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신사는 최근 국내외 증권사 10곳에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주관사 선정은 오는 9월 이후 마무리될 예정이다. 상장 시기나 규모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무신사는 2030년까지 글로벌 기준 연간 거래액 3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IPO 추진도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한 조치다. 박준모 무신사 대표는 지난 6월 ‘2025 무신사 글로벌 파트너스 데이’ 기자 간담회에서 “IPO를 무신사의 글로벌 확장에 중요한 재원 확보 방안 중 하나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매출 1조 원대를 기록한 무신사는 흑자전환까지 성공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1조 2427억 원이고, 영업이익은 1028억 원을 기록했다. 올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2602억 원) 대비 12.6% 상승한 2929억 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142억 원) 대비 24% 늘어난 176억 원으로 나타났다.
무신사는 최근 재무적투자자(FI)들과 협의를 통해 기업가치 10조 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인정받았던 기업가치의 3배 수준이다. 무신사는 2023년 시리즈C 투자에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웰링턴매니지먼트로부터 2400억 원을 투자받으면서 3조 5000억 원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던 바 있다.
기업가치 10조 원을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IPO 공모가 산정 시 사업 모델이 유사한 기업과 비교해 가치를 매기는 방식이 많이 이용되는데, 비교 지표는 주가수익비율(PER, 시가총액을 최근 4개 분기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값)이 많이 쓰인다. 무신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698억 원인데, 시가총액이 10조 원이라고 가정하면 PER은 143.2배로 산정된다.
국내 주요 패션 상장사들의 PER은 △F&F 5.77배 △LF 6.01배 △한섬 7.77배 △신세계인터내셔날 11.09배 △미스토홀딩스(옛 휠라홀딩스) 28.83배다. 업계 평균을 고려하면 무신사가 PER 30배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기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PER 30배 수준으로 10조 원 상당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려면 연간 당기순이익을 3330억 원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무신사가 패션 플랫폼 중에서 최상위 기업인 데다 해외 진출이 활발하기 때문에 IPO 시장에서 인기를 많이 끌 것 같지만, 시가총액이 10조 원이면 제조업 등 규모가 큰 기업들 수준인데 이들과 동일선상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며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매출 성장속도나 에비타(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로도 평가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를 감안해도 10조 원의 기업가치를 기대하는 건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무신사가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나스닥 등 해외 시장 상장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이커머스업계 한 관계자는 “무신사는 해외 시장에서도 탐낼 만한 가치를 가졌지만, 해외 IPO 추진 시 현지에서 도움을 줄 파트너가 있어야 한다. 네트워크가 약했다면 해외 IPO를 검토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투자받은 것이 해외 상장 검토의 주된 배경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보다 해외 주식 시장에서 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의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나라마다 투자 유치 분위기가 상당히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업가치를 보수적으로 보지만, 해외에서는 잠재력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보는 측면이 있다”며 “미국에서는 창업자에 대해 의결권 10배를 행사할 수 있는 차등의결권이 있는 등 제도적으로 이점이 있다. 시장마다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은 제도적으로 공모가 규제가 있기 때문에 기업가치를 크게 인정받기 어렵지만, 미국 시장에서는 성장성과 브랜드 파워를 더 크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향후 매출 성장과 글로벌 확장성을 명확히 입증하면 10조 원 이상의 가치 평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신사가 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자회사 리스크를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1분기 기준 무신사 자회사 15곳 중 12곳이 적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패션 전문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 ‘오리지널랩’과 지속가능성 플랫폼 ‘무신사랩’을 청산했다. 올해에도 자회사 블랭크앤코도 정리하고, 리셀 플랫폼인 솔드아웃 운영 자회사 SLDT를 흡수합병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무신사 관계자는 “상장 시점 등에 대해서는 주관사 선정 이후 협의를 통해서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패션 업황이 위축된 가운데서도 패션, 뷰티, 스포츠, 라이프스타일 등으로 카테고리를 다변화했고 이후 오프라인 시장으로 성공적으로 확장했다”며 “올해 하반기 이후부터는 글로벌 오프라인 패션 시장에도 직접 진출해 해외 성장성을 제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