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은 "윤 전 대통령 및 가족과 식구처럼 지냈다"는 윤 전 대통령 외가가 있는 강릉의 한 상인, 윤 전 대통령 부부 결혼을 중매해준 역술인 '무정스님'의 오랜 벗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일요신문은 5월 17∼18일 강원 강릉과 삼척을 찾았다. 이번 대선 유력주자로 떠오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앞서 진행한 '골목골목 경청투어' 시민 반응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강릉 중앙시장에선 윤 전 대통령을 어릴 때부터 봐 온 상인 A 씨(70대)를 만났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이 유독 애틋한 감정을 드러내 온 외조모 고 이덕자 씨와 같은 마을에 살며 가족끼리도 몹시 친하게 지냈다고 한다. 윤 전 대통령도 춘천지검 강릉지청 근무 시절 A 씨 가게를 자주 찾았다.
윤 전 대통령 외조모 고 이덕자 씨는 1980년대 '관제야당' 한국국민당에서 강릉을 지역구로 2선을 지낸 고 이봉모 전 국회의원의 6남1녀 중 둘째다.
A 씨는 "윤 전 대통령 모친 최성자 씨가 강릉 최초 이화여대에 입학생으로 워낙 유명했다"며 "그래서 윤 전 대통령 외조모도 '성자엄마'로 불렸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특히 "외조모께서는 포목점을 크게 하셨고 발이 넓으셨는데, 자주 어울려 다니시는 분들과 '5공주'로 불리며 일대에서 모르는 사람들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A 씨는 "외조모가 대장부 스타일이라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성격이셨다"며 "뭐랄까 욱하는 면이 좀 있으셨는데, 윤 전 대통령도 그 성격을 꼭 빼닮았다"고 말했다.
A 씨에 따르면 외조모는 '강릉 첫 이화여대생' 딸이 낳은 윤 전 대통령을 손주들 중에서도 각별히 아꼈다. 윤 전 대통령이 대학시절 모의재판에서 고 전두환 씨에 사형을 구형한 사실을 알았을 때엔 혹시 모를 불안감에 오대산 사찰 월정사에 들어가 몇 날 며칠 절을 올렸다고 한다.

A 씨 가게에는 강릉에서 국회의원 5선인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자주 왔다. A 씨는 "(권)성동이도 욱하는 기질은 좀 있지만, 의리 있는 정치인"이라며 "요즘 보니까 국민들이 국민의힘에 '윤석열과 단절해야 한다'고 말하던데, 성동이는 결코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A 씨는 정치 자체에는 큰 관심이 없다. 그저 윤 전 대통령 및 그의 가족과 식구처럼 지내온 기억이 좋다.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 A 씨는 장사마저 힘든 상황을 보내고 있다. 가게에 윤 전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이 있는데, 이를 없애라는 손님들 항의가 부쩍 늘어난 탓이다. 심지어 일부 고객들은 계산을 마친 뒤 제멋대로 사진을 내리고 나가기도 한다.
A 씨는 "어떤 사람은 '이 사진 그대로 두면 손님 떨어진다'고도 하는데 저는 괜찮다"며 "우리 대통령은 제게 식구 같은 존재인데 가족사진을 내릴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외조모께서 손자가 대통령되기 두 달 전쯤 돌아가셨는데, 취임식이라도 보고 가셨으면 싶어 안타깝다"며 "지금 석열이 모친도 많이 편찮으신 상태라 당신 아들이 어떤 상황인지조차 모르는 상태로 딸(윤 전 대통령 여동생) 보살핌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 가족들만 생각하면 너무나도 마음이 아프다"는 심경을 전했다.

