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신문은 이정필 씨가 2021년 6월쯤 지인과 나눈 대화 녹취록을 입수했다. 윤 전 대통령의 20대 대선 출마선언 직후이자, 검찰이 도이치 주가조작 수사에 착수하기 직전이다. 이 씨는 2010년 이전 김건희 씨 신한은행 계좌를 관리해주며 도이치 주가조작 1차 주포로 활동한 인물로, 현재 구속 수감 상태다.
이 씨는 녹취록에서 "윤석열 와이프가 나 때문에 돈을 많이 벌었다" "(김건희가) '오빠 주식 이거 어떻게 사야 돼' 물으면 내가 '줘봐'하며 (해결)했었다" "제가 그걸로 15억, 7억, 22억 원어치 사서 주문 다해줬다" 등을 언급했다. 김 씨가 이 씨와 가깝게 지냈고, 시세조종을 인지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씨는 윤 전 대통령의 성향을 '마음에 들면 잘 봐주는 검사'로 평하기도 했다. 그는 "윤석열이 아끼는 부장검사 하나가 내 친구"라며 "얘가 말하기로는 검찰에서도 윤석열 싫어하는 사람 많았는데, 윤석열이 말도 안 되는 것도 봐줄 땐 확 봐주고, 자기를 무시한다 싶으면 확실히 말려버리는 '완전 옛날 검사' 스타일이라더라"고 말했다.
이 씨는 검사들하고도 친분이 깊었다. 그는 알고 지내던 차장검사를 통해 한 부장검사를 사적인 자리로 불러낸 다음, 도이치 주가조작 관련 증거를 알려줬다고도 했다. 자신과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당시 회장이 약 1년 2개월 동안 통화한 녹취록으로 분량만 600장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이 씨는 어느 날 주가가 급락해 도이치 권 회장에 "이것 좀 떠가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그간엔 이 씨가 권 회장 요청대로 도이치 주식을 사줬으니, 이번엔 권 회장한테 자기 주식 매수를 요청했단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권 회장이 서울 서교동 카페에서 이 씨와 만나 "내가 언제 너한테 주식 사달랬냐"며 거부했다.
이 씨는 이 사건을 계기로 권 회장에 앙심을 품었다. 이에 그는 권 회장이 그동안 자신에게 얼마나 절실히, 여러 번 도이치 주식을 사달라고 요청했는지 입증할 통화 녹취록을 전부 출력해 공증까지 받았다. 그 후 경제범죄를 수사하는 검사에 이 사실을 말해줬다. 아래는 이 씨와 지인 녹취 일부다.
"(권 회장이) '야 내가 언제 너한테 주식 사달랬나' 하는 거야. 그래서 내가 농담이 아니라, 아는 차장검사 형한테 '중앙 ○○부(부서) 좀 해줘봐' 그래서 (차장검사 형이) A 부장을 소개를 시켜줬어요. 제가 A 부장하고 토요일에 골프도 같이 쳤어요. 술도 진탕 먹고, 내가 '녹취가 600장 있는데, 권오수가 주식 사달라는 거다, 녹취가 있다'고…."일요신문 확인 결과, 이 씨가 언급한 서울중앙지검 ○○부 A 부장은 실제 그 무렵 활동한 검사였다. 윤 전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로 검사 시절 같은 지청에 근무한 적 있다. 그 후 한 팀에서 '특수수사'도 같이 맡아 소위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됐다. 윤 전 대통령 취임 후에는 변호사 개업했다. 그러다 올해엔 다니던 로펌도 돌연 관뒀다.
이 씨가 지인한테도 김건희 씨를 여러 번 거론한 점에 비춰보면, 이른바 '600장 녹취록'에선 김 씨 관련 내용이 더 자세히 담겼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해당 녹취록은 현재 행방이 묘연하다고 전해졌다. 이에 민중기 특검팀의 이 자료 확보 여부와 계획 등이 관심사로 떠오른다.
이와 관련해 민중기 특검팀 관계자는 일요신문에 "특검법이 명시한 대로 혐의 관련 내용이라면 전반적으로 다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일반 사건과 마찬가지로, 특검이 지금 어떤 증거를 확보했고 어디까지 확인했는지 등은 공판단계 전까지 말하기 어렵다"고만 말했다. 일요신문은 A 전 부장검사에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이 씨는 지인과 대화에서 도이치 주가조작 '2차 주포' K 씨도 거론했다. K 씨는 2010~2012년 김건희 씨 계좌를 관리하며 도이치 주가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올 4월 징역 2년·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인물이다. 이 밖에 2010년 배임과 2014년 수재 혐의로 각각 징역 1년6월·집행유예 3년, 징역 6년을 선고받는 등 전과가 더 있다.
이 씨와 지인 녹취에 따르면, K 씨는 수재 혐의로 6년 복역을 마치고 출소한 뒤 권 회장을 찾아가 "차량 한 대만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권 회장이 거부했다. 이 때문에 K 씨도 권 회장에 앙심을 품었다. 그는 시민단체에 찾아가 권 회장 관련 고발도 계획했었다. 아래는 이 씨 녹취록 일부다.
"(K 씨가) 보니까 양아치예요. 저한테 '이(정필) 회장님도 (권 회장한테) 당한 게 많잖아요? 최고로 많이 당하시잖아' 이러더니, 자기는 지금 스토리를 다 만들어놨으니깐, 아니 참여연대를 가겠대요. 그래서 제가 '참여연대를 왜 가냐, 민정(수석실)으로 가면 되지'라고 했죠."공교롭게도 K 씨는 김건희 씨 모녀와도 인연이 얽혀 있다. 그가 수재 혐의로 복역한 이유는 2009~2011년쯤 증권사 간부로 일하며 우리기술 신주인수권 거래 등을 중개하며 수수료를 따로 챙긴 탓인데, 그 무렵 김 씨와 모친 최은순 씨가 우리기술에 투자했다. 민중기 특검팀은 당시 우리기술에 주가조작이 있었는지도 수사 중이다.
K 씨는 도이치 주가조작 사건 혐의자들 사이에선 검찰과 사법거래를 했단 의심도 받는 존재다. 검찰이 K 씨의 다른 기업 주가조작 혐의를 포착했지만, 도이치 수사에 협조하는 조건으로 책임을 묻지 않았다는 시각이다(관련기사 [단독] '유독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이유가…' 김건희 특검 주목 도이치 '2차 주포' 실체).
일각에선 도이치 수사 관련 각종 '봐주기' 논란을 촉발한 검찰 역시 특검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경제정의시민실천연합(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으로 활동하는 정지웅 변호사(법률사무소 정)는 "봐주기 수사를 한 것 같다는 이유로 검사를 처벌할 법적 수단이 없다"며 "검찰개혁을 통해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중기 특검팀은 지난 7월 29일 K 씨와 민 아무개 씨 소환조사를 벌였다. 두 사람은 도이치 주가조작 사건 '7초 매매' 논란 당사자들이기도 하다. 7초 매매는 2010년 11월 1일 K 씨가 민 씨에 "(도이치 주식 8만 주 3300원에) 매도하라 하셈" 문자를 보내자 7초 뒤 김건희 씨 명의 계좌에서 동일한 주문이 나온 상황을 일컫는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