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AI·전력·건설·지역화폐 등 유망 업종 꼽혀…은행·철강·자동차·2차전지 관련주는 ‘먹구름’
[일요신문]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국내 증권 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새로운 정책에 대한 기대가 상승 동력이다. 코스피 지수는 노무현 정부에서 2000(2007년), 문재인 정부에서는 3000(2021년)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코스피 지수 4000이 아닌 5000을 목표로 내세웠다. 지난 연말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 기준으로 8.13배까지 하락했던 주가수익비율(PET)이 최근 9.2배까지 올랐다. 10년 평균 PER(주가순자산비율) 10.3배를 감안하면 코스피 지수 3000도 조만간 가능할 것이란 것이 증권가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어떤 업종이나 종목이 유망할까.
6월 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1.21포인트(1.49%) 오른 2812.05에, 코스닥은 6.02포인트(0.80%) 오른 756.23에 장을 마감했다. 사진=연합뉴스가장 대표적인 분야는 대규모 정책지원이 이뤄질 반도체와 인공지능(AI)이다. 반도체는 글로벌 테크 기업들의 AI관련 서버 확대 수요까지 맞물릴 전망이다. 삼성전자보다는 SK하이닉스가 유망하다는 관측이 많다. AI 관련 수혜주로는 데이터센터 산업 관련주가 꼽힌다. 통신주가 대표적이다. 해킹 문제가 발생한 SK텔레콤보다는 KT에 대한 관심이 높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수혜주로 거론되지만 오픈AI와 협업체계를 구축한 카카오에 무게 중심이 실린다. 네이버는 구글과의 경쟁도 도전 요소다.
반도체는 물론 AI와 데이터 산업 육성에 필수적인 전력 관련주도 주목받고 있다. 새 정부가 신재생 에너지 육성 의지를 표방하고 있지만 당장 현실성 높은 원전 관련주의 움직임이 뚜렷하다. 두산에너빌리티가 대표적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풍력 관련주이기도 하다. 송배전에 필수인 전선 및 변압기 관련 LS와 대한전선 등도 이미 두 달 전부터 상승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 LIG넥스원 등이 이미 주가가 많이 오른 방위산업 관련주에 대한 전망도 나쁘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은 방위산업 수출을 강화하기 위해 대통령실 내 방위산업담당관 관할을 국가안보실에서 경제수석실로 바꿨다.
상법 개정과 관련해서는 지주사와 증권주가 기대를 받고 있다. 배당이 확대되고 쪼개기 상장이 줄어들면 그동안 저평가를 벗어나지 못했던 지주사가 재평가 받을 것이란 분석이다.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던 삼성물산, SK, 두산, 한화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LG와 한화의 전망이 밝다. LG전자는 데이터센터 냉각, AI용 시스템반도체 설계, 양자컴퓨터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화는 방위산업과 태양광(한화솔루션) 부문에서의 차별적인 경쟁력이 부각되고 있다. 증권주는 주식시장 상승 전망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인하 관측에 따른 채권평가이익 기대가 겹치며 가파른 오름세다.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등 주택 부분이 강한 건설주에 대한 반전 전망도 있다. 새 정부가 목표로 하는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할 수밖에 없다는 예상 때문이다. 대통령실과 국회 세종시 이전 등 행정수도 이전 강화 계획도 건설주에는 긍정적인 재료다. 다만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을 얼마나 빨리 정리할지가 관건이다.
화장품·의료기기와 음식료, 엔터주는 외교정책 수혜 대상으로 꼽힌다. 미국에 집중됐던 외교의 무게 추가 중국과 아시아 등으로 분산되면서 K-컬처 제품과 콘텐츠의 판매가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대표 수혜주는 에이피알, 코스맥스, 농심, SM엔터·YG엔터 등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이던 지난 5월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 광장에서 열린 서초구·강남구 유세에 참석해 코스피 상승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대표적인 이재명 테마인 지역화폐 관련주도 뜨겁다. 추가경정예산이 편성돼 풀릴 대규모 민생회원지원금이 지역화폐 형태로 지급될 가능성이 아주 높아서다. 간판주 코나아이는 4월부터 급등세를 보이며 최근 시가총액 1조 원을 돌파했다. 6월 들어 유라클은 70%대, 쿠콘과 웹케시는 60%대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주가가 단기에 급등해 실적 대비 가격 부담이 높아졌지만 지역화폐는 이재명 정부 내내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 것이란 기대가 많다.
