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씨는 2008년께부터 주식투자 관련 정보를 활발하게 공유하며 ‘슈퍼개미’로 불리기 시작했다. 2020년부터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오늘의 시장’ 방송을 매일 오전 8시 40분부터 9시 20분까지 실시간으로 진행했다.
이 방송에서 김 씨는 미국 주식 시장 특징, 환율 및 물가, 국내 주식 시장 예측, 특정 주식 종목에 대한 중간사 리포트 소개 등을 제시했다. 그는 평소 “여러분의 행복이 저의 행복”, “여러분의 수익이 중요하다”면서 시청자인 투자자를 위해 방송을 하는 것이라고 여러 차례 언급하면서 상당한 신뢰를 얻었다. 김정환 씨 방송은 큰 인기를 끌었고, 월 3만 3000원 유튜브 멤버십, 수백만 원 강의 등을 통해 연 100억 원이 넘는 돈을 벌었다고 전해진다.
검찰은 김 씨가 2021년 6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약 1년 동안 자신이 매수한 5개 종목(KG케미칼, 다원시스, 유니테스트, 한컴위드, 덕산하이메탈)을 추천한 뒤 주가가 오르면 매도해 총 58억 9018만 808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했다고 기소했다. 특히 자신과 아내 명의 해외 차액결제거래(CFD) 계좌를 통해 주식을 거래했다는 점이 주목받았다.
CFD는 실제 주식을 매수하지 않고 가격 변동에 따른 차액만 결제하는 파생상품으로, 국내 증권사를 통한 매매가 아니기 때문에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매매 내역을 추적하기 어렵다. 검찰은 이러한 방식이 자신의 매매 행위를 은폐하려는 의도였다고 판단했다. CFD 계좌는 일반 주식 매수와 달리 흔적이 남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CFD 거래는 김 씨가 방송 도중 실수로 자신의 CFD 계좌를 드러내면서 알려졌고, 이를 기점으로 피해자들이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해 김 씨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다.

이 방송은 KG케미칼 1차 거래라고 불리는데 2심 법원은 “김 씨가 매수 추천이나 매도 보류 추천을 했다는 공소사실 부분이 합리적 의심이 없는 정도 증명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무죄를 내렸다. 법원이 “기대감이 있다”, “3분의 1도 평가받지 못한다. 매매할 것도 없다” 정도는 매수 추천이라고 보기 부족하다고 본 셈이다.
이어 유죄로 인정된 KG케미칼 2차 거래는 다음과 같다. 2021년 6월 22일 김 씨는 “KG케미칼 4만 원 이상까지 봐도 되지 않겠나. 구독자 A 님 KG 케미칼 수익 실현하셨다. 혼자만 도망갔다. 우리 퀀트K는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가 굉장히 강하기 때문에 선취매를 하거나 이런 건 없다. 나도 항상 조심하고 있고 여러 분보다 한 두세 달 늦게 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방송했다. 같은 날 김 씨는 KG케미칼 주식 6만 8005주를 27억 2389만 원에 매도했다. 이날 방송에 대해서 법원은 “매수 추천이나 매도 보류 추천을 했다는 공소사실 부분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 증명에 이르렀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보고 유죄를 선고했다.
또 다른 사례로 전력전자 관련 회사인 다원시스도 있다. 다원시스는 김 씨가 ‘K-주식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대체 불가능토큰(NFT)으로 만들어 판매하기도 했을 정도로 강력추천했던 주식이다. 김 씨는 “다원시스는 1차 목표주가를 시총 1조 4000억 원까지 보고 있다”며 구체적인 목표가까지 제시했다. 반면 김 씨는 방송 직후부터 매도를 시작해 총 1만 8436주를 높은 가격에 매도했다.
김 씨는 방송에서는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예측하면서도 실제로는 매도하는 모순된 행동을 반복했다. 김 씨 피해자들의 법률대리를 맡은 한상준 법무법인 대건 변호사는 “김 씨는 방송에서 ‘주가가 오를 것’이라며 시청자들에게 매도하지 말 것을 권유하면서도, 본인은 조용히 매도를 진행했다. 그의 실제 행동을 보면 ‘주가가 떨어질 것’이라고 판단했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변호사는 “결국 그는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다른 투자자들에게 반대로 말함으로써 자신의 매도를 유리하게 했기 때문에 자본시장법상 ‘위계(속임수)’에 해당한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1심에서는 왜 김 씨의 행동에 무죄를 선고했을까.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매수 추천으로 보이는 발언을 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방송 내용은 시청자에 따라 상대적으로 다르게 해석될 수 있어 이를 일괄적인 매수 또는 매도 보류 추천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주가 상승이 피고인의 방송 외에도 외부 호재나 기관 매수 등 다양한 요인에 기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도 문제가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김 씨에게 “피고인의 행위가 오해받을 소지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질타한 바 있다. 재판부는 “검찰에서 부정거래 기간이라 지목하는 기간 동안의 행위가 판례 등에 비춰볼 때 위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하기 어렵다는 것이지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특히 피고인의 거래 행태가 CFD 계좌를 이용했다는 점은 다른 구독자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오해를 살 소지가 있다”고 했다.
