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 4월 남양덕정은 ‘수장고’와 ‘수장고 거두다. 간직하다. 지키다’라는 상표를 출원했다. 두 상표의 지정상품은 모두 29류(요구르트, 우유, 우유를 기초로 한 디저트), 30류(아이스크림, 커피, 케이크), 32류(과일맛 음료, 생수, 탄산수), 43류(레스토랑 서비스 제공업, 아이스크림 전문점업, 유제품 바 서비스업, 제과전문카페업, 카페 및 카페테리아업)다.
남양덕정은 홍원식 전 회장이 2024년 4월에 세운 회사다. 홍 전 회장이 2024년 1월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에 남양유업 경영권을 넘긴 지 3개월 뒤다. 자본금 3억 원으로 세워진 남양덕정은 경기도 화성의 한 오피스텔에 주소지를 뒀으며 홍 전 회장이 대표로 올라 있다. 남양덕정은 경영컨설팅업, 음료 제조 및 판매업, 음식점업 등을 회사 정관상 사업목적에 넣었다.
재계에선 홍원식 전 회장이 남양덕정을 통해 유가공 등 식음료 사업에 재진출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돼왔다. 홍두영 남양유업 창업주의 장남인 홍 전 회장은 1977년 3월 남양유업 이사로 입사한 후 이사 임기가 만료된 2024년 3월까지 47년간 유가공 사업을 경험했다.

상표권 범위에 아이스크림과 아이스크림 전문점업이 포함됐다는 점도 주목된다. 2014년 남양유업은 아이스크림·커피 브랜드 백미당을 론칭했다. 백미당은 홍원식 전 회장 아내인 이운경 전 남양유업 고문과 홍 전 회장의 차남 홍범석 전 남양유업 외식사업부 상무가 경영에 직접적으로 나서는 등 애정을 드러낸 브랜드다.
홍 전 회장은 한앤코와의 M&A(인수합병) 이행 소송 공방에서 한앤코가 백미당 분사 등 계약 선결 조건을 지키지 않았다며 M&A 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2024년까지 남양유업 외식사업부에 소속돼 있었던 백미당은 현재 남양유업 100% 종속회사인 백미당INC 체제 하에 있다.

지난 6월 2일 일요신문이 방문한 두 건물에선 식음료 사업을 하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지하 5층~지상 6층 규모의 참존대치사옥 지하 3층엔 야구 아카데미가, 지상 4~5층엔 어학원이 입주해 있었다. 현재 공실인 지하 1층과 지상 1~3층엔 웨딩홀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지하 2층~지상 6층 규모의 목빌딩 4, 6층엔 교습소가 자리해있었다.
홍원식 전 회장의 장남 홍진석 남양유업 전 상무와 차남 홍범석 전 상무도 2024년 각각 가의담과 제이에이치코라는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두 회사 모두 경영컨설팅업, 음료 제조 및 판매업, 음식점업 등을 사업목적으로 등록했다. 지난 3월 제이에이치코에 예술품 도소매업이 사업목적에 추가된 것 외에 큰 변동은 아직 없다.

홍원식 전 회장은 여러 소송에 휘말려 있다. 우선 200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형사 재판을 받고 있다. 2024년 12월 검찰은 홍 전 회장을 구속기소했다. 홍 전 회장은 친인척이 운영하는 업체를 거래 중간에 끼워 넣거나, 남양유업 소유의 차량과 별장 등을 사적으로 유용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2024년 11월 구속된 홍 전 회장의 보석 신청이 지난 5월에 받아들여졌다. 홍 전 회장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됐다.
민사소송도 남아 있다. 2024년 6월 홍원식 전 회장은 남양유업을 상대로 444억 원 규모의 퇴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홍 전 회장 측이 임의로 산정한 퇴직금 액수다. 다만 지난 4월에 홍 전 회장은 ‘이사 보수 한도 인상 셀프 찬성’ 논란과 관련한 소송에서 최종 패소한 영향이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앤코가 홍원식 전 회장 측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진행되고 있다. 2022년에 한앤코는 남양유업 경영권 지분 양수도가 3년 미뤄진 데 따른 손해를 물어내라며 홍 전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2021년 4월 홍 전 회장은 남양유업 제품인 불가리스를 마시면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가 논란이 일자 같은 해 5월에 한앤코에 경영권 지분을 넘기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홍 전 회장은 돌연 주식을 넘기지 않기로 입장을 바꿨다. 법정공방 끝에 2024년 1월에서야 한앤코가 남양유업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와 관련, 홍원식 전 회장 측 관계자는 “형사 재판이 끝나야 (홍 전 회장이)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아직은 사업도 백지상태로 안다”며 “현재는 재판에 (홍 전 회장의) 입장에 반영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