한편 전망이 어두워진 업종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은행주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정부에서는 금융, 특히 은행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포용적 금융을 강조하면 은행의 수익성에는 부담이다. 자동차나 2차전지 관련주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우리 정부의 정책보다는 글로벌 업황 영향을 더 많이 받기 때문이다.
철강 역시 국내 건설과 인프라 투자가 늘어나는 것은 호재이지만, 미 도널드 트럼프 정부 관세로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고 해외투자를 늘려야 하는 부담이 크다. 에너지 가격 영향을 받는 화학 업종 역시 글로벌 경기부진에 따른 유가 하락으로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다.
기대를 현실로 바꿀 '경제 수장' 누가 될까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증시가 상승하고 있지만 기대가 현실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주요 경제부처 수장이 정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의 공약이 실제 정책으로 이뤄지려면 경제부처의 손을 거쳐야 한다. 특히 민주당이 국회에서 단독으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압도적인 의석을 가지고 있는 만큼 정부의 힘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할 수밖에 없다. 야당 눈치를 볼 필요가 적기 때문이다.
최대 관심사는 국가 예산을 어떻게 쓰고, 세금을 어떻게 할 것인지의 밑그림을 그리는 경제부총리다. 현재의 기획재정부는 예산과 세제를 총괄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기간에 한때 예산과 세제를 분리하는 기획재정부의 해체를 주장했지만 공식 공약에는 이를 넣지 않았다. 과거 정부의 경제부총리는 보면 진보 정부는 정통 관료 출신을, 보수 정부는 대통령 측근인 관료 출신 정치인을 선호했다. 이 때문에 대통령의 정책 실행도는 보수 정부에서 더 높았다. 현재 새 정부 경제부총리 하마평에 오른 이들은 대부분 관료 출신이다.
기획재정부 등이 입주해 있는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전경. 사진=연합뉴스여론이 민감한 부동산 정책을 관할하는 국토교통부 장관에도 이목이 쏠린다. 새 정부 초대 장관에는 대통령 최측근 정치인을 기용하는 관행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문재인 정부 김현미 장관, 윤석열 정부 원희룡 장관이 대표적이다. 둘 모두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하마평에 이름을 올리는 이들도 주로 현역 의원들이다. 국무위원은 국회의원이 겸직할 수 있다.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도 관심이다. 금융회사뿐 아니라 금융정책과 회계감독 등으로 일반 기업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다. 금융위원장은 금융위와 금감원 통합 이후 초대 전광우 위원장을 제외하면 모두 관료 출신이었다. 현재 하마평에는 관료 출신 도규상·손병두 전 부위원장과 김병욱·홍성국 전 의원이 거론된다. 금융위원장은 국무위원이 아니어서 현직 국회의원이 겸직할 수는 없다.
금융감독원장은 박근혜 정부(2017년) 이후 외부인사들이 모두 맡으며 파격을 보여왔다.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 중 한 곳은 비관료 출신이 맡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에서는 관료 출신 금융위원장과 대통령 측근인 금감원장 조합이 미묘한 분위기를 만들기도 했다. 법적으로는 금융위원장이 상급자이지만 실제 감독과 검사 등 현장 권한을 가진 금감원장이 때로는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법무무 장관과 검찰총장의 관계에 비유하기도 한다.
공정거래위원장도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대기업 입장에서는 중요한 자리다. 공정거래법은 경영과 관련해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위반 시 형사처벌까지 가능한 조항이 많아 총수 입장에서는 ‘재계의 저승사자’로 여길 만큼 가장 껄끄러운 존재다.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는 모두 진보 성향의 학계 인사가 맡았다. 새 정부에서는 아직 하마평은 나오고 있지 않다.
한편 경제분야의 핵심인 한국은행 총재는 임기 보장 관례를 고려할 때 당분간 이창용 체제가 유지될 전망이다. 이창용 총재 임기는 내년 4월까지다. 과거 보수 정부는 정권과 가까운 인사들을 임명한 경우가 많아 논란을 낳았다. 진보 정부에서는 모두 한은 출신을 총재로 선임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박근혜 정부에서 선임한 이주열 총재를 연임시키기도 했다. 한은 총재가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을 겸임한 이후 첫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