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이번 경주의 최대 관심사는 국2군에서 최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내장산과 야호필승의 자존심을 건 맞대결이다.
두 마필은 지난 10월 이미 한 차례 진검승부를 벌인 바 있다. 당시는 야호필승의 6마신 차 여유승.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 경주만으로 두 마필의 우열을 속단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예상전문가 신성훈 씨는 “당시는 내장산이 늦발하고 중간에 무리하게 따라붙는 바람에 정상적인 실력발휘를 할 수 없었다”면서 “내장산이 앞선에서 뛰면서 특유의 끈기를 발휘하는 흐름이라면 야호필승보다 결승선을 먼저 통과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장산은 이미 명마예감 코너를 통해 소개한 것처럼 1군 최강자들의 대결장이었던 농림수산식품부장관배(GⅡ·장관배) 대상경주에 점핑출주해 4위를 차지했을 만큼 그 능력은 이미 검증된 마필이다. 야호필승에 수모를 당하고 한 달 만에 나온 12월 8일 경주에선 메가쓰나미, 비바캣 그리고 이번에 같이 겨룰 돌풍강호 등을 따돌리고 손쉽게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반면 야호필승은 그동안 추입 일변도로 경주 전개를 해왔던 마필로 뒷심이 폭발적이다. 지난 9월엔 일간스포츠배 대상경주에서 통제사(국1)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했을 만큼 뒷심은 인정받고 있는 말이다. 그런데 고무적인 것은 11월 10일 경주에선 뛰어난 순발력을 보워주었다는 점이다. 이 말이 과연 야호필승인가 싶을 만큼 초반 200미터도 좋았고, 그 다음 2코너까지의 대시가 일품이었다. 비록 중간에 적절한 힘 안배를 하긴 했지만 결승선에서의 탄력도 여느때와 다름없었다. 예전과 다른 경주 스타일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한 단계 더 성장한 것으로 분석된다.
야호필승의 순발력이 보강되면서 두 마필 간의 대결은 야호필승 쪽에 좀더 점수를 주는 분위기다. 예전처럼 내장산이 앞에 가고 야호필승이 뒤에서 멀찌감치 따라가는 그림이라면 야호필승이 내장산을 추월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직전경주처럼 초반에 조금 빠르게 앞선에 가세한다면 야호필승이 더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야호필승은 또한 기승자의 제어에 잘 따른다는 점에서 기수가 작전을 펴기도 용이하다는 이점이 있다.
여기에 야호필승이 안쪽 게이트까지 배정 받는다면 내장산으로선 야호필승의 종반추격을 따돌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하나의 관심사는 4연승을 질주하고 있는 샌드짱이 과연 2군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을 것인가다. 샌드짱은 6전 5승 2위1회를 거둔 신예강자로 그 발전속도가 눈부시다. 특히 12월 15일 치러진 직전경주에선 거리가 400미터나 늘었고 경주 도중 방해까지 받았지만 2위마를 1½마신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하는 등 장거리에서도 만만찮은 경주력을 보여주고 있다. 당시 기록은 평범했지만 겨울철 주로라는 점과 다른 마필의 방해를 받았다는 점, 그리고 1800미터 경주에 처음 뛰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나름대로 선전했다는 것이다.
샌드짱의 가장 큰 장점은 주행습성이 자유롭다는 데 있다. 데뷔 초엔 선입형이나 추입형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뒷심을 바탕으로 입상을 했지만 세 번째 경주부터는 강력한 선행작전으로 연승을 거두었고, 거리가 대폭 늘어난 직전에선 중간에 따라가는 추입작전으로 앞선의 마필들을 모조리 따돌렸다. 주행습성이 자유롭다는 점은 기수가 상황에 따라 적절한 작전을 펼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이번 경주엔 선두력이 뛰어난 마필은 모두 3두나 더 있다. 돌풍질주, 내장산, 우승복이다. 이 가운데 내장산과 우승복은 선행을 고집하는 스타일은 아니기 때문에 돌풍질주의 선행이 유력시된다. 그러나 샌드짱의 최근 기세를 보면 돌풍질주보다 인코스를 배정받을 경우 선행강공도 배제할 수 없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샌드짱은 무시할 수 없는 강력한 도전마인 셈이다.
그 다음으로 주목할 마필은 천둥번쩍과 글로벌퓨전이다. 천둥번쩍은 전형적인 추입마로 지난 9월 동아일보배 대상경주에서 ‘깜짝3위’를 한 바 있다. 최근 경주에선 1400미터 단거리 경주인 농협중앙회장배 대상경주에 출전해 착순 밖으로 밀려나기도 했지만 중·장거리에서 잘 뛰는 마필이고, 추입마에 유리한 겨울철이라 만만찮은 도전이 예상된다.
글로벌퓨전은 11전 5승(2위1회, 3위1회)의 성적을 거둔 마필로 2군 무대에서도 이미 우승을 차지했을 정도로 탄탄한 전력을 자랑하고 있다. 주행습성은 순발력을 바탕으로 경주 초반 선입권이나 중간쯤에 자리 잡고 따라오다 직선에서 추월을 시도하는 전형적인 선추입형이다. 지난 경주 직후 피로가 누적돼 충분히 쉬고 나오는데, 힘을 비축했다는 장점은 있지만 공백기는 약점으로 꼽힌다.
김시용 프리랜서
스톰캣 후손들끼리 한판 승부?
이번 경주는 혈통면에서 보면 노던댄서계의 마필이 많이 눈에 띈다. 노던댄서계는 잘 아시다시피 세계 경마를 주름잡는 명문혈통으로, 경주마의 절반가량이 노던댄서의 후대라고 얘기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야호필승, 내장산, 샌드짱, 돌풍질주, 글로벌퓨전이 이 혈통이다. 그중에서 야호필승, 내장산, 글로벌퓨전은 노던댄서계 중에서도 주류인 스톰캣의 후손들이다. 특히 내장산과 글로벌퓨전은 스톰캣의 자손 중에서도 국내에서 후대성적이 가장 뛰어난 메니피의 자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혈통은 미스터프로스펙터계열이다. 디데이플러스와 대제의밀사가 여기에 속한다.
나머지 마필들도 혈통은 나쁘지 않다. 천둥번쩍은 미국에서 92년 3세 수말 챔피언으로 연도대표마를 지낸 A.P. INDY의 손자마다. 와하하와 우승복은 지난 12월 초에 마사회가 도입한 씨수말 록하드텐(Rock Hard Ten)과 같은 계열인 북미의 명문 턴투(turn-to) 집안의 마필이다. 두 마필의 부마인 포트스톡턴이 턴투의 4대손이다.
김시용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