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월 27일 서울 시민 1400여 명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 바라는 점 등에 대한 설문을 참여했다. 사진은 명동거리에서 여성들이 설문에 패널에 스티커를 붙이는 모습.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
12월 19일 제18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졌다. 전국 최종 투표율 75.8%. 10년 만에 투표율 70%대를 회복할 정도로 유권자들의 참여가 높았던 이번 선거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과반(51.55%)을 득표해 당선됐다. 과반 득표는 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처음이다. 헌정사상 첫 여성 대통령인 박 당선인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로서 첫 부녀(父女) 대통령 탄생이라는 기록까지 세웠다.
계사년 새해, 새 대통령을 맞게 되는 국민들의 반응은 어떨까. <일요신문>은 지난 27일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역, 명동, 신촌, 강남역, 센트럴시티, 여의도 등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세 가지 질문이 각각 적혀있는 패널에 스티커를 붙이는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조사에는 14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세 가지 질문은 ▲ 박근혜 당선인에 바란다 “이 공약은 제발 실천해주세요” ▲ 박근혜 당선인 ‘이것’이 걱정스럽다 “이 공약은 황당해요” ▲ 역대 대통령의 중점사업 “제발 이것만은 하지 마세요” 등이다. 질문에 딸린 각 항목은 박 당선인의 공약 중 언론과 온라인 등에서 자주 거론되는 것들을 꼽았다. 역대 대통령은 김영삼(‘보여주기 식’ 경제 성장 IMF 사태 유발), 김대중(조건 없는 ‘퍼주기 식’ 대북 정책), 노무현 전 대통령(부동산 실패 및 양극화 심화), 이명박 대통령(4대강 등 대형토목 사업)을 보기로 제시했다.
#1. 박근혜 당선인에 바란다 “이 공약은 제발 실천해주세요”
설문조사에 참여한 시민들 중 35%가 ‘성폭력, 학교폭력, 가정파괴범, 불량식품 4대 사회악 뿌리 뽑기’ 공약을 박 당선인이 꼭 실천해줬으면 좋겠다고 응답했다. 수원 토막살인 사건,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 신촌 대학생 살인사건, 여의도 묻지마 사건 등 도무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흉악범죄에 대한 시민들의 반발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4대 사회악 중 불량식품이 웬 말이냐는 반응이 나오기는 했다. 취업준비생 안 아무개 씨(26)는 “불량식품은 박근혜 당선인이 TV토론에서 말실수한 것 아니냐. 저걸 왜 공약이라고 넣었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하지만 불량식품 척결은 박 당선인의 공약집에 분명히 명시돼 있다. 박 후보의 201개 공약이 담긴 공약집에는 ‘먹을거리 관리로 식품안전 강국 구현’이라는 내용이 100번째 공약으로 들어가 있고, 성폭력, 학교폭력, 가정파괴범, 불량식품 등 4대 사회악 뿌리 뽑기로 국민안심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명시돼 있다. 지난 16일 있었던 18대 대선 마지막 TV토론 이후에도 이와 관련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2위는 ‘5세까지 국가 무상보육 및 대학 등록금 부담 반으로 낮추기’(30%)였다. 2010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높아진 보편적 복지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을 반영한다. 박 당선인은 “0~5세 보육은 국가가 책임진다”는 입장이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여기에 필요한 6779억 원을 2013년 예산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0~2세는 가정 양육, 3~5세는 어린이집 보육’ 원칙을 내세워 무상보육 정책을 반대하고 있다. 수많은 대학생과 학부모의 염원인 ‘반값등록금’ 정책 역시 엄밀히 말해 보편적 복지는 아니다. 액면 등록금을 절반으로 줄이는 대신 소득 하위 80%의 대학생들에게만 장학금 형식으로 등록금을 감면해 주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만도 정부 4조 원, 대학 3조 원 등 연간 7조 원이 필요해 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일자리에 대한 관심이 복지에 대한 열망의 뒤를 이었다. ‘60세로 정년 연장 및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항목이 18.5%로 3위를 차지했다. 박 당선인은 임금피크제 도입을 통해 정년을 연장(60세)하고, 비정규직 근로자의 사회보험 적용을 확대해 일자리의 질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4위는 ‘4대 중증질환(암, 심혈관, 뇌혈관, 희귀난치성) 건강보험 100% 적용’(15%). 박 당선인은 중증질환에 대해 현재 75% 수준인 보장률(비급여 부문 포함)을 매년 5%포인트 높여 2016년까지 100%로 확대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공약이 실현될 경우 민영의료보험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신용회복 신청·승인 시 빚 최대 70% 감면’(1.5%)은 다른 공약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적용 대상이 한정된 탓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은 “신용불량자 채무를 50~70% 감면하겠다”고 약속했다. 전문가들은 이 공약이 이행될 경우 부채탕감에 대한 잘못된 기대로 연체율이 상승할 수 있다며 ‘모럴해저드’를 경계했다.
