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직장인이 불법 스포츠 베팅 사이트를 보고 있다. 일요신문 DB |
왕년의 농구스타 A 씨가 ‘은퇴 후 사설 불법토토로 100억 원대의 돈을 벌며 도박황제에 등극했다’는 소문이 돈 것은 지난해 가을 무렵. 한때 A 씨와 도박판에서 우정(?)을 나눈 바 있다는 일명 ‘도박계 도련님’들 사이에서 조심스레 입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도련님’들이란 고급 도박판에서 취미로 도박을 즐기는 부유층 자제들을 일컫는 말이다.
최근 도박판에서 발을 뗐다는 모 기업 부장급 인사 김 아무개 씨(40)는 “지난 2007년경 A 씨가 도박판에 자주 출몰했다는 것은 이 바닥에선 이미 유명한 얘기”라면서 “나 역시 A 씨를 한남동 일대에 위치한 불법 ‘바카라’(baccara, 카드 도박의 일종) 도박판에서 많이 만났었다”고 털어놨다.
A 씨가 자주 출몰했다는 곳은 도박계 관계자들 다수가 ‘부유 도박의 성지’라며 입 모아 말하는 한남동 도박판이다. 이곳은 기업 간부급 인사들을 비롯해 20대 후반~30대 초중반에 해당하는 부유층 자제들이 주 멤버로 활동하는 고급 도박판으로 알려졌다.
이곳에서 카드 도박의 일종인 ‘바카라’ 판이 자주 벌어졌는데 A 씨도 유명 스포츠 선수 출신이라는 명함을 내걸고 자주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한남동 도박판에서 다년간 활동했다는 사업가 이 아무개 씨(33) 역시 A 씨에 대해 비슷한 말을 했다.
그는 “A 씨가 한남동에서 도박을 즐겼다는 것은 꽤 유명한 이야기다. 난 굉장히 뜸하게 도박판을 기웃거린 편이었는데 그 때마다 A 씨가 어김없이 와 있는 것을 목격했다. 아마도 (A 씨가) 도박을 상당히 즐겼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 씨와 바카라를 즐겨했다는 김 씨는 “A 씨가 도박판을 아예 떠난 것은 아니라고 들었다”면서 “선수가 은퇴하면 감독이 되듯이 스포츠 선수 출신인 A 씨 역시 도박판에서의 ‘선수’ 생활을 접고 ‘감독’이 되려고 한 것 같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털어놨다.
과거 A 씨가 드나들었다던 문제의 한남동 도박판은 지난해 강남 쪽으로 자리를 옮긴 상태. 현재 강남에서 활동 중인 김 씨를 비롯한 도박판 관계자 다수는 “A 씨가 불법토토 사이트 여러 곳을 운영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1~2년 사이에 100억 원대를 쓸어 담았다고 한다. 코트에서도 국가대표더니 도박판에서도 1%의 승률을 보인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최근 불거져 나온 A 씨 관련 ‘불법토토’ 소문은 강남 도박판 일대의 몇몇 관계자와 A 씨와 도박 사업상 알고 지냈다고 주장하는 일부 도박판 관계자들 사이에서 흘러나왔다. 더욱이 A 씨는 이번 대선에서 모 후보의 지지유세에 깜짝 등장해 시선을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이미 2년 전부터 불법 토토 사이트를 운영해왔다는 세간의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A 씨는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상태에서 유력 대선후보를 지원했다는 황당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러나 이 모든 의혹들은 아직까진 소문에 불과하고 확인된 바 없다.
A 씨와 1년 동안 수차례 바카라를 즐겼다는 모 중소기업 상무 오 아무개 씨(35)는 “A 씨가 도박판에서 전문적으로 놀았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A씨가 불법토토를 운영 중이라는 것은 정황만 있을 뿐이다”라고 조심스러워 했다. 그러면서도 “도박에 있어서 강남에서 도는 소문은 대부분 진짜라고 보면 된다. 불법토토 사이트의 경우 지인들의 소개로만 가입할 수 있는데 오너(대표)가 A 씨란 소문이 나온 거 보면 꽤나 신빙성이 있는 것 같다”며 단순히 소문으로만 치부할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어 오 씨는 “현재 국내에서 운영 중인 유명 불법토토 사이트 중 5~6곳이 A 씨의 소유라는 얘기가 돌고 있는데 불법토토 사이트 대표가 A 씨라는 것이 알려지면 회원 수가 더 증가할 것으로 보고 A 씨의 지인들이 조심스럽게 해당 불법토토 사이트 회원들에게만 ‘얘기’를 흘린 것 같다”고 추측했다.
A 씨의 불법토토 운영과 관련 사실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A 씨가 임원으로 있는 회사에 문의한 결과 회사 대표는 “토토가 뭔지도 모르겠다. A 씨는 몇 달 전부터 동남아에 거주하며 길거리 농구단 관련 활동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도 연락이 안 된다”고 해명했다.
업체에서 고위급 직위를 맡고 있는 A 씨와 업체 대표와 서로 연락이 안 된다는 대목이 다소 일반적이진 않아 보인다. 또한 여기서 한 가지 이상한 점은 A 씨가 11월 말경 모 대선후보를 위해 지지유세에 참여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A 씨 측 관계자가 주장한 ‘A 씨 동남아 거주설’과는 내용이 상반되는 대목이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기 위해 A 씨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았다. 나중에는 ‘불법토토 소문의 진상에 대해 알고 싶다’는 문자도 보냈지만 답장이 없었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