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꿈나무 1000명 치열한 승부, 최강부 우승은 우준청 군…2년 연속 대만 출신 어린이 우승컵 쥐어
[일요신문] 제14회 일요신문배 세계 어린이 바둑대회가 지난 5월 1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렸다. 이번 대회에는 국내 바둑 꿈나무 1000명과 학부모 및 대회 관계자 3000여 명을 비롯해 해외 참가자까지 총 4000여 명이 운집했다. 14번째 대회를 거치면서 세계 어린이 바둑대회의 표준으로 거듭났다.
오전 9시부터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몰렸다. 아이들은 밝은 표정으로 경기장 곳곳을 누볐다. 전주에서 시합을 위해 서울에 온 이치호 군(10)은 “바둑을 시작한지 1년 정도 됐다. 우승을 하고 싶어서 바둑대회에 참여하게 됐다”며 당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시합장에 모인 어린이들은 학부모들과 헤어져 각자 이름표가 쓰인 바둑판 앞에 착석했다. 학부모들은 객석에 앉아 먼 곳에서 소리 없는 응원을 준비했다. 아이들은 긴장감이 어린 표정으로 대회 시작을 기다렸다. 개회식에는 김원양 일요신문사 대표이사 겸 발행인, 신상철 아시아바둑연맹 회장, 최영호 대한바둑협회 부회장, 김대용 심판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는 선수, 학부모, 관계자 등 4000여 명이 운집해 성황을 이뤘다. 사진=박정훈 기자#게임보다 더 즐거운 일요신문배
김원양 대표는 개회사를 통해 “‘게임보다 더 재미있는 바둑’이라는 슬로건 아래, 우리 어린이들이 게임 중독에서 벗어나도록 돕자는 소박한 생각에서 이 대회를 시작했다”며 “바둑은 단순한 승패를 넘어 이길 때보다 질 때, 나를 이기는 상대를 만났을 때 더 많은 것을 배우는 경기임을 깨닫고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하근율 대한바둑협회 회장을 대신해 참석한 최영호 부회장은 축사를 통해 “이번 대회에 참가한 어린이 여러분 모두는 이미 바둑을 통해 값진 배움을 얻고 있는 미래의 소중한 자산”이라며 “대국 결과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과정을 즐기고, 어려움을 극복하며 한 단계 성장하는 기회로 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일요신문사 김원양 대표가 참석, 선수들을 격려했다. 사진=박정훈 기자개회사가 끝나고 신상철 회장의 징소리에 맞춰 대국이 시작됐다. 시합은 초등 바둑 최강자를 가리는 최강부를 비롯해 유단자부, 꿈나무부, 샛별부, 새싹부, 일반부, 저학년부, 고학년부 등 총 12개 부문으로 나눠 진행됐다.
1000명의 참가자가 내는 맑은 착수 소리가 시합장에 울렸다. 대국이 시작하자 어린이들의 얼굴에 승부욕이 드러났다. 바둑판에 돌이 쌓일수록 어린이들의 표정에는 진지함이 더해졌다. 시간이 지나자 희비가 나뉘었다. 승자는 차분하게 긴장감을 그대로 유지한 채 돌을 거뒀다. 패자는 아쉬운 표정으로 훗날을 기약해야 했다.
승자에게는 가족들의 축하가, 패자에게는 가족들의 위로가 오갔다. 경기가 끝난 아이들은 승패와 무관하게 복기를 통해 ‘다음’을 준비하는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각자의 방식으로 지난 승부를 되새기며 성장하고 있었다. 샛별부 고학년부에 참가한 이찬우 군은 “본선 진출을 목표로 참가했는데 목표를 이뤘다”면서 “(시합을 통해) 내가 너무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두는 아이들이 많아 더 실력을 키워야 할 것 같다”고 다짐했다.