#2. 박근혜 당선인 ‘이것’이 걱정스럽다 “이 공약은 황당해요”
“다 황당한데, 도대체 뭘 골라야 하지?”
두 번째 패널 앞에서 시민들은 상대적으로 긴 시간을 머뭇거렸다. 그만큼 5개 항목 모두가 황당하다는 뜻이다. 200여 명의 시민은 다른 두 패널에만 스티커를 붙이고 이 질문은 그냥 지나쳐가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중산층 비중 70%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공약이 가장 현실성이 없다고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45%)가 판단했다. 이는 중산층이라는 개념이 모호한 탓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중산층 비중은 64%였다.
하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중산층은 또 다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8월 전국의 20세 이상 성인 남녀 101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46.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결과와는 큰 차이다. 박 당선인은 아직 중산층의 정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그의 공약이 중산층 통계수치를 70%에 맞춘다는 것인지, 아니면 국민이 체감하는 중산층수치 70%를 의미하는 것인지 아직 알 수 없다.
2위는 “노령연금 2배로 확대하겠다”는 공약(24%). 박 당선인은 임기 첫 해에 기초연금법 개정을 추진하고 법이 개정되는 즉시 모든 노인들에게 지금의 기초노령연금액(최대 9만 4600원)의 두 배를 지급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공약이 실현될 경우 추가예산이 연간 4조~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시민들 역시 구체적인 실현방법이 보이지 않는 공약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3위부터 5위는 “집주인이 대출 받고 이자는 세입자가 납입, 전세금 부담 덜겠다”(12.5%), “5년 안에 코스피 3000 시대 열겠다”(12%), “18조 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 설립하겠다”(6.5%) 순이었다. 1, 2위와 격차가 많이 나지만 그만큼 관련 있는 시민들의 반응은 격렬했다.
특히 3위를 차지한 일명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는 일부 중년세대들에게 큰 질타를 받았다. 한 50대 남성은 오랫동안 자리를 뜨지 않으며 “자기네가 열심히 일 안 해서 못 사는 건데 왜 우리더러 부담을 지라 하느냐”는 등 열을 내기도 했다. 대출을 부담하는 집주인은 세제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느끼는 거부감과 추가 대출 여력 등의 문제가 걸림돌이다.
임기 내 코스피 지수 3000선 달성 역시 시민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했다. 이 항목에 스티커를 붙인 한 중년 남성은 “젊은 사람들은 주가지수에 관심이 없는 모양이지만, 어디 이게 가능한 말인가”라고 한탄했다. 전문가들 역시 글로벌경제위기의 장기화, 국내 경제의 저성장 등 국내외 여건을 고려해 볼 때 이 공약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전례를 봐도 그렇다. 지난 1994년 9월16일 코스피가 1000선을 기록하고 2010년 12월14일 2000선을 기록하기까지 16년이 걸렸다. 같은 기준을 적용할 때 박근혜 정부는 임기 말인 2017년까지 7년 만에 1000포인트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말이다.
일각에서는 주가지수가 대통령 후보의 공약으로 제시되는 현실을 비판하기도 한다. 주가는 시장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것일 뿐 정치적 수사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서 이명박 대통령 역시 후보시절 자신의 임기 종료 전 코스피 지수 5000을 달성하겠다고 공약했지만 결국 무위에 그쳤다.
