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S그룹 계열사들의 상장 추진 소식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모·자회사 중복상장’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모·자회사 중복상장’ 문제는 2022년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을 물적분할해 상장했다가 LG화학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불거졌다. 당시에는 비판의 대상이 물적분할 후 재상장하는 사례들에 국한됐지만 최근에는 물적분할과 관계없이 모·자회사 중복상장된 사례까지 확장했다. 중복상장으로 인한 기존 상장 기업의 가치 하락이 주가에 반영되면 기존 주주들이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
상장 예정 계열사들은 LS그룹 내 상장 계열사들과 지분관계가 얽혀 있다. LS이링크, LS엠트론, LSMnM은 모두 (주)LS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주회사인 (주)LS는 코스피에 상장돼 있다. (주)LS가 직접 지분을 갖고 있는 국내 계열사는 지난해 5월 ‘대규모기업집단 현황 공시’ 기준 총 8곳이다. 이 중 LS일렉트릭은 코스피에 상장돼 있다. 앞선 3개 기업이 상장을 마치면 (주)LS의 직접 지분 보유 비상장 기업은 △LS전선 △LS글로벌인코퍼레이티드 △LS아이앤디 △LS엘앤에프배터리솔루션, 4곳으로 줄어든다.
LS전선은 복수의 자회사가 상장돼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상장회사로 평가되기도 한다. LS전선은 11개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그중 △LS에코에너지 △가온전선 △LS머트리얼즈 △LS마린솔루션 4곳이 국내 주식 시장에 상장돼 있다. 최근에는 LS이브이코리아가 상장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LS이브이코리아는 2017년 11월 1일에 LS전선의 하네스&모듈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 방식으로 분리해 설립된 회사다.
슈페리어에식스와 에식스솔루션즈는 LS그룹이 보유한 해외 계열사다. (주)LS→LS아이앤디→사이프러스인베스트먼트→슈페리어에식스→에식스솔루션즈의 지배구조로 이어진다. 슈페리어에식스는 LS그룹의 해외 투자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LS아이앤디의 지난해 매출에서 해외 투자 사업 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99.6%에 달한다. LS아이앤디가 상장하는 것이라고 여겨도 무방하다. 또 하나의 (주)LS 자회사가 상장하는 셈이다.
앞서 거론한 회사들이 상장을 마치면 (주)LS는 투자자들로부터 (주)LS와 LS글로벌인코퍼레이티드, LS엘앤에프배터리솔루션으로만 주식 가치를 평가받는다. (주)LS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27조 5446억 원이다. 하지만 (주)LS의 지난해 별도기준 매출은 3400억 원에 불과하다. LS글로벌인코퍼레이티는 지난해 매출 6053억 원을 기록했고, 엘앤에프와 합작법인인 LS엘앤에프배터리솔루션은 올해 1분기부터 시범 사업을 시작해 지난해까지 매출이 없으며 올해도 매출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선 계열사들의 상장이 (주)LS의 주식 가치를 현재보다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모회사와 자회사를 중복해 상장하는 건 자본시장의 원칙에 반하는 행위며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킨 요인”이라며 “기존에 상장된 기업의 주주뿐 아니라 새로 상장할 기업의 소액주주들에게도 경제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 회장의 발언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LS그룹은 진화 작업에 나섰다. 명노현 (주)LS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3월 27일 정기주주총회에서 “IPO 추진 시 주주 및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여 주주 가치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면밀히 살피겠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LS그룹은 현재 IPO를 공식화한 3개 계열사 상장 시 공모주를 전량 신주로 발행할 계획이다. 