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엉뚱한 곳에서 윤 전 대통령의 존재감이 두드러지고 있다. 바로 극장가다. 정치를 둘러싼 논란이 거센 사회 분위기의 2025년 상반기에 유독 ‘다큐멘터리 등 현실 정치 관련 영화’들이 많이 개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티켓파워가 눈길을 끌고 있다.

그렇지만 6월 초에 바로 2위로 순위가 바뀌었다. 6월 2일 개봉해 하루 동안 6만 140명의 관객을 동원한 ‘신명’은 개봉 유료 시사회 관객수를 더한 누적 관객수가 7만 2972명이 됐다. 개봉 하루 만에 ‘힘내라 대한민국’(누적 관객수 7만 3093명)에 육박한 ‘신명’은 3일에는 더욱 많은 8만 5507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누적 관객수를 15만 8479명까지 끌어올렸다. 개봉 첫날에는 할리우드 대작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을 밀어내고 일일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던 ‘신명’은 3일에는 3위에 오르며 흥행세를 이어갔다.

대부분의 현실 정치 관련 영화는 다큐멘터리인데 ‘신명’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김규리, 안내상, 주성환 등이 출연한 오컬트 정치 스릴러 영화다. 김규리가 연기한 ‘윤지희’를 중심으로 주술과 정치, 권력 등을 다루고 있다. 열린공감TV가 제작한 ‘신명’은 김건희 여사와 윤석열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로 알려지면서 화제가 집중돼 개봉 전부터 엄청난 예매율을 기록했다. 그리고 결국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3위는 4월 23일 개봉한 ‘압수수색: 내란의 시작’으로 6만 3665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뉴스타파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7년 전쟁을 그린 사상 최초 압수수색 르포르타주 영화다.
4위는 5월 21일 개봉한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로 6월 3일 기준 3만 5693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부정선거’라는 키워드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강하게 연결된 이 영화는 반탄 시위 과정에서 화제가 된 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가 제작한 영화다. 게다가 개봉일인 5월 21일 윤 전 대통령이 전한길 씨의 요청으로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을 직접 찾아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관람했다.

이외에도 5월 14일 개봉한 ‘다시 만날, 조국’(2만 7753명), 4월 16일에 개봉한 ‘하보우만의 약속’(1만 2079명)등의 ‘현실 정치 관련 영화’도 2025년 상반기에 개봉했지만 윤 전 대통령과의 직접적인 연결 고리가 없었고, 그만큼 흥행 성적도 저조했다.
5월 30일 개봉한 ‘빛의 혁명, 민주주의를 지키다’는 12․3 비상계엄 선언 이후 시민들이 광장으로 나와 촛불과 함께 아이돌 응원봉을 들고 평화롭게 시위를 펼친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연결고리가 있는 영화다. 그렇지만 스크린수 20개 이하의 소규모로 개봉해 누적 관객수는 6월 3일까지 307명에 불과하다.
기본적으로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서, 지방선거 등을 즈음해 정치적인 관심이 급증하는 기간에 ‘현실 정치 관련 영화’가 흥행에 크게 성공하곤 한다.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현실 정치 관련 영화’인 ‘노무현입니다’(185만 명)는 2017년 5월 19대 대통령선거 직후에 개봉했으며 ‘건국전쟁’(117만 명)은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2024년 2월에 개봉했다. 12만 2768명의 관객을 동원한 ‘길위에 김대중’도 비슷한 시기인 2024년 1월에 개봉했다.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조기 대선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정치적인 관심이 급증한 2025년 상반기에도 비슷한 상황이 조성됐다. 다만 이번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라는 한 인물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그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영화들이 대거 개봉했다는 부분이 커다란 차이점이다. 그를 강하게 지지하거나 강하게 반대하는 경향의 영화들이 대거 개봉해 정치적인 색채가 뚜렷한 관객들이 극장을 찾아 대중적인 흥행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영화는 ‘신명’으로 지금껏 대부분의 ‘현실 정치 관련 영화’가 다큐멘터리인데 반해 보기 드문 현실 정치인을 모티브로 만든 극영화다. 영화의 완성도를 두고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들도 많지만 개봉 이틀 만에 누적 관객수 15만 8479명을 기록했다. 과연 흥행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여부도 관심사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