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봉 수석이 검사 시절인 2002년 재벌과 사적 교류를 맺어 온 정황이 드러났다. 상대는 조남욱 당시 삼부토건 회장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와 가깝다고 알려진 양재택 전 검사와 동행했다. 청탁금지법이 없던 시절이지만 향응이 이뤄졌을 가능성은 존재한다. 만남 장소가 '초호화' 호텔 클럽이었다.
봉 수석은 이 밖에 2008년 세상을 시끄럽게 한 '뉴월코프 주가조작 사건' 부실수사 의혹도 풀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봉욱 대통령실 민정수석은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사법연수원 19기다. 이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한 기수 후배다. 검찰에 재직하며 법무·검찰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19년 문재인 정부에서 윤 전 대통령과 함께 검찰총장 후보에 올랐지만 낙마했다. 그 후 김앤장 변호사로 활동했다.
그의 민정수석 임명에 시민사회에선 우려가 크다. 참여연대는 6월 30일 성명을 내고 "새 정부 민정수석은 정치검찰에 책임을 묻고 수사와 기소 분리 등 검찰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면서 "이를 검사 출신에 맡겨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대통령실은 "검찰 개혁은 출신을 떠나 방법이 중요하다"며 "이재명 대통령은 민정수석이 검찰 내부 사정을 잘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하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안한 시선은 여전하다. 봉 수석의 과거 행보에 석연찮은 지점이 여럿이기 때문이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봉 수석이 현직 검사 시절 조남욱 당시 삼부토건 회장과 두 차례가량 따로 만난 정황도 파악됐다.
이는 조남욱 회장 옛 일정표에서 드러난다. 지난 20대 대선 때 내용 일부가 공개돼 윤 전 대통령 부부와 삼부토건 유착 의혹을 촉발한 자료다. 윤석열 검사가 '윤검', 부인 김건희 씨가 '김명신' 혹은 '김 교수', 장모 최은순 씨는 '최 회장' 등으로 기재됐다. 한때 김건희 씨와 가까웠다는 양재택 전 검사도 자주 등장한다.
일요신문은 해당 자료 1997~2014년 분량을 확보했다. 이 가운데 2002년에는 '봉 차장·양 부장(SRH23층)', '봉 청장·양 부장 만찬'이 각각 등장한다. '봉 씨'가 봉 수석, '양 씨'는 양재택 전 검사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SRH는 '서울 르네상스 호텔'이다.
양재택 전 검사는 일정표 전체에서 50회 넘게 나왔는데, 시기별 직급에 따라 '양 부장' '양 검사' 등으로 표기됐다. 2001년까지 '양재택 검사' '양 검사' 등으로 쓰였던 그는 2002년 서울중앙지검 총무부장이 되며 '양 부장'으로 기재됐다.
봉 수석의 경우 2002년 대전지검 부부장 검사를 맡다 8월 충북 청주지검 제천지청장에 올랐다. 조남욱 회장이 '부부장'을 차장으로 오인해 '봉 차장', 제천지청장이 되자 '봉 청장'으로 썼단 해석이다. 당시 검찰에서 '봉'씨 성을 가진 '청장'은 봉 수석뿐이었다.
이를 토대로 자세히 보면, 봉 수석은 부부장이던 2002년 4월 18일 오후 7시30분 양재택 당시 검사와 함께 서울 강남 르네상스호텔 23층서 조남욱 회장과 만남을 가졌다. 이어 4개월 뒤 청주지검 제천지청장으로 승진, 두 달 지난 10월 14일 오후 7시 30분 양재택 검사와 함께 조남욱 회장을 다시 찾아가 만찬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르네상스호텔은 삼부토건이 짓고 운영한 곳이다. 당시 이 호텔 지하에는 '볼케이노 클럽', 21~23층은 '호라이즌 클럽'이 있었다. 볼케이노는 임차인으로 들어온 사업자였으나, 호라이즌은 삼부토건 '직영'이었다. 이 중에서도 23층은 'VIP카드'가 있어야만 출입 가능한 특별한 장소였다. 삼부토건 조남욱 회장 일가가 정·재계 인사 등을 상대로 한 접대나 로비에 자주 활용한 장소로 알려져 있다.
현직 검사와 재벌의 이런 형태 교류를 바라보는 시선은 고울 수 없다. 단연 향응과 유착 소지 때문이다.
실제 양재택 전 검사도 2008년 4월 검찰을 관둔 후 1년도 안 된 2009년 1월 삼부토건 법률고문으로 들어가 2012년 8월까지 종사했다. 무엇보다 삼부토건 자체가 소위 '검사 관리'로 유명한 기업이었다. 2002~2015년 이 회사에 소속된 '검사 출신' 전관 법률고문만 양 전 검사 포함 10명이었다.
