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이 정용진 부회장(사진)을 소환 조사하기로 함에 따라 검찰 수사가 조만간 마무리될 전망이다. | ||
신세계는 그동안 각 지역의 백화점을 지점 형태로 운영해 왔다. 하지만 광주는 달랐다. 지난 1995년 4월 10일 신세계가 100% 출자해 광주신세계를 별도법인(자본금 5억 원, 총 주식수 10만 주)으로 세운 것. 사건의 발단은 1998년 4월 신주 인수가격 5000원, 발행주식 50만 주, 총 25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부터다.
이 과정에서 신세계가 실권하고 정용진 당시 신세계 부사장이 실권주 전부를 인수하면서 지분율 83.3%의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광주신세계는 이후 몇 차례 증자를 통해 정 부사장의 주식은 83만 3330주(지분율 52.08%)로 늘어났고 2002년 주당 3만 3000원에 상장, 6월 28일 종가(18만 1000원) 기준 정 부회장의 주식가치는 1508억여 원에 이른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현 경제개혁연대)는 이에 “인수 당시 최소 8만 9055원인 적정 주가 대신 5000원에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이를 정용진 부사장에게 넘겨 회사에 420억 2750만 원의 손해를 입혔다”며 정용진 부회장을 비롯, 지창렬 전 신세계 대표, 권국주 전 광주신세계 대표 3인을 지난해 6월 11일 검찰에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이 고발 사건은 당시 실권과 지분 취득 과정이 ‘에버랜드 사건’과 유사하고 비상장계열사 저가 지분 취득, 물량 몰아주기, 상장 후 ‘실탄’ 마련, 주요 계열사 지분 취득이라는 ‘현대차식’ 비상장계열사를 이용한 경영권 편법 승계 의도로 비쳐지며 주목을 받았다.
물론 신세계 측은 발끈했다. 신세계 측은 “당시 신세계는 계열사를 정리하는 과정에 있었기 때문에 부실이 쌓인 광주신세계의 증자에 참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당시 4000원대이던 현대백화점 주식에 비해 비싼 가격인 주당 5000원에 유상증자가 결정돼 참여할 곳이 없어서 결국 신세계 오너 일가가 책임을 지기 위해 사재를 출연한 것이다. 정 부사장은 당시 정재은 명예회장으로부터 자금을 받아 증자에 참여했고 이에 대한 증여세도 모두 납부했다”고 반박했다.
신세계 측은 또 “신세계 경영권 승계가 목적이라면 정 부사장이 계열사 주식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은 광주신세계를 살 이유가 없다. 1998년 당시 1만 4000원 대의 신세계 주식을 사는 것이 더 유리했을 것이다”라며 그룹 경영권 편법 승계 의도도 부인했다. 이에 참여연대가 재반박에 나서고 신세계는 참여연대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했다.
양측의 난타전 이후 이 사건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고 1년여가 지난 6월 18일 수면 위로 ‘불쑥’ 떠올랐다. 검찰이 조사가 상당부분 진척됐음을 알린 것.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부장 강찬우)는 “지난 5월 구학수 부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며 “비슷한 시기에 지창렬 전 신세계 대표와 권국주 전 광주신세계 대표도 피고발인 신분으로 조사했다”고 밝혔다. 이제 사건은 정용진 부회장의 소환 조사만 남겨두고 있다. 고발 1년여 만에 마무리 수순에 돌입한 것이다.
신세계에게 이 사건은 목에 걸린 가시였다. 때문에 그동안 우호 여론 만들기에 공을 들였다. 참여연대 고발 한 달 뒤인 지난해 5월 12일 구학서 부회장의 “상속·증여세 1조 원 내고 떳떳하게 상속하겠다”는 발언은 재계를 깜짝 놀라게 했고 곧 지난 3월 정용진 부회장과 여동생인 정유경 조선호텔 상무 남매가 3500억 원대의 증여세를 주식 현물 납부하면서 실천으로 이어졌다. 신세계는 7월 1일 비정규직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신세계 이마트의 비정규직 전체 5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 여론의 우호적인 평가를 받을 만한 결정을 잇따라 내놨다. 신세계 주가도 60만 원을 넘기는 등 시장의 평가도 우호적이다.
때문에 검찰 안팎에선 정용진 부회장에 대한 처벌 수위는 높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상속세 납부 등 그동안의 ‘노력’이 정상참작 될 것 아니냐는 것. 그러나 검찰로선 ‘에버랜드 사건’과 관련, 7년째 ‘검토’만 하고 소환하지 않는 이건희 이재용 부자와의 형평성도 부담이다. 검찰은 정 부회장에 대한 소환 방침은 세워 놓았지만 시기와 방법, 또 기소 여부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한편 신세계 측은 “아무 문제 없는 것을 참여연대가 트집 잡아 생긴 일로 별 탈 없을 것이다. 우리가 괜히 시민단체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했겠느냐”고 말하고 있다. 반면 고발인인 경제개혁연대의 한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어떤 전망도 할 수 없다. 하지만 정 부회장의 상속·증여세 납부와 이 사건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성로 기자 roil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