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권에선 ‘내란 종식’에 앞장설 행정부 총책임자로 김 후보자가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을 때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본회의 투표에 김 후보자가 참석하지 않았던 사실이 회자되면서다.
이재명 대통령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에 불참한 사례와 관련해 비판적 시각을 내비친 바 있다. 지난 5월 27일 상암 MBC 스튜디오에서 열린 ‘3차 대선 TV토론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을 향해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집중적인 공세를 가했다.

이준석 의원은 “가까운 위치에 있었고 식사 자리에 있던 다른 의원도 똑같이 했다”면서 “제가 (국회에) 들어가려고 노력하던 모습이 다 찍혀 있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제가 물어보는 핵심은 왜 집에까지 가서 샤워하고 옷 갈아입고, 너무 여유롭지 않았느냐 그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고 되받았다.

2024년 12월 4일 새벽 국회 본회의장에서 의결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엔 총 190명 의원이 투표했다. 국민의힘 의원 중 18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민주당 의원은 17명을 제외하고 모두 투표에 참석했다. 이준석 후보가 언급한 ‘표결 불참 민주당 의원 17명’ 명단엔 이재명 정부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김민석 의원이 있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은 ‘내란 종식’ 필요성을 수도 없이 언급했다. 내란 종식 첫 걸음으로 꼽히는 성과는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킨 일이었다. 국회가 즉각 반응해 계엄령을 막아냈다. 그런데 이날 표결에 김 후보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내란 종식’ 과제를 강력하게 밀어붙일 행정부 책임자로 김 후보자가 낙점됐다는 사실 자체가 모순이란 지적이 나온다.
또 한 가지 포인트가 있다. 김 후보자는 서울 영등포을에서만 4선에 성공한 의원이다. 김 후보자 지역구 관내에 국회의사당이 위치해 있다. 본인 지역구에서 이뤄진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에 참석하지 않은 셈이다.

김 후보자는 윤석열 정부의 ‘계엄령 가능성’을 가장 먼저 거론한 정치인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족집게 계엄 예언가’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민주당 최고위원이던 김 후보자는 2024년 8월 21일 “국지전과 북풍 조성을 염두에 둔 계엄령 준비 작전이라는 게 근거 있는 확신”이라고 발언해 정치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은 김용현 국방부 장관을 지명하고, ‘반국가세력’을 거론하는 등 이념 논쟁을 재점화하고 있었다.
김 후보자는 “집권 경험이 있는 수권정당 민주당의 정보력을 무시하지 말라”면서 “계엄령 준비를 반드시 무산시키겠다. 유신독재와 부마항쟁, 5·18을 딛고 일어난 21세기 최고 민주국가 대한민국에서 조잡하게 계엄령 따위는 꿈도 꾸지 말라”고 했다.

야권 한 인사는 “민주당이 비상계엄 사태를 내란으로 규정하고 종식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 후보자가 행정부 총책임자로 지명됐다”면서 “아무리 계엄을 미리 예견했더라도, 계엄 당일날 행동에 나서지 않은 김 후보자가 국무총리로 지명된 것엔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인사는 “여권에서 무임승차 논란이 불거지지 않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라면서 “이 대통령이 대선 토론회 당시 이준석 의원을 향해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에 참석하지 않고 늦게 왔다고 나무랐는데, 이는 김 후보자에게도 적용되는 꾸지람이다. 민주당 말대로라면 ‘내란 종식’ 선봉에 서야 할 국무총리가 내란 종식 주요 과정에 참여하지 않은 것 자체가 자가당착”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된 요인 중 가장 큰 부분은 ‘내란 종식’에 대한 성원이 컸던 점”이라면서 “김 후보자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에 불참한 것은 ‘내란 종식’을 이끌 수 있는지를 따지는 자격성 및 정통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봤다.

김 후보자는 “국회 담장 밖을 돌며 급한 대로 영문 성명까지 올렸다”면서 “지금까지 계속 지도부 회의를 했다. 해제 표결을 해주신 동료 의원들과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는 “표결에 늦어 많은 분이 안전을 걱정해주셨다”면서 “담 넘다가 삐끗한 것 빼고는 괜찮다. (걱정해준 분들께) 특별히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자가 올린 영문 성명엔 “계엄령은 쿠데타이며, 국무회의 미개최로 절차상 무효”라면서 “계엄령의 즉각적인 해제를 요구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계엄 선포 당시 김 후보자는 또 다른 게시물을 통해 “의원들 국회 출입을 막거나, 회의 소집을 막으면 그 자체로 내란 범죄가 성립된다”면서 “대통령 명으로 국회 기능을 불능케 하는 자는 모두 내란죄 공범이 된다”고 강조했다.
정치평론가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 교수는 “변명보다는 사과와 반성이 필요한 부분”이라면서 “본인이 내란 청산 및 종식을 주장했음에도, 정작 현장에 없었다는 점은 김 후보자 삶의 진정성과 선명성,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채 교수는 “김 후보자 입장에선 해당 표결에 불참했던 사실이 마음의 빚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면서 “누구보다 ‘내란 종식’ 목소리를 크게 낸 김 후보자 스탠스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