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전 대통령 부부 몰락은 지난해 9월 불거진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도 중요한 계기였다는 게 중론. 하지만 명태균 씨(54)가 연루된 공천개입 의혹 실체는 아직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명 씨가 어떤 사람인지를 두고도 설왕설래가 이어진다.
일요신문은 김건희 씨 구속 직전인 지난 8월 11일~12일 이틀 동안 명 씨를 만났다. 그는 본인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강하게 부인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를 향한 비판은 거침없었다. 만에 하나 김건희 씨가 구속되지 않으면, 본인의 한마디로 구속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말을 아꼈다. 그 대신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대질조사를 받도록 해달라"며 "특검이 허락만 해준다면 구속된 김건희 씨 접견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

8월 11일 경남 창원 모처에서 만난 명 씨는 대체로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기자들이 말이야, 전부 '우린 진실만 쓰겠다'며 찾아와 놓고, 나중엔 다 도망가더라"며 농담 아닌 농담이 그의 첫 인사말이었다. 명 씨 특유의 화법은 그를 직접 만나본 기자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사안의 지엽적인 부분을 알지 못하거나, 기존에 나온 보도를 일부 놓친 채 질문하면 "그렇게 공부가 안돼서 어떻게 하냐"며 쓴소리를 날린다.
일요신문과 만나서도 비슷했다. 다만 "공부가 안됐다" 소리치다가도, 곧장 "죄송하다"며 "화낸 건 아니다"라며 멋쩍게 웃었다. 기자들이 본인과 대화를 까다롭게 여긴단 소문을 이미 들었단다. 기자가 "여태껏 만나본 언론인 중 도대체 누가 공부가 잘됐나" 물으니, 대번에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요즘 명 씨는 본인의 전 법률대리인 김소연 변호사와 페이스북 등에서 설전을 벌이고 있다. 김 변호사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를 공천개입 의혹 핵심으로 지적하는 반면, 명 씨는 2022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었던 윤상현 의원을 몸통으로 지목한다.
명 씨는 김 변호사와 지난 7월 30일 나눈 통화 녹취를 일요신문에 공개했다. 이 통화 다음 날 김 변호사는 "명 씨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관련 의혹 제기를 막는다"며 변호인 사임계를 냈다. 명 씨는 이때부터 윤상현 의원을 공천개입 의혹 핵심으로 꼽았다. 아래는 녹취 일부다.
명 씨 : 이 사건 터진 게 윤상현이 때문에 그런 거예요.명 씨는 일요신문과 만나서도 윤상현 의원을 거론했다. 최근 김건희 특검에 출석해선 "윤 의원이 '형수(김건희 씨)와 두 번 통화했다'던 말을 들은 적 있다"고 진술했다고 했다. 명 씨는 "윤 의원이 윤석열 취임 후 정권 핵심 측근이 되려 흥정을 여럿 했다"며 "내가 윤 의원과 통화하고, 만나면서 직접 본 게 많아 알게 된 사실"이라고 부연했다.
김 변호사 : 윤상현 때문이라고요?
명 씨 : 아니 변호사님은 내가 이해가 안 가는 게, 내가 충분히 여러 번 얘기했잖아요. 윤상현이가 지가 '윤핵관' 되겠다고, 권성동·윤한홍이하고 딜을 해요.
(중략)
명 씨 : 이준석이랑 공천은 관계가 없어요.
김 변호사 : 공천하곤 관계가 없죠, 당연히.
명 씨 : 그럼 (이준석 관련) 얘길 하면 안 돼요.
김 변호사 : 왜 안 돼요? 사장님은 할 말 다하고, 저는 왜 말 못해요?
명 씨 : 범인은 윤상현, 윤상현이라고요. 함성득이 전화기에 다 나와요. 제발 좀 모르면서, 계속 이준석, 이준석…나 이준석이 좋아하는 거 없어요. 나는 내 가정이 제일 중요해요.
김 변호사 : 그 가정을 파괴한 게 이준석이에요, 사장님. 정신 차리세요. 이준석이 칠불사 나불거리지 않았으면, 이런 일 없었어요.
명 씨 : 김소연 변호사님, 이제 끝이니까, 연락하지 마세요.
실제 윤 의원은 지난 7월 28일 '김건희 특검팀'(민중기 특별검사)에 출석해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김영선 전 의원을 공천해달라는 전화를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알려졌다. 이에 일요신문은 8월 13일과 14일 이틀에 걸쳐 윤 의원에 연락을 시도했지만 "전화기가 꺼져 있다"는 통화 연결음만 흘렀다.
명 씨는 현재 특검 수사를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예컨대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김건희 씨 '명품 전달책'으로 지목돼 수사를 받는 데 대해 "코바나컨텐츠에서 개 밥 주고, 커피나 타던 사람들"이라며 "특검이 핵심을 못 짚는다"는 식이었다.
단, 김건희 씨 집에서 발견된 260mm 신발의 경우 주인이 따로 있진 않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김건희가 발이 큰 편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명 씨는 앞으로도 윤 전 대통령 부부 관련 폭로를 이어갈 수 있다고 예고했다. 김건희 씨 구속 전인 8월 11일, 그는 "설령 김건희가 구속되지 않아도, 내가 입을 열면 상황이 반전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구체 내용은 말을 아끼곤,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대질조사를 원한다"고 답을 대신했다.
이른바 '황금폰' 공개도 어렵다고 했다. 김건희 씨 공천개입 혐의가 자세히 담겼을 것으로 보이는 명 씨 휴대전화다. 그는 "특검은 이미 포렌식 자료를 다 갖고 있다"면서도 "저 개인적으론 포렌식이 너무 비싸 쉽지 않다"고 말했다.
#명태균 '진짜' 사건 뒷전…법정선 포승줄 논란

