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제로 조 씨는 경찰 조사에서 “다른 가족이 짜고 나를 셋업한 거지(함정에 빠트린 거지)”라는 취지의 진술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 7월 30일 살인과 살인미수 등의 혐의를 받는 조 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조 씨의 전처는 유명 에스테틱 업체의 등기이사로 재직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처는 과거 회사 홍보용 인터뷰와 매체 인터뷰, 자서전 등을 통해 가족에 대한 사랑을 내비쳐 왔다. 이번 사건 이후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가정사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전처는 입장문을 통해 조 씨와 이혼했음에도 사실혼 관계를 이어온 점, 그리고 숨진 아들은 부모의 이혼 사실을 모르고 자라왔다는 점 등을 밝혔다.
전처 자서전에 따르면 그는 25세 무렵 당시 대학생이던 조 씨와 처음 만나 3년 넘게 연애한 끝에 부부가 됐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들이 태어났다. 하지만 전처의 기대와 달리 결혼 생활은 오래가지 않았다. 조 씨는 1998년 12월 자신이 운영하던 비디오방에서 여성 손님(당시 25세)에게 성범죄를 저질러 재판에 넘겨졌고, 1999년 6월 서울고법에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아 형이 확정됐다. 그리고 이듬해인 2000년 두 사람은 이혼했다.
이혼은 했지만 조 씨와 전처의 관계는 끝나지 않았다. 유족 측은 “25년여 전 피의자의 잘못으로 이혼했지만 전처는 피해자(아들)에게 이혼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전처는 피해자가 혼인할 때까지 함께 조 씨와 동거하며 헌신했다”고 밝혔다. 사건 당시 조 씨가 홀로 거주 중이었던 서울 도봉구 쌍문동 아파트를 매입한 시점은 이혼하고 8년 뒤인 2008년인데 이 아파트에서 조 씨와 전처, 아들이 동거했고, 2015년 이후에는 조 씨만 홀로 지냈다.
두 사람의 ‘임시 동맹’은 아들을 향한 사랑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전처는 한 인터뷰에서 “내가 사는 이유는 아들이 잘살게 하기 위해서”라며 아들에 대한 사랑을 드러낸 바 있다. 전처는 자서전에서 자신이 경제 활동을 하는 동안 조 씨가 ‘아이 아버지’ 역할을 해준 것에 대해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고마움을 간직하고 있다”고 했다. 경찰은 조 씨 역시 숨진 아들에 대한 애착이 컸다는 조사 결과를 밝혔다.
이혼을 하고도 사실혼 관계를 유지한 15년 동안 전처는 사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결혼 이후 창업해 운영해오던 피부관리실을 2004년에 정리하고, 현재 근무하고 있는 에스테틱 업체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해당 업체 회장을 ‘사부’라고 부르며 따랐던 전처는 교육생 신분에서 8년 만에 대표가 됐다. 실제로 전처가 합류한 뒤 해당 에스테틱 업체는 빠르게 성장하며 큰 수익을 거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전처는 업체 본사 건물의 지분 절반을 갖고 있을 만큼 회사에서 중요한 위치에 올라 있다.

조 씨는 경찰에 붙잡힌 뒤 ‘가정 불화’와 ‘경제적 어려움’ 등을 겪었다고 진술했지만 이는 범행 동기로 보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조 씨는 혼자 살게 된 2015년 이후에도 가족으로부터 생활비와 통신비, 생일 축하금, 아파트 공과금 등 경제적 지원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유족 측은 “피의자를 위해 몇 번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가게를 열어주는 등 지원했다”며 “번번이 실패했으나 그 책임을 묻지 않았다”고 전했다.
2021년 출간된 전처 자서전에는 “아들이 ‘희망’이라면 남편은 ‘등대”, “입이 열 개였다면 쉴 새 없이 남편과 아들 자랑했을 것” 등 전남편 조 씨에 대한 언급이 적혀 있다. 15년 동안 지속된 사실혼 관계와 단절되지 않은 가족의 교류가 오히려 조 씨의 망상을 키웠을 수 있다. 경찰은 조 씨가 해당 기간 자신이 이혼했지만 여전히 화목한 가정생활을 하고 있다고 착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요신문i’는 전처의 근황을 파악하기 위해 회사 관계자들과 접촉을 시도했다. 전처는 사건 이후 회사에 단 한 차례도 출근하지 않았고, 내부 직원들과도 연락을 나누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 발생 당시 미국에 체류 중이던 전처는 소식을 접한 뒤 바로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 법무팀 측은 “사건 이후 대표님(전처)이 회사에 찾아온 적이 없다”면서 “소재도 위치도 파악이 안 되고 연락 시도도 안 했다. 언제 출근하실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전처는 해당 업체의 등기이사지만 직원들은 ‘대표님’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시내 해당 업체 지점 원장 등 전처가 오랜 기간 알고 지낸 이들에게 그의 근황과 함께 가정사에 대해 물었다. 이들은 대체로 전처의 가정사에 대한 언급을 꺼렸다. 전처와 서로 도움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진 한 교수는 “언론이 전처를 너무 괴롭힌다. 유족 입장문처럼 그를 좀 내버려뒀으면 한다”고 말했다. 10년 넘게 전처와 교류했던 지인 역시 “지난주 가족장이 치러졌다는 것 외엔 알지 못하며 개인적으로 연락을 하지 않고 있고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중”이라고 전했다.
조 씨의 범행동기를 경찰이 ‘망상’으로 결론지은 것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피해의식’이라면 이해하겠지만 ‘망상’을 동기로 언급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면서 “‘망상’은 정신과적 용어로 진단이나 소견이 필요하다. 게다가 심신미약 상태로 볼 수 있어 형량 감경 사유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 받은 검찰은 사제 총기 입수 경로와 구체적인 범행 동기 등을 보강 수사할 예정이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
한승구 기자 tmdrn3040@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