가계부채 대책의 골자인 18조 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도 불신 받고 있다. 1000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를 18조 원으로 얼마나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또한 국가가 보증하는 공적자금으로 채무자의 빚을 탕감해주는 게 맞느냐는 반박도 만만치 않다. 빚을 지지 않은 국민의 부담이 늘 테고, 채무자들은 도덕적으로 해이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3. 역대 대통령의 중점사업 “제발 이것만은 하지 마세요”
박 당선인이 가장 닮지 않았으면 하는 대통령으로 이명박 대통령(4대강 등 대형 토목 사업)이 뽑혔다. 응답자들 중 59%의 지지를 나타냈다. 현 정부에 대한 깊은 실망감이 남녀노소 불문하고 이 대통령에게 스티커를 붙이게 만든 요인이 됐다. 특히 젊은이들은 중년층과 달리 주저 없이 이 대통령에게 한 표를 행사했다. 성인으로서 거의 처음 겪는 대통령이라 체감하는 바가 상대적으로 컸던 것으로 보인다. 10대들이 거친 말을 하며 이 대통령 항목에 스티커를 붙이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띄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21%)은 그 뒤를 이었다. 김 전 대통령의 ‘퍼주기 식’ 대북정책은 주로 중년층에게 빈축을 샀지만 더러 젊은 남성들한테도 비난을 받았다. 20대 중반의 두 남성은 김 전 대통령에게 스티커를 붙이며 “북한 사람들에게 잘해주면 안 된다는 걸 군대 가서 배웠다”는 내용의 대화를 주고받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12%)은 ‘부동산 실패 및 양극화 심화’라는 이유로, 김영삼 전 대통령(8%)은 보여주기 식 경제 성장 IMF 사태 유발’의 책임이 있다는 이유로 각각 3, 4위를 차지했다. 김 전 대통령에게 스티커가 덜 붙었다고 해서 그가 가장 인기가 많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이 조사는 ‘가장 싫은 대통령은 누구인가’라는 성격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체감지수가 가장 높은 이 대통령에 대한 절망감과 중년층을 위시한 보수성향의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반발감에 김영삼 전 대통령이 가려졌다고 보는 편이 더 설득력 있다.
사회부 취재팀
고혁주 인턴기자 poet0414@ilyo.co.kr
“첫 여성 대통령 기대” “매 눈으로 지켜볼 것”
‘시민발언대’에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최초의 여성대통령이 된 것을 축하하며 국정을 잘 이끌어가길 바라는 시민들의 목소리로 가득했다. 국민 갈등을 완화하고 통합과 소통의 리더십을 주문하며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시민도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후보 시절 내걸었던 공약들을 철저히 검증하고 추진해나가기를 시민들은 바라고 있었다. 시민들이 추운 날씨에도 장갑을 벗고 손수 펜을 쥐어 박 당선인을 향해 한 자 한 자 적은 글을 정리해 본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직장여성과 여대생이 첫 여성대통령에게 거는 기대가 생각보다 크다는 사실이었다. 35세의 한 여성 회사원은 “보편적 복지를 싫어하시는 것 같지만 워킹맘에겐 보편적 복지가 큰 힘이 됩니다. 0~2세 무상보육 유지시켜주시길~”이라고 쪽지에 썼다.
수원 토막살인 사건, 울산 자매 살인 사건,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 등 잇따라 일어난 흉악 범죄로 국민은 분노에 떨었고 공포에 질렸다. “사형제 부활시켜 달라”, “성폭력 및 성추행범 완전 박멸” 등 다소 격렬한 반응이 눈에 띄는 이유다. 특히 남성에 비해 신체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는 여성은 범죄에 쉽게 노출된다. 신촌에서 만난 많은 여대생들은 “밤에 돌아다니기 힘들다. 성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달라”고 입을 모았다.
세대별로 관심사가 나뉘기도 했다. 신촌에서 만난 대다수 대학생들은 박 당선인에게 ‘반값 등록금’ 공약을 꼭 지켜달라고 부탁했다. 등록금 천만 원 시대가 낳은 슬픈 자화상이다. 청년실업문제를 우려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20대 청년들은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비싼 등록금을 감당해내며 졸업한 후에도 일자리 문제 때문에 젊은이들의 고민은 계속되는 것이다. 황 아무개 씨(28)는 “비정규직도 대우받고 사는 대한민국 부탁드려요”라는 글을 남겼다. 반면 50~60대들은 부동산 경기에 관심이 많았다. 동화구연가라고 자신을 소개한 60대 중반의 여성은 “부동산이 활성화되기를 바랍니다”라고 적었다.
자신의 직업과 밀접한 부탁을 하는 사람도 많았다. 사병들은 군복무기간 단축을 간절히 바랐지만, 직업군인은 국방부에 힘을 실어달라고 박 당선인에게 부탁하기도 했다.
