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2019년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한 번도 거르지 않고 거액 영업손실을 기록한 대표적 저성과 공기업이다. 연도별 영업이익 적자 규모는 2019년 1080억 원, 2020년 1조 211억 원, 2021년 8881억 원, 2022년 3969억 원, 2023년 4414억 원, 2024년 상반기 694억 원씩이었다.
2012년 코레일은 '2020년 영업이익 1조 원 달성 비전 선포식'을 열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그 결과는 '적자 1조 원 달성'이었다.
실적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과 혁신 노력마저 미흡했다. 코레일은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 2019년 D등급(미흡), 2020년 C등급(보통), 2021년 E등급(아주 미흡), 2022년 E등급, 2023년 D등급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기관장 성과급은 꼬박꼬박 통장에 입금됐다. 2019년 7844만 원, 2021년 3651만 원, 2022년 1251만 원이 편성됐다. 최근 경영평가에 따른 성과급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기본급도 당연하다는 듯 계속 올랐다. 2019년 1억 1956억 원에서 2024년 1억 2993억 원까지 1000만 원 넘게 상승했다.
이런 경우가 흔하다. 일요신문은 2024년 발표된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 A등급(우수)을 받은 공기업 실적을 분석했다. A등급 기관장은 기본급의 약 130% 성과급을 받는다.

그 외 한국남동발전은 2022년 1조 7348억 원이었던 총포괄이익이 이듬해 1082억 원으로 크게 줄었는데 A등급을 받았다. 한국남부발전은 2022년 1조 5643억 원에서 2201억 원으로 약 86%씩이나 감소했다. 한전KPS는 1576억 원에서 1155억 원으로 줄었다.
준정부기관 실태도 다르지 않다. A등급을 받은 9곳 가운데 전년보다 총포괄이익이 늘어난 곳은 4곳에 그쳤다. 각각 한국에너지공단, 기술보증기금,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이다.
국립공원공단은 335억 원에서 마이너스(-) 65억 원, 한국교통안전공단은 157억 원에서 -81억 원으로 적자 전환하고도 A등급을 받았다. 이 밖에 한국연구재단은 17억 원에서 4억 원으로, 한국환경공단은 713억 원에서 169억 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은 17억 원에서 4억 원으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200억 원에서 28억 원으로 크게 쪼그라들었다.
E등급(아주 미흡)을 받은 기관은 더 심각하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와 한국고용정보원 2곳이 이 같은 평가를 받았다. 이에 두 곳 모두 기관장이 교체됐다. 코바코는 민영삼 사장, 한국고용정보원은 이창수 원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문제는 '구원투수'를 필요로 했던 이들 기관에 온 새 대표들이 모두 전문성 부재는 물론 '낙하산' 논란에 휩싸였단 점이다.
민영삼 코바코 사장의 경우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국민통합 특보를 지냈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민 사장은 과거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250만 원 벌금형을 선고받아 시의원직을 상실한 이력이 있다.
이창수 한국고용정보원장은 2018년 9월~2019년 8월 국민의힘 충남도당위원장, 2019년 9월~2020년 4월 국민의힘 중앙당 대변인을 거쳐 2023년 5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국민의힘 중앙당 인권위원장을 지냈다.

물론 낙하산 인사가 꼭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정부와 호흡을 맞추는 측면에선 오히려 더 낫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낙하산으로 지목된 인사가 전문성을 갖췄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사항이다.
국내에서 낙하산 인사와 공공기관 성과 사이 상관관계를 자세히 연구한 결과가 그리 많진 않다. 그나마 일부 연구 결과를 보면 낙하산 인사가 최상의 성과를 내긴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민병익 경상대 행정학과 교수가 2015년 발표한 '낙하산 인사가 공공기관 경영이행 실적에 미친 영향' 연구가 대표적이다. 민병익 교수는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공공기관장에 대한 임용 유형 자체가 경영 실적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그렇지만 내부 승진한 기관장들의 성과가 더욱 우수한 점에 견줘, 이른바 '낙하산 인사'가 공공기관 경영 실적을 다소 약화시킨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관행을 막으려면 제도 보완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적지 않다. 현재 공공기관 임원 선출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 표면상으로는 임원후보 공개모집과 임원추천위원회 심사 및 공공기관운영위원회 검토 등 공정한 심사가 이뤄지는 듯 비친다. 하지만 실제론 정치적 영향력이 개입해 문제다.
해외 선진국은 이런 문제를 방지하는 여러 장치를 두고 있다. 영국은 공공기관 임원 인사 때 '공공인사 선임준칙'을 따르고, '공공인사 감독관실'에서 준칙 여부를 심사받아야 한다. 여러 규정이 있지만 눈길을 끄는 항목은 "공공기관 임원 후보자 평가는 '철저하게 실적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규정이다.
프랑스는 '공기업관리청'이 별도로 존재한다. 이 기관이 헤드헌터사 등을 통해 정기적으로 2000명 이상의 인력풀을 업데이트한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 등에 후보를 추천한다. 임명권자는 대통령이지만 의회에서 후보자 평가 및 동의를 거쳐야 한다.
두 국가는 공통적으로 정치적 영향력의 존재를 인정하기도 했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영국은 정부가 공개경쟁 없이 직접 대표를 임명할 수 있는 기관, 프랑스는 정부가 직접 이사회 이사를 임명할 수 있는 기관 등을 따로 지정했다. 여기에 속하는 기관은 총리나 대통령 뜻에 의해 임원이 선임되고, 그 밖에 기관은 철저히 공개경쟁을 통해서만 인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한국에서도 공공기관 임원을 둘러싼 불공정 낙하산 인사를 막으려는 시도가 있었다. 문재인 정부 당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앞장서 이른바 '살찐고양이법' 시행이 공론화한 적이 있었다. 공공기관장 연봉 상한선을 제한한 법이다. 일부 지방자치단체 조례로는 진작 시행돼 왔다.
그러나 시행되지 못했다. 공공기관장 자리의 매력도만 조금 낮출 뿐이었다. 정치적 영향력을 근본적으로 없애진 못해 실효성이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현재는 국회에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계류돼 있다.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올 2월 6일 대표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각 공공기관장 임원추천위원회가 심의·의결한 후보자를 즉시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통지하도록 하고, 후보자에 결격사유가 발견되면 국회가 임명에 관한 재의결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게 그 골자다. 양부남 의원은 "공공기관장 임명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에 대한 보은성 '낙하산' 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이를 국회 차원에서 견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