1심 선고 후 김 씨는 판사에게 “무죄 판단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유튜브 방송 등을 하지 않고 조심하며 살아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피해자 A 씨는 “만약 1심 재판부 논리대로라면 모든 핀플루언서가 앞에서 매수 추천으로 매수세를 불러일으킨 뒤 뒤에서는 팔아도 괜찮다는 얘기다”라고 지적했다.


2심 재판부는 유죄 이유로 “피고인은 주식 투자로 많은 수익을 올려 개인 투자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전문 투자자라는 사회적 지위에서, 자신의 주식 보유 사실과 매도 계획을 알리지 않은 채 해당 종목을 추천하고서 모순되게 곧바로 매도했다”며 “이는 부정한 수단과 계획, 기교를 사용한 부정거래 행위로 중대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이러한 범죄는 자본의 흐름을 왜곡하고 자본시장의 공정성과 투자자의 신뢰를 훼손해 선의의 투자자에게 피해를 줄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그에 상응하는 엄한 형사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1심과 2심은 ‘투자는 투자자 책임’이라는 일반적인 안내 문구를 어떻게 해석할지에서도 갈렸다. 1심 법원은 “피고인이 방송에서 해당 종목들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매도할 수 있다거나 매도했다는 점을 알린 바 있으므로 이해관계를 표시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최종 투자 판단은 투자자 몫이다’라는 일반적인 안내 문구를 걸었다고 해서 부정한 수단, 계획, 기교가 알려지지 않았다면 자본 시장 공정성을 침해할 위험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특히 2심 재판부는 “피고인과 같은 주식투자전문가로 활동하는 유사투자자문업자 등이 자신만의 구체적인 근거나 이유를 제시하면서 특정 종목 주가의 상승 가능성 등에 관해 설득력 있게 의견을 제시하면, 그러한 의견 제시는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에게 그에 따른 투자 의사를 충분히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핵심 쟁점이 된 ‘위계(속임수)’ 사용 여부에 대해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시청자들에게 ‘CFD를 통해 나는 매도하지 않고 있으니 여러분도 팔지 마세요’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실제로는 매도한 행위”가 전형적인 위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는 “금융투자상품의 매매, 그밖의 거래와 관련하여 위계를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자본시장법 제178조 제2항에 정확히 부합한다는 것이다.
피해자 모임에 속한 B 씨는 “2심 선고에서 유죄로 뒤집힌 게 다행이지만 집행유예라는 형량이 너무 아쉽다. 김정환 씨는 매도 주체에서 외국인으로 분류되는 CFD 계좌를 이용해 유니테스트 주식을 매도한 뒤 방송에서는 ‘외국인이 매도해 짜증난다’고 말할 정도로 시청자를 속였다”면서 “2심 판결 중에서 증거가 부족해 유죄 인정이 안 된 거래가 많다. 이런 부분을 보강해 고소할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 C 씨는 “김 씨가 유죄 판결 후 자신의 회사 주식 포트폴리오를 공개했는데, 보유 주식 대부분이 손실 상태였고 수익은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C 씨는 “김 씨가 항상 모든 시장을 이겨왔고 시장을 가장 잘 본다고 주장해서 유료 구독을 했지만, 실제 김 씨의 계좌는 전문가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처참한 상태였다”며 분노를 표했다.
2심 결과에 따라 피해자들은 민사소송을 통해 보상받을 길이 열렸다. 한상준 법무법인 대건 변호사는 “김 씨가 자본시장법 178조에 의해 유죄가 인정됐는데, 178조는 다소 특이하게도 179조를 통해 손해 배상 책임을 진다고 명시돼 있다”면서 “178조로 유죄가 인정된 만큼 피해자들이 보상받을 것으로 보이는데 얼마를 받을지는 법정에서 판단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2심 판결에 대해 검찰과 김 씨가 모두 상고했지만 대법원에서 결과가 바뀔 가능성은 매우 희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일요신문i’는 김 씨에게 이번 2심 선고 결과에 대한 입장을 묻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