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그룹이 지주회사제로 전환되면서 최태원 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 ||
최태원 회장은 이제 SK그룹 지주회사제 전환을 통한 ‘제3의 창업’을 선언하고 나섰다. 창업주인 고 최종건 회장의 ‘맨손으로 일군 제1 창업’과 그 동생이자 최태원 회장 선친인 고 최종현 회장의 ‘에너지와 통신 양날개 구축을 통한 제2 도약’에 이은 새로운 시대를 열어젖히고자 하는 의욕이 대단해 보인다.
SK는 지난 4월 11일 이사회를 통해 지주회사제 전환을 의결하고 오는 7월 1일자로 SK(주)를 지주회사인 SK(주)와 자회사인 SK에너지로 분리해 본격적인 지주회사제를 꾸리게 된다. SK는 지주회사제를 통한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의 독립성 투명성 강화로 기업의 성장과 주주 이익의 극대화 그리고 사회적 기업으로의 책임 실현 등을 표방하고 나섰다. 내적으로는 그동안 최 회장을 비롯한 총수일가의 어깨를 짓눌러 왔던 총수일가의 지배력 강화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의 지주회사제는 한동안 다소 기형적인 형태로 유지될 수밖에 없다. 지주회사는 SK(주)이지만 최태원 회장이 지분 44.5%를 보유한 계열사 SKC&C가 SK(주)를 지배하고 SK(주)가 나머지 자회사들을 거느리는 구조로 갈 수밖에 없다. SK가 천명한 것처럼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성 강화를 실현하기 위해선 최태원→SK(주)→전체 자회사의 형태로 가야하며 이를 위해선 최태원 회장의 SK(주)에 대한 지배력 강화가 우선돼야 한다.
그렇다면 최 회장은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SK(주)에 대한 지배력을 현재보다 얼마나 더 키울 수 있을까. 우선 SK(주) 분할에 따른 효과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오는 6월 27일 장 종료와 함께 기존 SK(주) 주식은 거래가 정지되며 분할된 주식은 7월 25일부터 재상장 된다. SK(주)의 기존 주주들은 순자산 분할비율에 맞춰 양사의 주식을 지급받게 된다. 예를 들어 SK(주) 1주를 보유한 주주는 분할된 새 지주회사 SK(주) 주식 0.29주와 자회사 SK에너지 주식 0.71주를 수령하는 식이다.
현재 최태원 회장의 SK(주) 지분율은 0.97%다. 이 지분이 29 대 71 비율로 SK(주)와 SK에너지 지분으로 나눠지는데 이렇게 되면 최 회장은 자회사인 SK에너지 지분을 팔아 지주회사인 SK(주) 지분을 사들일 수 있다. SK에너지 지분이 SK(주) 지분의 2.45배인 까닭에 최 회장은 SK에너지 지분을 모두 팔아 SK(주) 지분을 현재보다 2.45배 늘릴 수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최 회장의 지주회사 지분율은 기존의 0.97%에서 3.35%까지 늘어나게 된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최태원 회장은 현재 SK케미칼 지분 중 보통주 5.86%(121만 4269주)와 우선주 3.11%(8만 7515주)를 갖고 있다. 최태원 회장의 새 지주회사 SK(주) 지배력 강화를 위한 실탄용으로 SK케미칼 지분을 모두 처분한다고 가정할 때 이를 통해 최 회장이 거둬들일 현금은 874억 원에 이른다(5월 31일 종가 기준, SK케미칼 보통주 주가 7만 원과 우선주 주가 2만 7400원 적용).
5월 31일 현재 종가 기준으로 SK(주) 주가는 10만 5000원이다. 874억 원으로 매집 가능한 SK(주) 주식 총수는 83만여 주에 이른다.
현재 SK(주)의 발행주식 총수는 1억 2870만여 주다. 이를 새 지주회사인 SK(주)와 자회사 SK에너지의 분할비율 29 대 71로 환산해보면 874억 원으로 매집할 수 있는 새 지주회사 SK(주)의 지분율을 2.23% 정도로 볼 수 있다. SK(주)를 지주회사와 자회사로 분할할 경우 최 회장이 새로 취득할 수 있는 새 지주회사 지분과 SK케미칼 지분 매각을 통한 새 지주회사 지분 매집의 경우를 합산해보면 최 회장이 보유할 수 있는 새 지주회사 SK(주) 지분율은 총 5.58%에 이른다. 이는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앞둔 현재 SK(주) 지분율 0.97%의 5.75배가 된다. 지주회사만 지배하면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지주회사제의 특성을 감안할때 최 회장은 이번 지주회사제 전환을 통해 그룹 지배력을 종전보다 6배 가까이 키울 수 있게 된 것이다.
위의 계산은 분할 직전인 SK(주)의 현재 주가를 적용한 것으로 분할 이후 재상장될 새 지주회사 SK(주)와 자회사 SK에너지의 주가 추이에 따라 차이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최 회장이 갖고 있는 비상장 계열사 지분을 모두 처분해 새 지주회사 지분 매집에 쏟을 경우 위 방식으로 계산한 6배가량의 지배력 강화 이상의 효과를 볼 것이 확실해 보인다. 최 회장은 현재 SK C&C 지분 44.5%와 SK케미칼 계열인 SK건설 지분 1.83% 등을 갖고 있으며 SK해운 지분과 상장사인 SK텔레콤 지분도 소량 보유하고 있다. 최 회장이 왜곡된 SK의 지배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SK에너지가 갖고 있는 SK의 자사주와 자신 소유의 SKC&C 지분을 맞교환할 경우 최 회장의 지배구도는 돈 한푼 안들이고 안정적으로 완성될 수 있다. 이쯤 되면 SK 지주회사제 전환에 대한 기대감에 부응해 SK(주)의 주가가 오르는 것은 SKC&C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 이는 곧 최 회장 몫이 더욱 커지는 것이기 때문에 최 회장 1인 체제 출범에 대한 축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