세계 어린이 바둑대회의 취지에 맞게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중국, 일본 등 다양한 국적의 아이들이 참가했다. 일요신문배 세계 어린이 바둑대회가 14번째 대회를 거치면서 세계 어린이 바둑대회의 표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선수들을 인솔한 지미 챙 씨는 “일요신문배에 참여하게 돼 영광스럽다. 한국인들이 치르는 바둑 대회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궁금했고, 한국 문화도 경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대만 어린이 선수를 인솔한 낸시 리 씨는 “지난해 ‘일요신문배’에서 우승한 선수가 대만 프로가 된 사례가 나와 대만에서도 일요신문배가 유명하다. (우리 어린이들이) 시합에 참가할 수 있어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시간이 흐르자 우승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샛별부 고학년부에서 우승한 황주완 군(한홀초)은 “바둑을 위해 공부를 더욱 열심히 하겠다”면서 “결승 대국 때 미세하게 이긴 것이 아쉬웠다. 또 우승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고학년부 우승자 문승호 군(죽백초)은 “우승을 해 기분이 좋다. 결승전에서 대마가 잡혔는데 이를 극복하고 우승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며 “다음에는 유단자부에 출전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유단자부 우승자인 박정후 군(동작초)은 기억에 남는 대국으로 준결승전을 꼽으며 “실수를 했다. 죽은 줄 알았던 돌들이 ‘빅(두 집은 없지만 상대 돌과의 관계로 죽지 않은 상황)’이었다”면서 막상 계가를 해보니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와 미래의 만남
최강부에는 대만의 우준청 군과 마다준 군이 나란히 결승에 진출했다. 우승 트로피는 우준청 군에게 돌아갔다. 우준청 군은 “해외 대회 참가는 처음인데 우승까지 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며 “목표는 프로기사가 되는 것이고, 대만의 일인자 쉬하오훙 9단이나 신진서 9단 같은 훌륭한 기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최강부 우승을 차지한 대만의 우준청 군. 오른쪽은 우준청 군과 나란히 결승에 진출했던 마다준 군. 사진=박정훈 기자대회 관계자는 “최강부에서 2년 연속 대만 선수에게 우승을 내준 것은 우리 연구생들이 출전하지 않은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반면 대만은 작년 우승자가 바로 프로에 입단했을 정도로 실력자들이 꾸준히 참가하고 있다”면서 “우리도 최강부의 문호를 더 넓힐 필요가 있어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AI(인공지능)과 대국 이벤트도 열렸다. 아이들은 실제 사람을 대하듯 진지한 표정으로 대국에 임했다. 페이스페인팅 이벤트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승부의 긴장감을 잊고 해맑게 웃게 했다.
이날 진행된 이벤트 중 가장 관심을 받은 것은 정상급 프로기사인 신민준 9단과 한우진 9단과의 다면기였다. 일요신문배 입상자 출신인 신민준 9단과 한우진 9단은 선배로서 미래의 유망주들에게 ‘한수’ 가르쳐주었다.
신민준 9단은 “옛날 생각이 나 즐거웠다. 대국에 집중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귀여워서 힐링이 된 것 같다”면서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자주 오고 싶다”고 말했다. 한우진 9단은 “오랜만에 어린 친구들과의 다면기를 통해 좋은 기운 받아가는 것 같다”면서 “(일요신문배에 참가했을 때) 우승하고 싶어서 열심히 뒀던 것 같은데, 오늘은 다면기를 통해 어린 친구들을 보니까 즐겁게 바둑을 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각조 우승자는 △유단자부 박정후(동작초) △고학년부 문승호(죽백초) △저학년부 이치호(전주자연초) 군이 각 부문 정상에 올랐다. 또한 △꿈나무부 저학년 김재건(금교초) △꿈나무부 고학년 김주원(천안아름초) △샛별부 저학년A 김준우(배곧한울초) △샛별부 저학년B 이단우(검바위초) △샛별부 고학년 황주완(한홀초) △새싹부 저학년A 박하준(송파초) △새싹부 저학년B 이지후(연성초) △일반부 고학년 신주아(인천 미송초) 학생 등이다.
[승부처 돋보기] 제14회 일요신문배 세계어린이바둑대회 최강부 결승전
흑 우준청(대만) 백 마다준(대만) 135수 끝, 흑 불계승
장면도[장면도] 백의 대응은?
초반부터 상변에 어지러운 전투가 발생했다. 흑이 ▲로 끊어온 장면. 일견 백이 좌우로 끊겨 곤란해 보이는데, 백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실전진행[실전진행] 백, 파국
실전에서는 백1로 단수친 다음 3까지 밀었는데 이것이 책략이 없는 수단이었다. 흑6으로 막혀서는 백이 곤란한 장면. 이후 실전의 진행에서도 백△가 흑의 수중에 떨어지며 파국을 맞게 된다.
정해도 [정해도] 피차 불만 없는 진행
흑1의 끊음에는 백2로 비껴 받는 수가 유연한 응수였다. 흑3에는 백4로 젖혀 피차 불만이 없는 진행이었다.
정해도 계속[정해도 계속] 타개는 문제없다
정해도에 이어 흑1부터 4까지가 피차 예상되는 진행. 하지만 백은 오히려 흑 진영 속으로 파고들며 흑▲의 엷음을 공략해 타개에는 문제가 없다. 또한 비상 시 백A의 노림도 강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