재판이 열린 오전 10시 창원지방법원 303호는 한산했다. 검찰 수사나 재판 초기 뜨거웠던 언론 취재 열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방청객 대여섯 명이 전부였다. 명 씨는 2024년 9월 공천개입 의혹 이후 연일 화제 중심에 섰지만, 정작 그의 재판은 관심에서 밀려난 셈이다.
명 씨는 김영선 전 의원, 김태열 전 미래한국연구소장과 함께 2022년 지방선거 예비후보 배 아무개 씨와 이 아무개 씨로부터 공천 추천을 대가로 2억 4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명 씨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명 씨 측은 "간단한 사건"이라며 빠른 판결을 바라는 모습이다.
이날 재판은 오전엔 명 씨 지인인 박 아무개 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그는 미래한국연구소 직원 강혜경 씨 명의 계좌로 2023년 3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총 660만 원을 보냈다. 이 돈 성격을 따지는 신문이 이뤄졌다. 박 씨는 검찰에선 "2023년 3월경 명 씨, 강혜경 씨 등을 만나 미래한국연구소 사무실 운영비를 빌려달라 요청받았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박 씨는 이날 법정에서 "정확한 워딩은 사무실 운영비였다"고 진술했다. 이에 명 씨 측 변호인이 "그 사무실은 미래한국연구소인지, 김영선 의원 지역구 사무실인지" 물었을 땐 "사무실이라고만 들어서 특정할 수 없었다"고 대답했다.
오후에는 PNR 서명원 대표가 증인으로 나왔다. PNR은 과거 미래한국연구소와 함께 여러 차례 여론조사를 했던 업체다. 서 대표는 2020년 5월경 명 씨, 김태열 전 소장 등과 만난 자리를 증언하며 "명 씨는 본인 스스로 미래한국연구소와 관련 없는 사람이라며 옆에서 많이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얘기했었다"고 밝혔다.
서 대표는 이어 "김태열은 명의상 대표인 것처럼 활동하며 중요한 사항이 있을 땐 전화를 안 받고, 결국 강혜경이 해결했다"며 "명 씨는 계속 본인이 외부인이라고 얘기했다"고 했다. 이어 "김태열, 강혜경, 명태균 세 사람의 유기적 관계는 분명했다"면서도 "서로가 미래한국연구소 주인이 아니라 하던데 과거에도 마찬가지였다"고 증언했다.
이날 재판에선 명 씨가 검찰 수사 방식에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명 씨는 오전에 발언권을 얻고 증인 박 씨에 "검찰 조사 때 제가 포승줄에 묶여서 수갑 차고 끌려 나온 거 봤죠"라며 "본인이 그 후 조사를 받았는데, 검찰이 왜 그랬겠나"라고 물었다.
박 씨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그 모양이 보기 좋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명 씨는 검사석을 향해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나중에 제 증인 신문 때 낱낱이 밝히겠다"고 예고했다. 검찰은 특별한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명 씨는 일요신문에 "검찰이 대질신문 자리가 아닌데도 내가 포승줄에 묶여 수갑 채워진 모습을 박 씨에 보여줘 겁을 줬다"며 "조사 대상자에게 강한 압박을 주고 조사받게끔 하면서 박 씨가 검찰 질의에 그저 '네' '네' 대답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른 조사도 비슷했던 탓에 증인들의 재판 진술이 뒤집히고 있다"고 전했다.

당시 재판 직후 여러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 씨는 "검사님이 '특검을 갈 수도 있고 그러면 위험하고 다칠 수 있다'고 해서 너무 겁이 나서 (검찰 조사에서) 허위 진술을 하고 횡설수설했다"고 증언했다.
명 씨는 일요신문에 "이 씨는 제주도에 있다가 검찰이 갑자기 불러 변호인 없이 조사를 받았고, 검찰이 겁을 주고 압박해서 검찰이 유도하는 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 씨를 압박 수사했던 검사가 현재 김건희 특검팀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그의 재판이 끝나고 늦은 밤,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김건희 씨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명 씨는 이같이 말했다.
"제가 공범으로 의심받고 있지 않습니까. 특검은 저더러 '공범이라 안 돼' 하겠지만, 허락만 해준다면, 구치소 가서 김건희 면회를 하고 싶어요. '왜 나를 구속했냐, 왜 구속하라 지시했냐' 궁금해요. 그렇지 않겠어요? 자, 이렇게 딱 정리할게요. '특검이 허락해 준다면, 김건희 여사가 있는 구치소에 면회를 갈 의향이 있다.'"
창원=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
남경식 기자 ngs@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