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3월부터 거래 중개 서비스를 시작한 크림은 2021년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로부터 분사했다. 한정판 상품, 특히 운동화로 재테크를 하는 일명 리셀테크(리셀과 재테크를 합친 말) 열풍이 MZ세대를 중심으로 유행한 시점이었다. 크림을 비롯해 무신사의 ‘솔드아웃’ 등 리셀 플랫폼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KT와 한화 등 대기업도 국내 한정판 리셀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KT알파에 합병되기 전 KT엠하우스가 2020년 10월 출시한 한정판 운동화 리셀 플랫폼 서비스 ‘리플’은 2022년 9월 서비스를 종료했다. 한화솔루션 자회사 엔엑스이에프(NxEF)가 운영하는 한정판 거래 플랫폼 ‘에어스택(AIRSTACK)’은 2022년 12월 출범했지만 1년을 넘기지 못하고 2023년 7월 서비스를 종료했다.
과거 리셀 플랫폼들이 백화점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 입점한 사례가 있었지만, 현재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리셀 플랫폼 중에서 입점한 업체는 현재 크림(잠실 월드몰) 하나뿐”이라며 “또 다른 플랫폼인 ‘아웃오브스탁’은 2024년 초에 철수한 걸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백화점업계 한 관계자는 “백화점과 한정판 리셀 플랫폼이 협업한 사례가 간간이 있었지만, 규모가 눈에 띄게 큰 수준은 아니었다”며 “한정판 리셀 수요는 미미하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리셀 시장에는 사실상 크림과 솔드아웃만 남은 상황이다. 두 회사 모두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크림의 개별 기준 2024년 매출은 1776억 원으로 전년(1222억 원) 대비 45.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89억 원이다. 솔드아웃 운영사 에스엘디티의 2024년 매출은 75억 원으로 전년(134억 원) 대비 43.9% 감소했다. 같은 해 영업이익은 –150억 원을 기록했다.
이종우 아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경기 침체 장기화로 인해 브랜드를 보지 않고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이른바 ‘듀프 소비’가 활발해지면서 리셀을 비롯해 명품 시장도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라며 “리셀테크를 시도하려는 일반 소비자들의 수요가 줄어들고 마니아층만 남게 됐기 때문에 리셀 시장에서 거품이 빠진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듀프 소비는 복제품을 뜻하는 ‘듀플리케이션(Duplication)’과 ‘소비’ 합쳐진 신조어다. 명품 등 고가 브랜드 대신 가성비 대체품을 찾는 소비 트렌드를 이미한다.

크림은 사업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다. 현재 신발, 의류 등 한정판을 비롯해 그래픽카드, 피규어, 굿즈, 티켓, 중고기기 등 다양한 상품을 다루고 있다. 해외 시장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2023년 10월 일본 최대 한정판 거래 플랫폼 ‘스니커덩크’ 운영사 소다(SODA)에 투자해 지분 43.6%를 확보했다.
동남아시아 시장에도 진출해 있다. 태국 한정판 거래 플랫폼 ‘사솜(Sasom)’을 운영하는 사솜컴퍼니(Sasom Company Limited)의 지분 31.6%를 보유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업체 ‘쉐이크 핸즈’(SHAKE HANDS SDN BHD)에는 지분 22.47%, 인도네시아 ‘킥애비뉴’ 운영사 ‘PT카루니아 인터내셔널 시트라 켄타나’(PT Karunia Internasional Citra Kencana)에는 지분 40.29%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 시장 진출설도 나오고 있다. 정보기술(IT) 업계 등에 따르면 자회사 소다가 최근 미국 현지 법인을 설립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크림과 미국 중고거래 플랫폼 1위 업체 스톡엑스(StockX)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합작법인(JV) 설립이나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크림 관계자는 “확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해외 시장의 성과는 아직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지난해 일본 소다의 당기순이익은 –57억 원, 태국 사솜컴퍼니는 –14억 원으로 나타났다. 말레이시아 쉐이크 핸즈와 인도네시아 PT카루니아 인터내셔널 시트라 켄타나의 2024년 당기순이익은 각각 –4억 원, -5억 원이다.
크림은 2024년 8월 미래에셋캐피탈로부터 1조 2000억 원 상당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140억 원 규모의 CB(전환사채,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회사채) 투자를 받은 바 있다.
이종우 교수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해외에서도 리셀 시장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건 마찬가지”라며 “크보(KBO)빵처럼 마니아층 소비자를 비롯해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이목을 끌어당길 수 있는 마케팅 아이템을 성공적으로 발굴할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크림 관계자는 “스트리트 패션, 럭셔리, 각종 테크기기 등 취급 카테고리를 넓히고 스포츠, 공연 등 라이프스타일과 밀착된 플랫폼으로 나아가고자 한다”며 “아시아 곳곳에 투자한 지역 1위 한정판 거래 플랫폼과의 협업을 바탕으로 각 국가별 맞춤 마케팅 및 파트너십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