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씨가 S 씨를 처음 만난 건 2010년 10월. 그동안 결혼에 어려움을 겪었던 A 씨는 친한 친구의 소개로 S 씨를 만났다. S 씨는 국제결혼정보업체를 운영했고, 친한 친구의 매형이었기에 A 씨는 더욱 믿음이 갔다고 한다. A 씨는 S 씨에게 계약금 1300만 원을 주고 계약을 맺은 뒤 2011년 4월 10일 함께 필리핀으로 떠났다.
필리핀에서 여러 여자를 소개받은 A 씨는 몇 번의 시도 끝에 마음에 드는 신붓감을 찾을 수 있었다. A 씨는 필리핀 여성과 4월 15일에 결혼식을 올리고 먼저 한국으로 출국했다. A 씨의 아내는 비자와 여권을 발급받느라 얼마 동안은 필리핀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한국으로 들어와 있던 A 씨는 아내에게 국제 통화를 걸었다. 그런데 아내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아내는 “보싱 나뻐”, “보싱 미 터치”라는 말을 계속해서 했다고 한다. ‘보싱’은 필리핀에서는 ‘보스’라는 말로 곧 S 씨를 지칭하는 표현이었다. 영어가 서툴렀던 A 씨는 곧바로 근처 다문화센터를 찾아가 아내의 말을 통역해달라고 요청했고, 담당자는 통역된 내용을 A 씨에게 알려주었다. A 씨가 들은 내용은 충격 그 자체였다. A 씨의 아내가 S 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것이다.
성추행은 A 씨가 떠나고 한 달 뒤쯤 발생했다고 한다. A 씨 아내의 말에 따르면 어느 날 S 씨는 스케줄을 마치고 술을 마신 뒤 자신이 사무실로 쓰는 숙소로 들어왔다고 한다. 숙소 1층은 거실과 방, 주방 등 한국인 남성들이 쓰는 공간이고, 2층은 필리핀 여성들이 잠을 자는 곳이었다. 2층 복도 바로 옆에는 S 씨의 개인 방이 위치해 있었다.
S 씨가 2층으로 올라오자 복도에 있던 필리핀 여성 두 명이 인사를 했는데, 한 명은 일어선 채로, 한 명은 앉은 채로 인사를 했다. 앉아서 인사한 이가 A 씨의 아내였다. A 씨는 “심사가 뒤틀린 S 씨가 내 아내에게 ‘왜 앉아서 인사를 하느냐’고 추궁했다”며 “아내가 ‘생리통으로 배가 아파서 그렇다’고 하자 S 씨는 배를 만져주겠다며 아내를 눕힌 뒤 이불을 덮고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어 A 씨는 “S 씨는 아내를 더듬는 중에 다른 필리핀 여성에게 말을 걸어 주위를 분산시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아내의 성추행 소식을 접한 A 씨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아내가 한국으로 입국하자 A 씨는 성폭력상담센터와 법률구조공단 등을 찾아 자문을 구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증인과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A 씨는 필사적으로 증인과 또 다른 피해자들을 찾아다녔고, 피해자가 한두 명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알몸검사’와 ‘마사지 강요’ 등 S 씨의 새로운 성추행 사실을 밝혀낼 수 있었다. A 씨는 “S 씨의 업체를 거친 필리핀 여성들의 피해 사례가 유사했다”며 “아내도 성추행뿐만 아니라 알몸검사와 마사지를 몇 차례 강요받았다”고 전했다.
피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알몸검사는 필리핀 여성이 S 씨 업체에 등록하기 위한 필수 코스라고 한다. 업체에 처음 등록하는 순간부터 신상명세를 작성하게 한 뒤 방으로 따로 불러 옷을 모두 벗긴 채 임신 여부를 검사한다는 것이다. 이때 알몸검사에 응하지 않으면 인터뷰 자체가 무산된다고 한다. A 씨는 “S 씨가 여성의 몸을 더듬으며 튼살이 있나 없나 확인하는 등으로 알몸검사를 하는 것으로 안다”며 “알몸검사는 총 3차례에 걸쳐서 진행된다. 1차는 처음 인터뷰 후, 2차는 결혼식 당일 날 오전, 3차는 결혼식 후에 벌어진다”고 전했다. 결혼식 직전까지 알몸검사를 당하는 사실을 주변에 알릴 수도 있겠지만, S 씨가 ‘보스’로 불릴 만큼 힘이 막강해 필리핀 여성들은 S 씨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는 게 A 씨의 주장이다.
한편 A 씨는 2012년 4월 S 씨를 경찰에 고소했고, 사건은 검찰로 넘어가 현재 공판이 진행 중이다. S 씨는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S 씨는 검사에게 제출한 답변서에서 필리핀에서 찍은 단체사진에 등장한 A 씨의 아내를 언급하며 “성추행을 당한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밝은 모습을 보일 수 있느냐”고 주장했다고 한다. S 씨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A 씨가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재판 결과가 나와 봐야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피해자들의 통역을 맡았던 대전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 관계자는 “상담 사례를 정확히 밝힐 수는 없지만 구체적인 진술이 많은 측면이 있다”며 “어렵겠지만 이주 여성들이 성추행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박정환 프리랜서
바지사장 내세우고 영업 중
S 씨가 대표로 있는 B 사는 2011년 12월 자진 폐업했다. 대전시에서 실시한 2011년 하반기 결혼중개업체 심사 과정에서 S 씨의 결격 사유가 드러나 B 사가 더 이상 운영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S 씨는 이전에 ‘결혼중개업체 관리에 관한 법률 제6조’를 위반한 사실이 있었다. 경찰 측 관계자는 “S 씨가 이전에 이번과 비슷한 일로 면허가 정지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S 씨는 이후에도 결혼중개업을 계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S 씨의 업체 여직원이 자신의 명의로 2012년 4월에 새로운 국제결혼정보업체를 개업한 것이다. 때문에 당시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S 씨가 ‘바지사장’을 내세워 뒤에서 버젓이 일을 계속하고 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A 씨는 “현재까지도 S 씨는 필리핀과 한국을 오가며 결혼 중개업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전했다.
박정환 프리랜서