삼척에선 장호해수욕장 인근에서 80대 B 씨를 만났다. 그는 윤 전 대통령과 직접 관계가 있는 건 아니다. 그 대신 윤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씨 결혼을 중매한 인물로 유명한 '무정스님' 심무정 씨(81)와 8살부터 지금까지 둘도 없이 친하게 지내는 죽마고우다.
B 씨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는 물론 최근 2∼3개월 사이에도 무정스님과 만났다.
그는 "무정이한테서 윤석열 얘기는 아주 오래 전부터 들었다"며 "씩씩한 검사라더라"고 전했다
이어 "무정이 작년에 뇌졸중으로 한 번 쓰러졌는데 그 후로 말이 어눌해졌다"며 "지금은 치매 때문에 기억을 잃은 상태"라고 했다. 그러면서 "심지어 '윤석열' 이름 석자도 모르더라"며 "내가 '이봐, 왜 그래, 대통령 있잖아'하고 말하면, 그제야 무정은 '아 대통령, 그들 부부를 내가 맺어줬지'하고 자랑스러워했다"고 말했다.
B 씨에 따르면 무정스님은 어릴 적부터 영험함이 남달라 아버지조차 그를 "도사님"으로 칭할 정도였다. 무정스님은 1979년 "곧 대통령이 죽는다"는 예언도 했는데, 정말 10.26사태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나자 곳곳에서 신기하게 여겼다고 한다.

이때 무정스님이 바깥으로 나가 허공에 손가락을 가리키며 해당 남성에게 "저 여인이 누구인가" 묻고는 인상착의 등을 설명했다. 그러자 남성은 "저의 큰어머님이십니다"하며 몹시 놀랐다고 한다.
B 씨는 "내 눈엔 아무 것도 안 보이던데, 걔(무정스님)한테는 뭔가 보였나보다"라며 "참으로 요상한 일이었다"고 떠올렸다.
무정스님은 윤 전 대통령과 연결고리가 많았다. 무정스님 개인적으로도 윤 전 대통령 외갓집 식구들과 가까웠고, 때마침 삼척 인근 강릉지청에 윤 전 대통령이 부임하는 일도 겹쳤다. 무정스님은 원래 강원 일대 검·경 관계자들과 잘 지내는 편이었다.
B 씨는 "무정은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17살 때 고향 삼척을 떠나 서울로 올라갔다"며 "삼척에는 기도 등을 하러 가끔 내려 왔는데, 30대 무렵에 보니 서울에서 여러 인맥을 쌓았더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중에는 삼부토건과 쌍용 등 기업의 높은 사람들도 있었다"며 "나도 무정 손에 이끌려 삼부토건 옛 르네상스 호텔에 가서 조남욱 당시 회장 및 모 여성 연예인과 식사를 나눈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정은 삼부토건을 통해 김건희 씨 일가를 알게 돼 윤 전 대통령에 소개해줬고, 쌍용의 경우 강원 동해 황하영 회장에 다리를 놔줬다"며 "황하영이는 그 뒤로 쌍용은 물론 삼부토건에서도 각종 일감을 수주해 부자가 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B 씨는 "황하영이 무정의 비서로 지내며 내 집에도 자주 운전해 모시고 오곤 했었다"며 "그런데 이제 무정과 황하영 사이가 아주 틀어져버리고 말았다"고 전했다.
기자가 이유를 묻자 "무정은 황하영이와 그 아들이 자신을 배신하고, 윤 전 대통령 부부한테 본인 관련 안 좋은 말들을 많이 하는 바람에 이들 관계에서 혼자 고립됐다고 생각한다"며 "무정이 치매기가 심한 와중에도 '황하영'이란 단어는 또렷이 듣는다"고 대답했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황 회장도 요즘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다. 기자가 이 같은 사실을 일러주자, B 씨는 "아, 그러냐, 그 시절 잘 나가던 자들이 전부 저무는구나…"하며 "기자 자네는 주변에 많이 베풀고 살라"고 당부했다. 돈과 권력은 전부 허무한 가치일 뿐이라는 듯한 말투였다.
이 밖에도 B 씨는 "무정의 경우 대순진리회 같은 자기만의 종파를 새로 만들려 했으나 아파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치러지는 이번 6·3 조기대선에서 B 씨는 누굴 찍을지 고민 중이다. 투표를 할지도 고심거리다. 다만 그는 "비상계엄은 잘못 돼도 한참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