박 당선인에게 쓴소리 혹은 모진 소리를 던진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한 30대 남성은 “정수장학회 등 처리 잘 하시길. 세금도 잘 내시고. 친일파 정리 좀 하시길. 이명박 심판도…”라는 글을 게재했다. 명동에서 만난 또 다른 30대 남성은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난 당신을 지지하지 않습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이란 걸 확신합니다. 언제나 매의 눈초리로 감시할 겁니다.”
믿고 기대한다, 응원한다는 말도 물론 필요하지만 박 당선인이 진짜 새겨들어야 할 말은 이런 고언들이 아닐까. 87년 직선제 실시 이후 처음으로 과반 득표율을 얻었다고는 하지만 그 나머지는 박 당선인을 찍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고혁주 인턴기자 poet0414@ilyo.co.kr
강남 ‘무관심’ 강북 ‘냉소’
▲ 한 남성이 시민발언대에 박 당선인에게 향한 자신의 생각을 적고 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
박근혜 당선인이 내건 황당한 공약으로 강북(신촌, 명동, 서울역), 강남(센트럴시티, 강남역)지역 응답자 모두 ‘중산층 비중 70% 확대’(경제민주화 분야 공약)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강북, 강남이라는 지역적 특성상 공약 설문에서도 큰 차이를 보일 것이라는 당초의 예상과는 다른 결과라 눈길을 끈다.
해당 문항은 강북, 강남에서 각각 응답자 223명(27%), 275명(56%)이 택했다. 여기서 차이점이 있다면 강북의 경우 ‘중산층 70%’ 공약(27%)에 이어 ‘노령연금 2배 확대’ 공약(24%)이 황당한 공약으로 꼽혀 1, 2순위 차가 비등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강남은 ‘중산층 70%’ 공약이 응답자 수의 과반인 56%에 달하는 지지를 받으며 2위 ‘노령연금 2배 확대’(14.4%) 공약과 큰 격차를 보였다.
이처럼 설문 결과의 양상이 다소 달랐지만 어찌됐든 지역적 특성 차에도 불구하고 같은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결과는 같지만 중산층 공약이 1위로 뽑힌 원인에는 각각 다른 숨은 뜻이 있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황인상 피앤씨 정책개발원 대표는 “강북, 강남지역에서 박근혜 당선인의 중산층 공약을 황당하게 느낀 데에는 아마도 각각 ‘정책적 냉소’와 ‘이입불일치’라는 특별한 심리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의 경우 중산층 문제에 더 예민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황 대표는 “강남 거주자들의 경우 중산층 문제에 대해 ‘내가 이런 걸 왜 고민해야해?’ 하는 ‘이입불일치’ 상태에 놓인 이들이 강북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면서 “중산층 문제 자체에 피곤함을 느낀 이른바 ‘강남인’들이 여기에 몰표를 던졌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시 말해 이미 대다수 중산층이거나 상류층에 소속된 강남 거주자들이 굳이 ‘중산층 70% 확대’와 관련해 굳이 자신을 억지로 끼워 맞추며 고민해볼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어 황 대표는 강북의 결과에 대해서 “중산층 70% 육성은 상당히 큰 변화를 꾀하는 정책인데 강남 거주자들과 달리 중산층 확대 문제에 관심이 높은 강북 거주자들의 경우 문재인 전 대선후보에게 표를 던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마디로 강북 응답자들은 박근혜 정권에게 애당초 중산층 육성방안을 기대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박 당선인의 중산층 공약을 ‘황당한 공약’이라고 격하시키며 이른바 ‘정치 전략적 냉소’를 내비췄다는 설명이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
싫어하는 대통령 입에 스티커 ‘덕지’
‘역대 대통령의 중점사업 “제발 이것만은 하지 마세요”’ 항목 패널에는 해당 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이 항목에서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한 이명박 대통령의 얼굴은 스티커로 뒤범벅이 돼 있었다. 다른 대통령들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시민들은 ‘입’이 문제라고 생각했는지 자신이 싫어하는 대통령의 입에 스티커를 붙였다.
명동에서 만난 한 30대 여성은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입에 붙은 스티커를 떼어냈다. 기자가 제지하자 그는 굳은 얼굴로 “고인한테 이게 무슨 짓이냐”며 “사람들이 인간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스티커를 다 떼고 홀연히 사라졌다.
박 당선인과 관련된 것은 듣기도 싫다며 답변을 거부하는 사람도 종종 눈에 띄었다. 한참 설문조사 현장을 지켜보던 한 남성도 “난 안철수 팬”이라며 “박근혜 관련해서는 노코멘트”라고 전했다.
고혁주 인턴기자 poet041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