형에 처해졌다. 최 이사장은 회계책임자가 허위 경력을 표기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법원은 최 이사장이 선거 현수막 등 설치를 허락 또는 묵인했다며 최 이사장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 이사장은 SNS(소셜미디어)에 “항소로서 유무죄를 따지기보다는 지역 주민을 위해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공정하지 못했던 재판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죄 판결에는 항소하지 않았다. 최 이사장은 2024년 2월 20일 포천·가평 총선 출마 선언을 했다가 3일 만인 2월 23일 불출마를 선언하고 지난 1월 20일 한국석유관리원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경 전 감사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 인터넷 기획단장으로 일했다. 그는 “언행 불일치 정치인의 대표주자,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하는 박근혜” 등 박근혜 후보를 반대하는 내용의 인터넷 댓글 작업을 지시한 혐의로 2008년 4월 1심에서 벌금 400만 원을 선고 받았다. 경 전 감사 지시에 따라 한나라당 국회의원실 비서관은 아내와 처남, 친구 등에게 댓글 작업을 요청해 댓글 1500여 개를 달았다. 경 전 감사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하지만 2심은 2008년 7월 항소를 기각해 판결이 확정됐다.
보수 유튜브 채널 ‘따따부따’를 운영했던 민영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사장은 1996년 7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형 250만 원을 선고 받아 시의원직을 상실한 적이 있다. 민주당계 정당에서 활동을 시작한 민 사장은 이후 국민의당과 민주평화당을 거쳐 2023년 6월 국민의힘의 당대표 특보를 맡았다. 그로부터 약 10개월 후인 2024년 8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사장으로 임명돼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민 사장의 전문성과 적합성, 윤리성 등에 의문을 표하며 ‘민영삼은 아니다’라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100만 원 미만 벌금형은 괜찮나
100만 원 미만의 벌금형을 받은 임원도 2명 있었다. 모두 정치인 출신이다.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2005년 열린우리당(현 민주당)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던 시절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70만 원의 벌금형을 받은 바 있다. 김 사장은 17대 총선 전인 2003년 12월 27일부터 2004년 3월까지 5차례에 걸쳐 30명의 선거구민에게 125만 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하고 음식점 등에서 자신의 지지를 호소하는 발언을 하는 등 7차례에 걸쳐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1심 재판부는 김 사장에 대해 벌금 80만 원을, 2심 재판부는 그보다 감형된 벌금 70만 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 사장이) 정치 신인으로 선거 구민에게 자신을 알릴 기회가 없었던 점, 경선과 총선에서 금권 선거 유혹을 뿌리친 점, 당선 이후 의정활동을 열심히 한 점을 감안해 당선무효형이 아닌 벌금형 70만 원을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재판부는 함 사장이 과림동 일대 그린벨트 해제를 자신의 의정활동 내역으로 기재한 것은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이라고 보고 벌금 90만 원을 선고했다.
함 사장은 2002년 6대 경기도의회 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해 새누리당과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19대와 20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지난 대선에서는 윤석열 후보 예비캠프의 수도권대책본부장을 맡았다. 의원 시절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것을 제외하면 관련 분야 이력이 없었음에도 한국도로공사 신임 사장 내정설이 돌아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
남경식 기자 nogo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