'봉 청장·양 부장'이 조남욱 회장과 만난 2002년 삼부토건을 대상으로 한 검찰 수사가 있진 않았다. 삼부토건은 그 무렵 경기 파주 운정지구 개발을 위한 '택지매입'에 한창이었다. 단 이 택지매입은 훗날 심각한 사법 리스크를 초래할 뻔했다.
삼부토건이 이끈 해당 파주 운정 개발사업은 '택지매입' 단계서 허위 매매계약서 등의 잇따른 혐의가 뒤늦게 적발됐다. 삼부토건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 등 시행사 관계자 17명이 2006년 줄줄이 재판에 넘겨져 상당수가 징역 등 실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정작 최대 시행사였던 삼부토건만 유일하게 기소조차 안 돼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지정된 관할에 따라 수사는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이 맡았고, 책임자는 '윤석열 검사'였다. 윤 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적법한 수사였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영석 삼부토건 열린노조 위원장은 "르네상스호텔 23층은 단순 식사나 사교 모임보단 회사의 위기 요소나 책임을 축소하기 위한 로비, 이들 사이 술 파티 등이 주를 이뤄졌던 공간"이라며 "고위 관료는 물론 검사들도 자주 찾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여느 재벌이 그렇듯 조남욱 전 회장 일가도 절대 목적 없이 검사들을 따로 만나지 않았다"며 "봉 수석이 검사 시절 두 차례 이상 조남욱 회장을 만났다면, 어떤 형태의 부정이든 의심의 시선을 거두기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일요신문은 봉 수석에 이와 관련한 입장을 수차례 물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 그는 7월 1일 기자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보낸 질의서를 당일 바로 읽었다. 그러나 답변은 하지 않았다. 그 후로는 전화도 일체 받지 않고 있다. 봉 수석은 텔레그램에 수차례 접속한 기록이 확인됐지만, 기자가 여러 개 보낸 질의만큼은 전부 '안 읽음' 상태다.

한편 일각에선 봉 수석을 '뉴월코프 주가조작 사건'과 함께 떠올리기도 한다. 2008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이다. 재벌가가 긴밀히 얽혔으나, 가장 무거운 처벌은 나이트클럽 종업원 출신 20대 청년에 내려져 공분을 일으켰다.
봉 수석은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장으로 이 수사를 책임졌다. 사건은 두산그룹 박용오 전 회장의 차남 박중원 씨가 인수한 뉴월코프란 회사의 여러 공시가 거짓으로 들통 난 게 핵심이었다. 뉴월코프는 허위공시로 자금을 유치하고 회사들을 더 인수하며 덩치를 불리다 횡령을 저질렀다.
각 인수와 투자에는 노신영 전 국무총리 아들 노동수 씨 등도 참여했다. 노 씨 큰형은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회장(2005년 작고) 사위, 둘째 형은 홍라영 리움미술관 부관장 남편이다.
그런데 봉 수석 수사팀은 주가조작 주범이자 뉴월코프 실소유주로 20대 남성 조영훈 씨를 지목했다. 조 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진학 대신 나이트클럽에 입사해 생계를 이어왔다고 알려졌다. 이에 여러 언론에서도 '복잡하고 전문적인 주가조작 사건을 정말 조 씨가 일으킨 게 맞는지' 등 문제 제기를 지속했다(관련기사 [재벌 자제 연루 주가조작 사건] 고졸 청년 조영훈 실체).
조 씨는 재벌가까지 유인한 '초대형 주가조작' 주범으로 꼽혔으나 2009년 8월 1심 선고에선 징역 5년을 받는 데 그쳤다. 2심에서 징역 7년으로 형량이 늘었고 이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됐다. 비교적 관대했던 1심 재판의 조 씨 법률대리인은 '양재택 변호사'였다.
이 사건은 그 후로도 후폭풍이 거셌다. 전관 출신 변호사와 후배 검사가 더는 수사가 확대되는 걸 막고자 사건을 축소한 채 종결했단 의혹이 일었다.
2022년 뉴스타파와 MBC의 경우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을 거론하며 고의적인 수사 누락 의혹을 제기했다. 뉴월코프가 인수한 기업 등기부와 조 씨 재판 진술에서 한 전 장관 장인어른 '진형구' 이름이 나왔지만 수사가 없었단 지적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조 씨는 법원에서 "횡령금 일부를 진형구 씨가 썼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진 씨는 검사장 출신이다. 1999년 이른바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에 연루돼 해직과 함께 구속됐다.
봉 수석은 일요신문의 '뉴월코프 부실수사 의혹' 반론 요청에도 답을 주지 않았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