기존 투자자의 투자금 회수보다 신규 투자 유치를 위한 목적이 크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LS그룹 상장이 예상되는 계열사 전부 신주 발행으로 상장을 추진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사모펀드 운용사에서 투자받은 계열사가 일부 존재하기 때문이다. LSMnM은 사모펀드 운용사 JKL파트너스 특수목적회사(SPC)인 아르테미스 유한회사가 지분 24.90%를 보유하고 있고, LS이브이코리아는 사모펀드 운용사 케이스톤파트너스의 특수목적회사(SPC) 케이브이쓰리퍼스트인베스트먼트 유한회사가 지분 16%를 보유 중이다. LS파워솔루션도 사모펀드 운용사 LB프라이빗에쿼티가 ‘엘비 제3호 2019 사모투자 합자회사’를 통해 지분 49%를 보유 중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S와 JKL파트너스는 LS MnM의 상장을 오는 2027년 8월까지 완료하겠다는 계약을 맺었다. JKL파트너스는 교환사채(EB)로 LSMnM에 투자했으며 지난해 12월 교환사채 전량을 주식으로 교환했다.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사모펀드 지분이 생긴 만큼 IPO를 통해 JKL파트너스가 엑시트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LS전선은 자회사 LS이브이코리아 IPO를 조건으로 케이스톤파트너스와 계약을 맺었다. LS이브이코리아의 IPO 실패 시 케이스톤파트너스는 지분 전부를 제3자에 동반 매도할 수 있는 ‘동반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IPO가 케이스톤파트너스의 엑시트 창구가 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LS파워솔루션은 LB프라이빗에쿼티가 2021년 스카이레이크로부터 지분 100%를 산 뒤 LS일렉트릭에 지분을 매각하면서 현재의 지분구조가 만들어졌다. LB프리이빗에쿼티가 2028년 1월 전에는 모든 지분을 털어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LB프라이빗에쿼티가 상장을 통해 엑시트할 것이라는 전망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2016년 상장한 LS에코에너지(구 LS전선아시아)는 사모펀드 운용사뿐 아니라 모회사 LS전선의 엑시트도 도왔다. LS에코에너지는 당시 IPO를 통해 LS전선 675만 6390주, 케이에이치큐 제삼호 사모투자 전문회사 295만 7233주를 공모 주주들에게 넘겼다. 공모 물량의 92.73%가 구주 매출이었다.
LS그룹에 현재 직면한 상황을 봤을 때는 LS에코에너지 사례처럼 (주)LS의 구주 매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호반건설이 (주)LS 지분 3%를 매입했다. 호반그룹은 (주)LS 지분 매입 배경에 대해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경영권 분쟁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주)LS는 최대주주 구자열 (주)LS 이사회 의장을 필두로 43명의 구 의장 친인척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구 의장이 이사장인 송강재단 지분까지 더해 구 씨 일가는 총 32.12%를 보유 중이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자 지분만 놓고 보면 경영권 분쟁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인다.
하지만 LS그룹은 최근 (주)LS, E1, INVENI(인베니, 구 예스코홀딩스)를 중심으로 계열 분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LS그룹은 사촌 경영과 장자 승계 원칙으로 오너 일가 간 경영권 분쟁을 방지해오고 있었는데, 구자은 회장 이후 차기 총수로 거론되는 인물 3명이 모두 LS그룹 계열사에서 굵직한 보직을 맡고 있다. 구 씨 일가 44명 중 지분이 가장 높은 인물은 구자은 회장으로 3.63%에 불과하다.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친인척 간 합의가 중요한데 이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 때문에 구 씨 일가는 계열사들의 IPO에서 (주)LS 지분을 일부 매각해 거둔 이익을 경영권 방어에 사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주)LS는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자사주 15.07%를 보유 중이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이를 회사 임직원들에게 인센티브로 지급하거나 아예 제3자에 팔아 우군으로 만들면 구 씨 일가의 경영권 방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LS그룹 관계자는 “현재 상장을 추진 중인 3개 회사는 중복상장으로 우려되는 핵심 또는 주력 사업을 분할하여 상장함으로써 모기업의 가치를 쪼개거나 희석하는 것과 다른 케이스”라며 “향후 IPO 추진 시에도 주주 및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여 주주 가치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더욱 면밀히 살필 계획”이라고 전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