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에서도 금융시장에 또 다른 판도 변화가 예고됐다. 촉매제는 디지털자산과 스테이블코인이다. 그동안 증권사와 핀테크 기업들에게 닫혀있던 가상자산 시장의 빗장도 제거될 것으로 예상된다. 증시에서도 관련 주식에 대한 기대가 크다.

법안의 골격은 기존 증권을 다루는 자본시장법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디지털자산을 규제하는 데 있다. 고객자산 별도 관리는 물론 디지털자산 발행(해외발행 디지털자산은 예외)과 거래 지원(상장 유지) 여부 결정 시 각각 금융위원회와 거래지원적격성평가위원회의 승인과 판단을 받도록 했다. 이밖에도 법안은 한국거래소의 시장감시위원회와 비슷한 조직을 만들고, 한국금융투자협회와 거의 같은 형태의 한국디지털자산업협회를 설립하는 내용까지 담겨 있다. 거래지원적격성평가위원회는 디지털자산산업협외 내에 설치되는 조직이다.
그동안 가상자산 발행과 거래지원 여부는 별도의 규제가 없어 거래소 마음대로였다. 업비트와 빗썸 등 기존 업자 입장에서는 자율권은 사라지고 기존 증권사 수준의 규제 부담을 새로 갖게 된 셈이다. 사실상 원화거래 가상자산거래소 진입 장벽으로 작용했던 ‘1거래소=1은행’ 원칙도 사라지게 된다. 디지털자산 거래소 진출을 호시탐탐 노렸던 기존 증권사 등에게도 길이 열린다는 뜻이다. 기존 거래소 입장에서는 경쟁 심화다. 이는 핵심 수익원인 거래수수료율 인하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의 2024년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가상자산거래소 17곳의 평균 매매 수수료율은 0.13%로 국내 증권업계 수수료율(0.01%~0.015%)보다 10배 가까이 높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지난해 영업수익(매출) 1조 7315억 원 가운데 1조 1863억 원이 영업이익인데 거의 무려 9881억 원이 순이익으로 남았다. 두나무 매출 대부분은 업비트의 수수료인데 영업비용으로는 채 4600억 원도 쓰지 않았다. 두나무 직원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2억 원으로 국내 최고다. 수수료 인하 여지가 크다.
반면 카카오와 네이버, 토스 등 핀테크 기반 금융사들은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새로운 블루오션에 진출할 기회를 잡게 됐다. 법안이 은행이 아닌 일반 기업들도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는 길을 열었기 때문이다. 스테이블코인은 안정적으로 가치를 뒷받침하는 자산을 담보로 발행된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은 국채다. 해외 사례를 볼 때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받은 현금으로 국채를 사는 방식을 가장 먼저 상정할 수 있다. 발행사는 보유한 국채에서 발생하는 이자로 수익을 낼 수 있다. 서클이 상장해서 대박을 낸 이유다.
민주당의 법안 발의 이후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등 대형 핀테크 주가가 폭등했다. 네이버와 토스는 관련 기업이 상장되지 않았다. 대형 핀테크가 유리한 이유는 중소 핀테크는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사업모델을 만들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충분한 수익을 남기기 위해서는 관리 등에 대한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발행규모가 커야 한다. 발행규모가 크려면 결제와 송금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춰야 한다. 이 부분에서는 기존 빅테크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스테이블코인 관리를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다양한 규제 기준도 충족해야 한다. 특히 재무건전성 유지를 위해서는 정교한 자산관리 역량이 필요하다. 일례로 국채 등 금리가 높을 때에는 이자수익도 크지만 금리가 낮아지면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 보유채권의 만기 관리도 중요하다. 장기채권은 이자율은 높지만 금리변동에 따른 가격 변화 폭도 크기 때문이다. 보유자산의 가격변동을 잘 관리하지 못하면 스테이블코인 발행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
최열희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